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날개, 극단 철인의 '이상, 기형, 13'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날개, 극단 철인의 '이상, 기형, 13'
  • 이시우 기자
  • 승인 2023.11.27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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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철인 '시인 3부작' 두 번째 작품
이상, 기형, 13_포스터(사진제공=플레이티켓)
'이상, 기형, 13' 포스터 (사진제공=플레이티켓)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 극단 철인의 '시인 3부작' 두 번째 작품인 <이상, 기형, 13>이 초연 1년 만에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대학로 후암스테이지에 다시 오른다.

극단 철인은 시인 김수영의 치열했던 생애를 다룬 <김수영, 외줄 위에서>를 시작으로 시인 3부작 연극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상, 기형, 13>은 엄혹했던 시절, 자신의 이상을 펼치지 못하고 끝없이 좌절하고 굴절했던 한 인간이자 기이한 천재 시인 이상의 삶에 드리웠던 그림자를 극과 재즈로 재조명한다. 이상(곽유평)을 둘러싼 세 인물 금홍(이성희), 구본웅(김주희), 김유정(소준성)이 원작 <오감도>를 변주한다. 리제임스 음악감독의 전곡 작곡 및 편곡과 김대윤 건반, 이재웅 클라리넷&기타, 양승준 콘트라베이스 구성의 릴리재즈밴드 라이브 연주가 함께한다.

이상, 기형, 13_공연사진(사진제공=플레이티켓)
'이상, 기형, 13' 공연 (사진제공=플레이티켓)
'이상, 기형, 13' 공연 (사진제공=플레이티켓)

짓밟힌 현실의 벽을 넘어보고자 했던 간절했던 그의 날개

김해경은 자신의 필명을 ‘이상’이라 지었다. 날개가 필요할 만큼 혹독한 삶이었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조선총독부에서 일하며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짓밟혔다. 폐병은 젊은 육신을 서둘러 망가뜨렸다. 부푼 마음으로 차린 다방은 얼마 가지 않아 손님의 발길이 끊기고, 비뚤어진 사랑의 방식으로 연인을 떠나보내게 된다. 곧이어 연재하던 작품은 독자들의 항의로 중단되기에 이른다.

작가 이상은 제정신을 유지하는 게 더 이상한 기구한 인생이었다. 그러나 남으 얘기마냥 팔짱 끼고 지켜볼 장면은 아니다. 누구든 어떤 순간에는 좌절의 반복을 경험할 것이다. 가혹한 시대의 장난질이든, 나약한 마음의 자포자기든, 삶은 언제나 공평한 비극을 준비하고 있다. 벽 너머, 훨훨 날아서 도착하고 싶은 그곳이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이상, 기형, 13>을 통해 우리 마음 속에 존재하는 작은 날개를 꺼내볼 수 있다. 우리는 때론 어디로 갈지도 모르면서 힘을 주고 발을 굴렀다는 사실만으로 희망을 얻기도 한다. 시인의 비극적 운명에서 희망을 봤다는 사실이 아이로니컬하지만, 이 극을 통해 비극도 희망도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임을 느낄 수 있다. 입장권은 플레이티켓(www.playticket.co.kr)에서 단독예매가 진행 중이다.

'이상, 기형, 13' 공연 (사진제공=플레이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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