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숙의 가야금 산조 '정남희제 황병기류 가야금산조 전바탕 연주'
박현숙의 가야금 산조 '정남희제 황병기류 가야금산조 전바탕 연주'
  • 박상윤 기자
  • 승인 2020.01.23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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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희 산조는 , 꽃처럼 화사하지 않고 잎사귀보다 가지, 가지보다 줄기, 줄기보다 뿌리가 실한 산조이다“
박현숙의 가야금 연주 모습/사진제공=A&A
박현숙의 가야금 연주 모습/사진제공=A&A

 

[더프리뷰=서울] 박상윤 기자=황병기작품보존회와 공연기획사 A&A의 주최로 가야금 연주자 박현숙이 현행 가야금 산조 중 최대 규모라 할 수 있는 ‘정남희제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를 2003년 처음 완주한 이후 17년 만에 다시 열 번째의 전바탕 연주를 오는 2월 6일 (목) 7시 30분,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무대에서 갖는다.

산조는 우리 민속음악 중 독주곡의 최고 형식이다. 전통적인 순수 기악곡의 장르로, 19세기 후반에 탄생한 새로운 음악이다. 당시 가야금의 명인들이 연주하기 시작하였으며, 거기에는 다른 선율적인 요소가 흩어져 있었기 때문에 흐트러진 가락이라는 의미로 산조(散調)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산조는 원래 즉흥적인 음악이었으나 거기에는 기본적인 틀이 있었다. 느린 속도로 시작해서 중간 정도의 속도를 거쳐 빠르게 진행하는 속도의 변화가 기본 구조이다. 그것이 점차 정밀하게 분화되어 의식적으로 많은 악장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예전 가야금 명인들은 산조 하나에 일생을 걸었으며 그 안에 무궁무진한 세계와 희로애락을 모두 담았다. 자신의 음악성과 예술성이 다 들어가 있는 곡의 형식이 바로 산조인 것이다.

특히 「정남희제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는 김윤덕의 표현대로 ‘꽃처럼 화사하지 않고 말하자면 잎사귀보다는 가지, 가지보다는 줄기, 줄기보다는 뿌리가 실한 산조’이다. 정남희의 산조가락은 황병기에 의해 30여 년간 손질되고 다듬어져, 다스름-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엇모리-자진모리-휘모리-단모리의 총 8악장으로 완성되었고, 연주시간이 70여분에 이르는 현행 가야금 산조 중 최대규모로 짜여졌다.

가야금 산조의 대가인 정남희(丁南希, 1905~1984년)는 19세기 말엽 한숙구, 김창조 등과 동시대 가야금 명인이었던 한덕만(韓德萬, 1987~1934년)에게 여덟 살부터 가야금을 사사한 뒤, 16세에 전북 협률사에서 활동하기 시작했고, 29세(1934년)에 함흥 권번에서 사범으로 있을 때 일본 콜롬비아축음기주식회사에서 첫 가야금 산조 SP음반을 발표했다. 그는 6.25전쟁 때 월북하여 공훈배우와 인민배우의 칭호를 받았고 평양음악대학 교수를 지냈다.

황병기는 그의 가야금 산조(약 47분)을 김윤덕(金允德, 1918~1978년)에게 사사받았고(1952년), 그 후 30여 년간 가락을 손질하고, 다스름 등 부분적인 가락들을 첨가하여 「정남희제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를 만들어 냈다.

산조는 장식음, 잔가락, 농현들을 절제하면서, 가락의 논리적인 전개, 죄고 푸는 구성미를 중요시하는 산조다. 아기자기한 재미보다는 고고한 음악적 희열을 추구하는 격조 높은 산조인 것다. 작곡가 황병기는 자신이 짠 「정남희제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가 고도로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으므로, 흥청거리는 재미로 감상하기보다는 바흐의 파르티타나 베토벤의 소나타를 감상하듯 음악 그 자체에 몰두하여 관조적으로 감상해줄 것을 당부하였다. 또한 산조는 작곡자의 음악라기보다도 ‘연주자의 음악’이므로 곡 자체보다도 ‘어떻게 연주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박현숙 교수는 1974년부터 김죽파류 가야금산조를 김죽파 선생님께 직접 배우기 시작하여 1989년 선생님께서 돌아시던 해까지 사사하고, 다시 적공을 거듭하여서 이미 그 산조의 명연주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박교수는 2000년 4월에 김죽파류 가야금산조 전곡 연주회를 열고 CD음반까지 취입한 후, 바로 황병기 선생께 찾아가 「정남희제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를 시간을 쪼개가며 틈틈이 배우기 시작했다. 그 이래로 박교수는 이 산조의 음악세계에 더욱 몰두하면서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이제 그의 연주가 상당히 무르익은 경지에 달하게 되었다.

「정남희제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를 여러 차례 완주한 박현숙에 대해 황병기는 이렇게 평하였다.

“박현숙의 소리는 겸손하고, 따스한 인간적 정감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맑고 투명하다. 그의 가야금 선율이 모든 이의 가슴속에 길게 여울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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