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Moon)에게 바치는 노래?” - 드보르작의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
“문(Moon)에게 바치는 노래?” - 드보르작의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
  • 한혜원 음악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2.1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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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하늘에서 빛나는 달님이여, 내 사랑을 전해주세요”

[더프리뷰=서울]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 최근 뜻하지 않게 화제가 된 오페라 아리아가 있다.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에도 나오는 노래로,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인 1월 24일 KBS ‘열린 음악회’에서 불렸다는 이유에서다.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 Rusalka>에 나오는 ‘달의 노래’다.

이 노래의 영문 제목은 ‘Song to the Moon‘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달의 노래‘ 혹은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한다. 친문 지지자들은 대통령의 성에 빗대 문 대통령을 달님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KBS 열린 음악회가 지난해 1월 27일에 이어 올해도 같은 노래를 방영하자 2월 2일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정권코드 맞추기’라며 문제 삼고 나섰던 것.

​배경이야 어쨌든, 덕분에 이 노래는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됐다. 이 기회에 오페라 <루살카>와 ‘달의 노래’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루살카>는 대본이 체코어로 돼 있어 자주 공연되는 편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2016년에야 국립오페라단에 의해 초연되었다.

<루살카>는 드보르자크의 9번째 오페라로, 1901년 3월 31일 프라하 국립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루살카는 슬라브 신화에 나오는 물의 정령인데, 유럽 문화권에서는 ‘님프’나 ‘운디네’ 등으로도 불리며 사람의 형상이거나 인어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1836년 발표된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에는 착하고 지고지순한 인어가 등장하지만, 일반적으로 루살카나 운디네들은 차갑고 인간에게 적대적인 물의 정령들이다. 독일의 푸케가 쓴 <운디네>에서도 물의 정령을 배신한 남자가 결국 죽음을 맞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루살카는 넓은 호수를 지배하는 정령 보드니크의 딸이다. 어느날 호숫가로 사냥을 나온 인간 왕자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래서 마녀 예지바바를 찾아가 인간으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인어공주>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마녀는 인간이 되는 약을 주면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면 목소리를 잃어버리게 되고, 왕자가 루살카를 배신할 경우에는 루살카와 왕자 둘 다 저주를 받을 거라고 말한다.

호숫가에서 인간이 된 루살카를 만난 왕자는 한 눈에 반한다. 원래는 사랑의 듀엣을 불러야 하지만 목소리가 없는 루살카는 부르지 못하고 왕자 혼자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왕자와 루살카는 행복하게 지내나, 말을 못하는 여인에게 계속 사랑에 빠져있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왕자는 루살카와의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하객으로 온 이웃나라 공주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마침내 루살카를 배신한다. 루살카의 아버지 보드니크는 왕자에게 닥쳐올 불행을 경고하면서 루살카를 데리고 호수로 돌아간다.

호수로 돌아온 루살카에게 예지바바가 찾아와 왕자를 죽이면 저주에서 풀려날 거라며 단검을 준다. 루살카는 사랑하는 왕자를 죽일 수 없어 단검을 던져버리고 처참한 저주를 받아들인다. 사람을 물로 유인해 죽이는 죽음의 정령 블루디카로 전락한 것이다. 살인귀가 되어버린 루살카에게 왕자가 찾아와 용서를 구한다. 이미 저주받은 살인 정령 루살카는 자신에게 키스를 하면 죽는다고 경고하지만, 왕자는 운명을 받아들이겠다면서 루살카에게 키스하고 그녀 품에서 숨을 거둔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가 바로 ‘달의 노래’(Song to the Moon)이다. 루살카가 왕자에게 반해 짝사랑의 열병을 앓을 때, 하늘의 달을 향해 자신의 사랑을 전해달라고 고백하는 아름다운 노래다. 르네 플레밍, 안나 네트렙코, 크리스틴 오폴레 같은 뛰어난 소프라노들이 이 곡을 노래했다.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에서는 소프라노 루치아 포프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꽃들이 만개한 정원이 보이는 거실에서 데이지 여사가 평화로이 수를 놓을 때 흘러나오는 노래가 그것이다. ‘달의 노래’는 이 영화 덕에 더 많이 알려졌다.

소프라노들 외에 고티에 카푸숑이나 죠슈아 벨 같은 음악가들도 이 노래를 연주했다. 몇 개 영상을 추천해본다. 깊은 밤 달빛 아래 애절한 마음을 쏟아내는 루살카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hzgQPjbDTMM 크리스틴 오폴레
https://www.youtube.com/watch?v=Vt4vGLW5xOM 안젤라 게오르규
https://www.youtube.com/watch?v=YXHbSBwOXiI 르네 플레밍
https://www.youtube.com/watch?v=IV1FcZjhdlA 강혜정

깊은 하늘에서 빛나는 달님이여
당신의 빛은 먼 곳까지 비추고
넓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들여다보지요

오, 달님, 그 자리에 멈추고
내 사랑이 어디 있는지 말해주세요
은빛 달이여, 내가 그를 꼭 안고 있다고
꿈에서라도 나를 기억해 달라고

그에게 말해주세요
그를 기다리는 이가 누군지
만약 그가 내 꿈을 꾸고 있다면
그 기억이 그를 깨우게 하소서

달님이시여, 사라지지 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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