"춤으로 가득한 세상을 꿈꾸며" - 국립부산국악원의 가무악극 '춤바람 분데이'
"춤으로 가득한 세상을 꿈꾸며" - 국립부산국악원의 가무악극 '춤바람 분데이'
  • 강민수 기자
  • 승인 2023.10.24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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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경모 연출, 김수현 안무
국립부산국악원 가무악극 <춤바람 분데이> 포스터 (사진제공=국립부산국악원)

[더프리뷰=서울] 강민수 기자 = 국립부산국악원이 시민들의 국악 체험공간인 국악누리관 개관을 기념, 10월 27일(금)부터 29(일)까지 사흘 동안 연악당에서 가무악극 <춤바람 분데이>를 공연한다.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

국립부산국악원이 영남권 전통문화 계승과 발전을 위한 작품 개발을 목표로 3년 여 만에 신작을 선보이는 무대다. 올해 개원 15주년을 맞은 국립부산국악원은 그동안 <자갈치아리랑>(2011), <문디야 문디야>(2014), <대청여관>(2016), <구포당숲>(2020) 등 영남의 춤과 음악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춤바람 분데이>는 해방 이후 첫 3.1절인 1946년 3월 1일, 그동안 잊혔던 <동래야류>를 복원해 춤판을 벌였다는 고(故) 문장원 <동래야류> 보유자의 구술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동래의 ‘래(萊)’가 거친 지역을 뜻하고 ‘부산(釜山)’이 가마솥 모양의 산을 말하니, 부산에 춤바람이 인다는 건 거친 현실을 훌쩍 날아오르는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 경상도 방언의 제목을 통해 영남권 국립기관으로서 지역 정서를 반영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거친 현실을 뛰어올라 날갯짓하는 동래학춤 소재

<춤바람 분데이>는 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의 가치가 현대인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부산시무형문화재 <동래학춤>을 소재로 스토리텔링한 가무악극이다. 극의 내용은 광복 직후 어수선한 시대에 이름도 없이 '뒷밀이'로 불리던 한 청년이 우연히 동래학춤 사진 한 장을 보며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 춤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여기에 1946년 3.1절에 춤판을 꾸미려다 갑작스레 저승길에 오르게 되어 춤꾼을 찾아다니는 동래학춤 명인 정만과 저승사자들이 등장하는,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이야기다.

작품은 총 6장으로 프롤로그/ 제1장 시시골뒷밀이, 학춤에 반하다/ 제2장 내력 있는 춤꾼을 만나다/ 제3장 춤바람 휘익~/ 제4장 무복을 만나다/ 제5장 춤이라는 목숨 줄 / 제6장 춤 춰!/ 에필로그로 구성된다.

춤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과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르는 창조적 감수성으로 만난 동래학춤의 날갯짓은 녹록치 않은 현실세계에서 툭하고 불거져 나오는 염원이기도 하다. 그 흥으로 잠시나마 현실의 시름을 잊고 우리 모두에게 춤바람이 스며들기를 기대하며 삶의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1920년대 부산 동래구 오일장(사진제공=국립부산국악원)
1920년대 부산 동래구 오일장 (사진제공=국립부산국악원)

부산을 그린 풍경극

<춤바람 분데이>에는 부산의 많은 명소들이 등장한다. 동래시장, 동래온천, 조선소와 영도다리, 부산항, 부산역 등 지역민들의 삶이 녹아있는, 오늘의 부산을 이끌어낸 퇴적 같은 역사의 풍경이다. 이러한 삶의 자취와 기억들을 사진에 담아 영상을 통해 몽타주 기법으로 표현한다.

한편, 대극장 로비에는 부산을 상징하는 항구, 고개, 해변, 조선소, 사찰, 역전, 시장 등 때론 구체적인 극사건의 장소로, 때론 스쳐지나가는 배경일지라도 시시골 뒷밀이가 동래학춤을 만난 보름간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따라 걷듯이 사진과 영상으로 즐기며 작품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전시를 마련한다.

1920년대 초 부산 동래구 동래온천장 욕장 내부(사진제공=
1920년대 초 부산 동래구 동래온천장 욕장 (사진제공=국립부산국악원)

‘놀이’와 ‘열린 극’ 형식 통해 상상력 더욱 자극

<춤바람 분데이>는 관객과 함께 마당놀이에서 볼 수 있는 연극적 약속의 놀이를 강화하고, 연주자를 여흥의 적극적인 동참자로 이끄는 동시에 시각적으로 무대와 객석을 연결하여 하나의 판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배가시킨다. 음악 또한 틀에 복속된 기악연주가 아니라 독립성과 개별성이 강조되고, 즉흥의 시나위가 숨을 쉬며 관객의 추임새와 함께 흥을 돋우고 호흡하는 적극적인 교류를 취하고자 한다. 춤의 방향 또한 민속춤이 지닌 즉흥성과 놀이성을 살려 미적 형태감을 지니면서도 유희와 해학이 담긴 흥과 여유, 관객과 호흡하는 몸짓을 구현한다.

<춤바람 분데이>는 출중한 창작진과 국립부산국악원 최고의 출연진이 함께하는 작품이다. 부산 출신 안경모 연출과 함께 대본 경민선, 작곡 신동일·김현섭, 안무 김수현, 무대디자인 도현진, 조명디자인 김영빈, 영상디자인 박준, 의상디자인 황연희, 소품디자인 송미영, 분장디자인 백지영 등 전문 제작진과 국립부산국악원 국악연주단 단원 70여명이 함께한다.

1930년대 영도다리 (사진제공=국립부산국악원)
1930년대 영도다리 (사진제공=국립부산국악원)

안경모 연출가는 “이번 작품은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으로 흥과 어깨춤, 박수와 추임새는 사랑의 표현이다. 시민들 모두가 춤의 흥으로 잠시나마 현실의 시름을 잊었으면 좋겠다.”라며 연극적 놀이성을 강화해 관객과의 적극적인 교감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를 밝혔다.

국립부산국악원 측은 “2년 넘게 개발과정을 거친 신작이니 기대해 달라. <춤바람 분데이> 제목이 지닌 의미처럼 모두에게 춤바람이 스며들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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