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춤잔치, 제22회 시댄스(SIDance) 임박!
국내 최대 춤잔치, 제22회 시댄스(SIDance) 임박!
  • 이종찬 기자
  • 승인 2019.09.26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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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특집(Focus Violence), 춤으로 조망하는 폭력
빔 반데케이부스, 마리 슈이나르 등 명품공연 줄줄이
전통춤의 해외진출도 모색, 국제 큐레이터들 초청
울티마 베스 무용단, "덫의 도시"(TrapTown)(c)Danny Willems(사진=시댄스)
울티마 베스 무용단, "덫의 도시"(TrapTown)(c)Danny Willems(사진=시댄스)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제22회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 SIDance2019)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시댄스는 10월 2일(수요일)부터 10월 20일(일요일)까지 19일간 열리며 벨기에, 덴마크, 캐나다, 한국 등 18개국 58개 단체/개인의 작품 50여 편을 만나볼 수 있다.

정치·사회적 이슈를 특집으로 다룬 첫 시도였던 작년 제21회 시댄스의 ‘난민 특집(Refugee Focus)’은 지구촌의 현안을 다룬 시의성 있는 기획으로 평가받았다. 올해는 ‘폭력(Violence)’를 주제로, 신체적 폭력만이 아닌 섹슈얼리티, 젠더, 고정관념(스테레오타입), 이데올로기, 인종차별, 관계, 흑백논리 등을 키워드로 폭력의 다양한 종류와 측면을 다룬 작품을 모은 ▲폭력 특집(Focus Violence)을 통해 다시 한 번 사회적 이슈에 질문을 던진다. 또한 마리 슈이나르 무용단을 비롯, 해외 유수 무용단을 소개하는 ▲해외초청, 한국 전통무용의 세계화를 촉진하고자 창설된 전통춤 플랫폼을 포함한 ▲국내초청, 그리고 ▲협력합작 섹션으로 구성됐다.

 

폭력 특집(Focus Violence) - “우리는 폭력의 시대에 살고 있다”
시댄스 이종호 예술감독은 올해 폭력 특집의 기획 취지와 관련, “현대인은 개인적 폭력부터 정치적 폭력까지 갖가지 폭력에 노출돼 있다”고 말한다. 대량학살과 테러, 인종차별과 성차별, 인신매매 등은 물론이고 위계폭력, 가정폭력, 왕따 등 관계에서의 폭력까지 그 유형과 범위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폭력은 이미 우리의 일상으로 침투한지 오래다.

문제는 폭력이 사회적으로 구조화되어 사회체제 또한 이 구조적 폭력에 의해 유지된다는 점이다. 시댄스 김명현 선임연구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메커니즘이 작동할 때 약자의 대량생산을 피할 수 없으며, 이러한 구조적 폭력은 자본주의 이전 시대의 어떠한 직접적인 사회-이데올로기적 폭력보다 훨씬 더 폭력적”이라고 말한다.

제22회 시댄스는 총 10편의 작품을 통해 신화 속에 나타난 폭력의 모습에서 현대의 젠더, 이데올로기, 섹슈얼리티, 인종차별 등 우리 안에 은폐되고 위장된 여러 폭력의 모습을 들춰내고 질문하는 작품들을 마련했다. 첫 타자는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 안무가 빔 반데케이부스의 <덫의 도시>이다.

울티마 베스 무용단, "덫의 도시"(TrapTown)(c)Danny Willems(사진=시댄스)
울티마 베스 무용단, "덫의 도시"(TrapTown)(c)Danny Willems(사진=시댄스)

빔 반데케이부스/울티마 베스, 신작 <덫의 도시> 공연
빔 반데케이부스는 국제 무용계에서 독보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벨기에 현대무용, 이른바 ‘벨기에 인베이전’의 사령관격이다. 이미 여러 차례 내한한 바 있는 그는 이번 시댄스에서 지난해 초연작인 <덫의 도시(TrapTown)>를 공연한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비극,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상징계의 힘을 싱크홀의 모습을 빌려 표현한다. 자본주의와 양극화, 계급간의 갈등을 춤과 영상, 대사, 연극으로 종합적으로 표현, 가히 '폭력에 관한 종합보고서'라 할만하다. 스케일이 큰 주제에 걸맞게 스펙터클하면서도 흑백영상과 드라마, 날카로운 안무동작이 어우러진다.

다양한 폭력의 모습들
이 밖에 주류사회에서 소외되는 흑인의 이야기를 담은 제이드 솔로몬 커티스의 <블랙 라이크 미>,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취와 자아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현대인을 그린 이정인의 <중독>,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익명의 폭력과 그로 인한 몰락을 그린 <강요된 미>, 윤이상의 음악철학을 토대로 춤과 음악의 개념을 해체하는 아트프로젝트 보라의 <무악> 등 폭력주제의 작품들은 모두가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작품들이다.

넬라 후스탁 코르네토바, "강요된 아름다움"(사진=시댄스)
넬라 후스탁 코르네토바, "강요된 아름다움"(사진=시댄스)

특히 덴마크 안무가 메테 잉바르첸의 <69 포지션즈>는 성(性)에 대한 잠재의식과 정치성의 의미를 탐구하는 렉처 퍼포먼스로 국내에서는 드물게 소개되는 주제이다. 메테 잉바르첸이 스스로 공연과 설명을 하며 성과 공공성 사이의 관계를 통해 성이 젠더화되며 나타나는 정치적 의미를 파헤친다. 이 공연은 이미 매진됐다.

마리 슈이나르 무용단- 해외초청작 코너
해외초청 코너에서 놓칠 수 없는 무용단. 바로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마리 슈이나르 무용단이다. 한국에는 무려 13년만에 다시 온다. 마리 슈이나르는 대담한듯, 뻔뻔한듯, 그러면서도 깔끔하고 고급스런 관능성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안무가이다. 환각의 시인 앙리 미쇼의 드로잉 북 <Mouvements>을 토대로 한 <앙리 미쇼 : 무브먼트>, 쇼팽의 전주곡을 음악으로 펼치는 <쇼팽의 24개 전주곡>은 성적 관능성이 아닌, 말 그대로 신체감각의 관능성과 감각이 보는 이를 흠뻑 빠지게 하는 마리 슈이나르의 시그니처 작품이다. 조명과 음악, 상형문자같은 신체동작이 어우러져 슈이나르의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마리 슈이나르 무용단, "앙리 미쇼:무브먼트"(c)Sylvie-Ann Pare(사진=시댄스)
마리 슈이나르 무용단, "앙리 미쇼:무브먼트"(c)Sylvie-Ann Pare(사진=시댄스)

또한 작년 시댄스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스페인의 파울라 킨타나도 새 작품 <환희>를 들고 다시 내한하며 스페인-영국 단체인 휴먼후드도 신작 <Torus>로 신예의 기세를 보여줄 태세다.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들의 춤, 최보결&페레 파우라 - 커뮤니티 댄스
커뮤니티 댄스의 전도사 한국의 최보결과 스페인의 페레 파우라가 함께한다. <천 개의 손, 천 개의 발>은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 모두의 평화를 염원하는 자유로운 제의(祭儀)의 춤을 펼치는 작품이다. 집단의 염원은 강력하고 간절하다.

최보결 "천 개의 손, 천 개의 발"(c)(사진=시댄스)
최보결 "천 개의 손, 천 개의 발"(c)(사진=시댄스)

한국 전통춤 마켓 & 전통 굿
올해 시댄스는 한국 전통춤 마켓을 마련했다. 그간 한국 현대무용의 세계무대 진출을 위해 진행해 온 ‘후즈 넥스트’처럼 한국 전통춤의 세계화를 위한 플랫폼이다. 전통 궁중무용과 민속무용 작품들을 선정, 이틀간 14편의 독무가 공연된다. 또한 한국의 굿을 세계무대에 알리기 위해 서울의 박수 이영희와 황해도 만신 이용녀 두 사람은 첫 추수를 신께 올리는 ‘햇곡맞이’ 굿춤을 공연한다.

다음 순서는 누구? - 후즈 넥스트
2013년 시작, 6년간 50여건의 해외진출 성과를 올린 신진, 중견 무용가를 위한 ‘후즈 넥스트’는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된다. 이틀간 10개 작품이 공연되며 특히 지난해 25세 이하 무용가를 대상으로 한 ‘시댄스 투모로우’를 통해 선발된 김강민-이재홍의 <균형>이 올해 후즈 넥스트에 첫 선을 보인다. 후즈 넥스트는 2017년 제1회가 열린 한중일 동아시아 무용플랫폼(HOTPOT)의 2020 요코하마 대회 선발대회를 겸하고 있다. 특히 전통춤 마켓과 후즈 넥스트는 2019 서울아트마켓(PAMS 2019, 10월 7일-10일)과 같은 기간에 열려 해외 큐레이터들과 축제감독들에게 한국무용을 소개할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시댄스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동엽, "한량학무"(사진=시댄스)
한동엽, "한량학무"(사진=시댄스)

협력합작 - <창신동>, <얼리티> 등 공연
덴마크의 거장 킷 존슨의 멘토링으로 시작된 <창신동>은 서울의 전통부촌에서 근대화와 개발의 바람이 지나간 곳, 창신동을 배경으로 한 장소특정 공연이다. 삶의 숨결 속에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곳을 무대로 관객들은 채석장, 건물옥상 등을 오가며 자유로운 관람을 통해 우리가 사는 장소에 대한 사색을 하게 된다.

덴마크의 투위민머신쇼와 조나단 보니치, 한국의 김유진이 공연하는 <얼리티>는 공연중 관객이 자유로이 출입 가능한 작품이다. 공간을 보이지 않는 수많은 가능성이 가득찬 곳으로 보고 무용수들은 마치 선승들이 허공과 대화를 하듯 무의식적 춤추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해외무용가들의 레지던시 합작 프로그램인 '댄스 익스체인지'에서는 베트남, 탄자니아, 르완다, 멕시코에서 온 5명의 무용가들이 공동창작한 <부루구(VURUGU, 폭력)>를 공연한다. 현대인들이 무관심과 결핍의 굴레를 끊고 사랑으로 다시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공연 외에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돼 있다. 빔 반데케이부스의 마스터 클래스, 안드레아 코스탄조 마르티니의 가가 워크숍, 그리고 몇몇 공연 후에 예술가와의 대화가 예정돼 있다.

공연일정 및 기타 자세한 사항은 시댄스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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