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커뮤니티댄스 보고서]-3 예천 상월리 노인들을 위한 커뮤니티댄스 후기
[노인 커뮤니티댄스 보고서]-3 예천 상월리 노인들을 위한 커뮤니티댄스 후기
  • 이종호 기자
  • 승인 2020.10.09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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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를 따라하지 말고 각자의 창조성을 발휘하는 게 중요
일회성보다는 지속적 참여가 중요
'노인 커뮤니티댄스' 참가자들 기념촬영(사진=영국문화원)
'노인 커뮤니티댄스' 참가자들 기념촬영(사진=영국문화원)

[더프리뷰=서울] 아래 글은 예천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커뮤니티댄스 어크숍을 진행했던 다이앤 애먼스(Diane Amans)가 쓴 것이다.

2019년 10월, 주한 영국문화원의 초청으로 한영 문화예술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경상북도와 함께한 이 프로젝트는 노인들과 같이 주로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참여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는 사람들을 포용하여 모든 사람이 무용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커뮤니티댄스 프로젝트의 참여자는 20여 명의 농부들로 대부분이 무용활동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모두 생업을 가진 분들이라 저녁마다 그들이 사물놀이를 연습하는 마을회관에서 워크숍을 진행했으며, 두 시간짜리 워크숍을 다섯 번 진행하고 나서 안동시 서구동 복지관에서 소수의 관람객을 대상으로 마지막 워크숍이자 간단한 무대를 선보였다.

커뮤니티댄스 워크숍 모습(사진=영국문화원)
커뮤니티댄스 워크숍 모습(사진=영국문화원)

이 프로젝트의 주된 목표는 참여자들의 창의적 표현을 유도해 참여와 즐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으며, 참여자들의 피드백을 보면 이 목적이 잘 달성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나는 내가 함께 일했던 모든 단체와 마찬가지로, 나를 따라하는 것보다 각자 창의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알맞은 조건을 갖춰주는 것을 목표로 했다. 나는 늘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며, 지시를 내리기보다는 자극을 주고 제안하는 것을 선호한다. 나는 나 자신을 강사로 여기지 않지만, 가끔 참여자들은 안무가들이 강사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예천의 농부들도 처음에는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기를 기대했다.

매 수업은 참여자들에게 익숙한, 따라할 수 있는 워밍업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가능한 한 빨리 그들만의 춤동작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격려했다. 리본으로 하는 자유로운 동작과 같은 창의적인 워밍업 활동들을 알려줬으며, 농사일을 할 때의 동작들을 보여달라고도 했다. 이것은 우리의 창의적인 춤의 기반이 되었고, ‘파머스 댄스(Farmer’s Dance)’라 부르기로 했다. 처음에는 다소 소극적이었으나 세 번째 수업이 되자 그들은 좀 더 편안해졌고 정말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들은 열정적으로 참여했으며 상당수가 다시 어린이로 되돌아간 것 같다고 했다.

워크숍
커뮤니티댄스 워크숍 모습(사진=영국문화원)

그들은 온종일 밭에서 일해야 했기에 세 번째 수업까지는 저녁에 두어 시간 정도만 만날 수 있었다. 네 번째 수업에는 모두 어렵게 시간을 내어 낮에 만나기로 했다. 넓은 외부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폐교에서 워크숍을 진행했다. 최적의 장소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바닥을 닦았고 농부 한 명이 재빠르게 건물 주변의 잡초를 베어냈다. 서로 웃고 소통하는 이 상황이 촬영된 영상 장면은 참가자들이 창의적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 프로젝트 기간 여러 번의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고, 수업 중 무엇이 가장 재밌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떤 사람들은 본인이 가장 즐겼던 특정 활동, 리본을 이용해서 춤을 추는 것과 대형 고무밴드를 이용한 동작들을 언급했고, 어떤 사람들은 역동적인 단체활동에 관한 의견과 같은 전반적인 논평을 하기도 했다. 더불어, 몇몇 사람은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고 했으며, 또한 더욱 끈끈한 ‘공동체의식’이 생겼다고 했다. 마지막 수업을 참관했던 사람 중 한 명이 나에게 이런 이메일을 보냈다.

워크숍
커뮤니티댄스 워크숍 모습(사진=영국문화원)

“사람들이 즐겁게 춤 추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선생님의 수업을 통해 그들은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많은 자유를 만끽했다. 그들이 일생에 이런 아름다운 춤 수업에 참여할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안하고 싶은 후속활동
✳ 농부들이 무용가나 무용강사가 이끄는 정기적인 모임을 가진다면 좋을 것이다. 만약 무용가가 매주 방문하기 어렵다면,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을 그룹 내에서 뽑아 일주일에 한 번 만나서 프로그램을 이어나가면 된다. 무용수는 한 달에 한 번 방문해서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간단한 동작들을 더 알려줄 수 있다.
✳ 무용 프로그램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물놀이 프로그램과 합동으로 이뤄져도 될 것 같다. 몇 명의 농부들은 그들만의 독창적인 춤동작을 고안해내고 다른 이들은 그에 맞는 리듬을 북으로 연주하는 것이다.
✳ 노인들을 위한 수업을 진행하는 안무가와 이들의 실습을 관찰하고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멘토를 위한 교육 진행한다.

 

다이앤 애먼스(사진=영국문화원)
다이앤 애먼스(사진=영국문화원)

다이앤 애먼스(Diane Amans)는 피플 댄싱의 협력 무용가로 피플 댄싱이 매년 개최하는 여름학교의 교육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일본 오사카의 일본 현대무용 네트워크가 진행하는 커뮤니티댄스 입문과정을 맡고 있다. 애먼스는 노인들과 함께 활동하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무용을 즐길 수 있도록 위험요소들을 평가하고 무용을 처음 접하는 노인들에게 적절한 접근법들을 공유한다

그녀가 집필한 <커뮤니티댄스 입문 An Introduction to Community Dance Practice>(2008)과 <나이와 무용: 노인과 커뮤니티댄스 Age and Dancing: Older People and Community Dance Practice>(2012)는 영국과 해외에서 인정받는 커뮤니티댄스 학부과정의 필독서이다. 그녀가 개발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노인과 함께하는 무용 입문(Introduction to Leading Dance with Older People)’은 노인과 함께하는 무용수업을 계획할 때 고려해야 할 여러 이슈들을 생각해보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그녀는 특히 세대간 교류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2세부터 83세까지의 참가자들이 함께하는 ‘At My Age’라는 세대간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구성원들이 동등하게 프로그램에 기여하고 그 안에서 창의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을 경험하는 과정이다. 세대 간 교류 프로젝트는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가 서로에게 가진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포용적인 접근을 추구한다. 2017년 주한 영국문화원이 주최한 ‘창의적 나이듦’ 콘퍼런스에 초청된 바 있다.

 

바르디몽
야스민 바르디몽(사진=영국문화원)

한편 안동에서 워크숍을 맡았던 야스민 바르디몽(Jasmin Vardimon)은 세계적 명성의 안무가로, 한국에서도 2009년 <예스터데이>, 2019년 <피노키오> 등 두 차례 공연한 바 있다. 이스라엘 출신의 바르디몽은 1995년 영국문화원의 'On the Way to London' 안무상 수상을 계기로 90년대 후반 영국으로 작업 터전을 옮겼다. 2006년부터 영국 최고의 무용 극장인 새들러스 웰스(Sadler's Wells) 협력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도전적이고, 흥미롭고, 시각적으로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바르디몽은 인간행동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을 바탕으로 신체극, 특색 있는 캐릭터, 기술, 텍스트 및 춤을 결합한 독특한 연극적 스타일의 안무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인간의 보편적 경험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들을 예리하게 찌르는 대담한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 혁신적이며, 아름답고 섬세한 움직임, 통찰력 있는 유머 및 매력적인 드라마를 통해  높은 완성도를 추구한다.   

무용교육에도 특별한 열정을 지니고 있어 무용단과 함께 교육자선단체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2011년부터 울버햄프턴 대학(University of Wolverhampton) 방문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로열 홀로웨이 대학(Royal Holloway University London)에서는 대학원 과정의 무용수와 배우를 위한 고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2013년 국립청년무용단(National Youth Dance Company)이 설립된 첫해에 객원 예술감독을 맡은 바 있으며, 이후 본인의 교육자선단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동문 및 재학 중인 무용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 가운데 <Maze>(2015)는 미로를 통해 관객이 관찰자와 참가자가 되는, 춤과 시각예술을 융합한 몰입형 작품이다. 참가자는 '빛' 또는 '어둠'의 길을 선택하고 이 개별 경로를 따라 관객은 작품과 더 근접하게 그리고 무용수들과 함께하는 경험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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