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선(線)을 넘은 색(色) - 민혜진 개인전 'Growing Colors'
[칼럼] 선(線)을 넘은 색(色) - 민혜진 개인전 'Growing Colors'
  • 김마리
  • 승인 2023.11.24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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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프리뷰=서울] 김마리 칼럼니스트 = 빨갛고 노란, 울긋불긋 단풍이 아쉬움을 남기는 늦가을의 오후.

지난 여름 훌쩍 떠났던 공주에서의 예기치 못했던 만남을 추억하며, 기억 저편 여운의 실체를 만나러 내딛는 걸음이 즐거웠던 날.

자연의 인연으로 만난 민혜진 작가는 예고와 대학에서 디자인(산업디자인)을 전공, 25년간 한국과 미국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도 늘 '순수예술 화가'의 꿈을 품고 살았다.

삶의 터전을 옮겨 15년 만에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한국의 유물과 예술'을 주제로 단체전을 기획하던 중 본인의 작품도 전시할 기회를 얻어 화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  'Growing Colors'-[아주 서정적인 풍경]은 작가로서 네번째 개인전이다. 이전 개인전 '큰색, 빛이 나다'에서 마련한 작업의 기본 틀이 우리 모두의 기억에서 추출한 ‘가장 찬란한 순간'을 작품을 통해 되돌려주는 것이었다면 그러한 작업의 연장선으로 ‘기억의 색(Color of Memories)'을 표현한 것이 이번 전시이다.

사계절 매시간 다르게 빛을 받는 풍경들, 자연이 주는 수많은 색들과 영감들 속에서 이번 신작들이 탄생했다고 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결정짓게 될 때, 늘 마주하는 일상 속에서 유달리 떠올리게 되는 기분 좋은 기억들이 긍정의 에너지로 작용하듯, 관람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오늘을 살아가는 동력원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한국미의 심오함 속에서 전통과 현대를 가로지르며, 일상기억을 평면의 에너지로 바꾸는 작업들은 색과 연동된 ‘정체된 단아함'으로 요약되어 더 눈부셨다. 그리고 색면을 선적 에너지로 전환함으로써 자신만의 독자적인 학풍을 구축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전통에 기반한 한국 미감을 향한 애정, 유행하는 미술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려는 열정에 응원을 보낸다.

직선을 바탕으로 하되, 전체 구성의 유동성을 따라 색선은 파도가 되기도 하고 때론 빛을 머금은 계절의 아름다움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는 구성 중심의 대칭구도는 마치 고딕의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와 궁궐의 화려한 오방색의 ‘균형과 조화'를 동시에 떠오르게 한다. 

기존 예술작품의 소재나 사물을 미술의 범주에 끌어들인 전유예술(Appropriation Art)가들과 같이, 작가 민혜진은 광배에서 발견한 빛의 에너지를 삶의 순환구조에 녹여내어 다양한 색으로 변주하고 있다. 캔버스에 담긴 아름다운 빛의 색들은 관람객들의 다채로운 기억과 만나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로 재탄생한다.

세상 유일무이한 색(色)들로, 상상되는 계절들과 감정들이 그 무수한 선(線)들 속에 살아있다고 외쳤던 시간.

작가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매일 색(color)을 봅니다.
그리고 색을 선택합니다.
색은 그 자체로 언어가 되고 감정의 신호가 됩니다.
우연하게 또는 의도 하에 우리가 놓여지는 풍경 속에는 늘 색이 있습니다.
이렇게 색은 무의식적으로 시각을 통해 마주하는 단순한 이미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통해 남아있는 기억속 풍경과 색은 때론 아주 강한 의미로 남아있기도 합니다. 그 기억의 풍경 속 색(color)과 그 순간의 감정을 겹겹이 쌓여지는 선(line)으로 표현하여 봅니다.

오늘, 당신의 기억 속 풍경은 어떤 색으로, 의미로 남아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다다프로젝트(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17-13)에서 지난 11월 11일(토) 시작된 전시는 11월 30일(목)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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