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첫 오페라 퍼포먼스
'위험한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첫 오페라 퍼포먼스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09.04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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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칼라스의 일곱 가지 죽음’ 초연
윌렘 대포, 소프라노 박혜상 등 출연
라이브 스트리밍, VOD 시청 가능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세르비아 출신의 세계적인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첫 오페라 퍼포먼스 <마리아 칼라스의 일곱 가지 죽음>(7 Deaths of Maria Callas)을 초연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의 바이에른 국립오페라극장(Bavarian State Opera House)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세기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의 쓸쓸했던 말년의 모습을 그린 오페라&퍼포먼스 작품이다.

당초 지난 4월 공개 예정이었다가 코로나19로 연기된 이 작품은 세르비아 작곡가 마르코 니코디예비치(Marko Nikodijević, 1980-)가 음악을 맡고 벨리니, 비제, 푸치니, 도니제티, 베르디 등의 오페라 음악들을 사용했다.

2일에 이어 5-6일에도 공연되며 5일 공연은 라이브 스트리밍을 제공한다. 라이브 스트리밍은 현지시간 5일 오후 6시 30분(한국시간 6일 오전 1시 30분)에 바이에른 국립극장 사이트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마리나와 마리아 칼라스에게 공통된 질문은 “삶과 예술이 분리될 수 있는가, 분리되어야 하는가?”이다. 마리나는 삶이 곧 예술이라고 결론짓는다. 무대에서는 마리아 칼라스의 삶에서 가장 상징적이었던 아리아인 벨리니의 <정결한 여신>을 비롯, <지난 날이여 안녕>,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등 7개의 유명 오페라 아리아를 통해 여주인공 7명의 죽음을 보여준다. 아리아들은 실제 성악가들이 부르며 <라 트라비아타> 비올레타의 아리아는 한국 소프라노 박혜상이 부른다. 박혜상은 지난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입상한 바 있다.

소프라노 박혜상(c)SangwookLee(사진제공=크레디아)
소프라노 박혜상(c)SangwookLee(사진제공=크레디아)

극중 여주인공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하는데 특이한 것은 홀로 죽는 것이 아니라 살해당한다는 것이다. 살인자 역은 배우 윌렘 대포가 맡았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리허설 전 인터넷 매체 Artnet News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여성에 대한 힘의 부여에 관한 작품”이라며 주인공은 죽어가지만 힘과 권력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영화 배우 윌렘 대포(c)Ilya Mauter(사진=wiki commons)
영화 배우 윌렘 대포(c)Ilya Mauter(사진=wiki commons)

또한 마리아 칼라스와 자신의 공통점은 감정적으로 매우 격하지만 동시에 여리다는 점이라며, 차이가 있다면 자신의 경우 작품이 자신을 구했다는 점이라고도 말했다. 마리아 칼라스는 1975년 오나시스가 사망한 이후 파리의 아파트에서 은둔자로 완전한 상심 속에 말년을 보내다 1977년 53세의 나이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이 오페라가 “상심에 의해 죽어가는,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죽음을 당하는 이야기”라며 현대미술가 파올로 카네바리(Paolo Canevari, 1963-)와의 개인적 관계를 암시하며 회한의 모습을 비치기도 했다. 두 사람은 10여 년 전 비탄 속에 헤어졌다.

오페라 퍼포먼스인 만큼 작품에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특유의 기괴하고 무서운 소도구들이 사용된다. 칼, 뱀, 불, 스모크 머신 등이 등장해 마리아 칼라스의 시그니처를 유기적으로 연출하며 마리나와 마리아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

작품 전반부에서는 여러 오페라 아리아들이 연주되며 <정결한 여신>에 이어 마르코 니코디예비치의 현대음악으로 절정을 이룬다. 후반부에서는 파리의 아파트에서 쓸쓸히 방안을 거니는 마리아 칼라스의 모습을 재현하며 그녀의 내면의 독백을 들려준다.

'디바' 마리아 칼라스, 1958년 모습(사진=wiki commons)
'디바' 마리아 칼라스, 1958년 모습(사진=wiki commons)

“오래된 전통 매체인 오페라를 해체해 보고 싶었다. 새롭게 보는 방법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마리나는 바이에른 국립극장 무대에 서게 되면서 주류 무대에서도 자신이 이방인이 아님을 입증한 셈이 됐다. 그녀는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여러분을 포옹할 수도, 키스할 수도 없다. 나의 열정을 나눌 수 없어 정말로 안타깝다”고도 했다. 코로나 시대에도 공연은 계속되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는 ‘뉴 노멀’이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하지만 “공연이 코로나에 적응하기 보다는 코로나가 공연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며 작품창작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마리아 칼라스의 일곱 가지 죽음>은 라이브 스트리밍 이후 9월 7일부터 10월 7일(현지시간)까지 한 달간 VOD 서비스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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