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in 무비] 음악으로 색을 입힌 ‘레드 스패로(Red Sparrow)’
[클래식 in 무비] 음악으로 색을 입힌 ‘레드 스패로(Red Sparrow)’
  • 강창호 기자
  • 승인 2020.02.29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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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앤컬처 Arts & Culture 3월호 (Vol. 170)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2악장 ‘아다지오’
볼쇼이 수석 발레리나로 분한 배우 제니퍼 로렌스 (사진=네이버 영화)
볼쇼이 수석 발레리나로 분한 배우 제니퍼 로렌스 (사진=네이버 영화)

[더프리뷰=서울] 강창호 기자 = 볼쇼이 수석 발레리나 도미니카 예고로바(제니퍼 로렌스), 그녀는 자신의 최고 전성기 무대에서 그만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지옥 같은 현실에 직면한다. 발레리나로서의 화려한 삶과 성공 그리고 안정된 삶마저 포기해야 하는 상황. 그때 나타난 러시아 정보부의 삼촌 이반(마티아스 쇼에나에츠), 그러나 그를 경계하는 엄마의 불안한 눈빛이 영화의 결말을 말해주는 듯하다. 이윽고 삼촌 이반은 조카 도미니카에게 모종의 서류 봉투를 건네고 사라진다. 그렇게 영화는 속고 속이는 치열한 첩보 세계를 통해 한 인간의 처절한 삶과 고통 그리고 비밀스런 대반전의 서사를 보여준다.

볼쇼이 수석 발레리나로 분한 배우 제니퍼 로렌스, 발레 기본 동작을 익히기 위해 4개월동안 연습 (사진=네이버 영화)
볼쇼이 수석 발레리나로 분한 배우 제니퍼 로렌스, 발레 기본 동작을 익히기 위해 4개월동안 연습 (사진=네이버 영화)

미인계, ‘레드 스패로’ 그리고...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계략, 손자병법 36계 중 제31계 미인계(美人計)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자에게는 가장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알면서도 결국 당할 수밖에 없는 미인계는 첩보 심리전에서 매우 강력한 칼이 되어 돌아온다. 영화에서는 과거 실제로 존재했다고 알려진 스파이 양성 비밀 정보기관 ‘레드 스패로’를 통해 한때 구소련의 KGB를 연상시키는 잔인함과 선정성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주인공 도미니카는 어쩔 수 없이 “죽든지, 아니면 레드 스패로가 되든지”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결국 스파이 학교에 입교하게 된다.

영화는 냉전시대에 구소련과 유럽을 오가며 실제로 33년간 CIA 스파이로 활약했던 작가 제이슨 매튜스(Jason Matthews)의 소설 <레드 스패로>를 바탕으로 했다. 모두 4권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21세기 스파이 소설의 입문서’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작가의 과거 위험했던 현장 리얼리티가 가득하기에 소설은 더욱 긴장감 있게 다가온다. 그러나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가 없듯 먼저 소설을 봤다면 제대로 영화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아무래도 활자의 행간에서 오는 상상력이 무한하기에… 그래도 영화는 비교적 스토리텔링에 충실하다. 다만, <007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처럼 관객의 시선을 장악하는 스펙타클 한 액션을 기대했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심리 스릴러물처럼 등장인물들 간의 복잡 미묘한 관계 속에서 적과 아군의 피아 식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주인공 도미니카의 치밀한 복수극은 결말에 이르러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영화에는 안 나왔지만 영화의 동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첩보원의 시각으로 추적해서 본다면 도미니카가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그녀의 심리를 추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가 있다.

CIA요원 네이트를 유혹하는 도미니카 (사진=네이버 영화)
CIA요원 네이트를 유혹하는 도미니카 (사진=네이버 영화)

E. Grieg, Piano Concerto in A minor, Op.16 2nd mov. ‘Adagio'

영화의 사운드 트랙은 미국의 영화음악 작곡가 제임스 뉴턴 하워드(James Newton Howard)의 20개의 음악들 외에 많은 클래식 음악들을 쏟아 내고 있다. 우선 하워드의 음악은 그가 미국에서 공부한 전형적인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차이콥스키의 유작을 듣는 듯 그의 음악은 러시아가 가득하다. 첩보물에서 오는 텐션과 스릴 그리고 인간의 고뇌를 담은 그의 음악은 주인공의 심리 묘사까지 아울러 섬세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탄생했다.

또한, 미츠코 우치다(Mitsuko Uchida)의 연주로 듣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번 in C장조, K.279>, <피아노 소나타 8번 in a단조, K.310>, <판타지아 in c단조, K.475>, 차이콥스키 <12개의 피아노 모음곡 Op.40 중 6번(Chant sans paroles)>은 영화 속에서 들릴 듯 말 듯 잔잔하게 속삭이며 서로 간에 비밀을 털어놓는 듯 스릴러 있게 다가온다. 그 외 오케스트라 음악으로는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1번 in F장조, BWV1046>과 차이콥스키 <잠자는 숲 속의 미녀 Op.66, 3막 파드되 ‘Adagio'>가 있다.

레드 스패로 포토존-제니퍼 로렌스(Jennifer Shrader Lawrence) (사진=네이버 영화)
레드 스패로 포토존_제니퍼 로렌스 (사진=네이버 영화)

무엇보다 가장 빼놓을 수 없는 음악이 있다면 바로 그리그(Edvard Grieg)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16, 2악장 ‘아다지오'>다. 이 음악에 대해선 도미니카의 말이 인상적이다. “맨 처음 춤을 추게 한 음악이 바로 이 음악이며, 만약 음악이 물감이라면 나는 그 물감을 가지고 청중에게 색을 입히고 있다”라고 말한다. 영화에서의 그리그 음악은 북유럽의 신화를 들려주는 것처럼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몽환적이며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음악은 의도적으로 이펙트 효과를 높여 마치 꿈속에서 듣는 듯, 행복했던 과거의 추억과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주인공의 간절한 심경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음악의 분량은 길지 않지만 가장 주인공의 내면을 투영하는 음악이기에 영화의 전체를 통틀어 가장 비중 있게 다가온다.

프란시스 로렌스(Francis Lawrence) 감독과 배우 제니퍼 로렌스(Jennifer Shrader Lawrence) (사진=네이버 영화)
프란시스 로렌스(Francis Lawrence) 감독과 배우 제니퍼 로렌스(Jennifer Shrader Lawrence)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는 과거 <헝거 게임> 시리즈를 통해 환상적인 콤비를 이룬 프란시스 로렌스(Francis Lawrence) 감독과 배우 제니퍼 로렌스(Jennifer Shrader Lawrence)의 호흡이 좋은 영화를 만들어 냈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등으로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쌓은 제니퍼 로렌스는 발레리나 역을 위해 4개월 이상 발레의 기본 동작들을 연마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감독은 제니퍼 로렌스의 캐스팅을 두고 “얼굴형, 눈빛 등의 외관에서 러시안의 느낌을 받았다”며 그녀를 캐스팅한 특별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이밖에도 제레미 아이언스, 조엘 에저튼, 샬롯 탬플링과 같은 훌륭한 배우들이 영화의 캐릭터를 한층 높였다.

영화 레드 스패로_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레드 스패로_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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