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발레계의 반항아, 세르게이 폴루닌의 '인 유어 룸(In Your Room)'
다시 찾아온 발레계의 반항아, 세르게이 폴루닌의 '인 유어 룸(In Your Room)'
  • 배소연 기자
  • 승인 2021.06.12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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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코르베인 감독과 함께 디페쉬 모드의 히트곡 재현

[더프리뷰=서울] 배소연 기자 = 지난 5월 25일 온라인으로 선공개된 세르게이 폴루닌(Sergei Polunin)의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디페쉬 모드의 1993년 히트곡 <인 유어 룸In Your Room>을 재해석한 춤이다.

최근 발레를 소재로 한 TvN <나빌레라> 웹툰의 지민 작가를 포함,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희대의 천재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은 스타가 사랑하는 예술가인 안톤 코르베인(Anton Johannes Gerrit Corbijn van Willenswaard) 감독의 연출로 영화 <댄서2>를 작업중이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영화 <댄서2>의 일부로, 한층 성장한 폴루닌의 저주받은 천재적 재능을 디페쉬 모드의 히트곡에 맞춰, 숨기고 싶었던 그의 내면을 표출했다. 로스 프레디 레이(Ross Freddie Ray)가 안무한 <인 유어 룸>에는 네덜란드의 광활한 테르스헬링섬에서 폴루닌이 홀로 악마와 싸우는 폭풍 같은 모습이 담겨있다. 세차게 바람 부는 모래 언덕 위에서 촬영한 이 작품을 연출한 안톤 코르베인 감독은 “노래가 지닌 내적 갈등을 척박한 네덜란드 북부의 11월 날씨 속에서 그는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모든 이가 그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라고 극찬했다.

Sergei_Polunin_Terschelling_(c)Anton Corbijn
새 영화 작업 중인 세르게이 폴루닌 (c)Anton Corbijn

남다른 유연성을 자랑하는 세르게이 폴루닌은 1989년 우크라이나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그 의 빛나는 재능을 한눈에 알아챈 그의 어머니는 가족과 뿔뿔이 흩어지는 상황을 감수하면서 세르게이를 영국 로열발레학교에 입학시켰다. 2003년에 입학한 그는 6년 후 로열발레단의 최연소 솔리스트로, 2010년에는 로열발레단 역사상 최연소 주역 무용수로 발탁됐다. 남들보다 빠른 그의 파격적인 성장은 끊임없는 연습과 몰입의 결과물이었다. 공중에서 멈춘 듯한 우아한 점프력,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카리스마와 외모는 세간의 주목을 받아, 그를 출연시키려면 2년 전부터 예약이 필요할 만큼 인기 절정이었다. 무용수라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그의 창창한 미래는 갑자기 그의 돌연한 사퇴 발표로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다큐멘터리 영화 <댄서1>은 세계적인 발레리노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세르게이 폴루닌의 어린시절과 로열발레단 입단 시절을 보여준다. 마약, 우울증, 문신 등 돌발행동으로 인해 발레계를 떠나 방황하던 세르게이 폴루닌의 과거사를 녹여냈다. 발레를 떠났던 그는 러시아에서 새롭게 출발한다. 2014년에는 유명 사진작가 데이비드 라샤펠의 감독으로 호지어(Hozier)의 <Take Me to Church>에 맞춰 춤을 춘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문신이 가득한 상체를 노출한 채로 그 동안의 모든 감정과 생각을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온라인에 먼저 공개된 영상은 단숨에 유튜브 조회수 1천900만 이상의 뷰를 기록할 만큼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5년이 흐르는 동안 그의 천재는 발레뿐만 아니라 할리우드까지 접수했다. 세계적인 발레리노이자 배우, 모델, 작가로 활동영역을 넓힌 그는 새로운 꿈과 열망, 도전으로 성숙하고 농익은 남성미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는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오리엔트특급 살인>,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의 <레드스패로>, 랄프 파인즈 감독의 <화이트 크로우>에 출연했고, 2020년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다니엘 아르비드 감독의<단순한 열정>에서는 주연을 맡았다. 2021년 4월 테누에스 출판사에서 그의 개인사와 사진이 담긴 자서전 <자유: 사진과 글로 나타낸 삶 Free : A Life in Images and Words>을 간행했다.

그와 함께 작업하는 네덜란드 출신 안톤 코르베인 감독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최근 샤넬 2021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의 모든 촬영을 티저부터 사진, 쇼 영상까지 담당할 정도로 예술 분야에서 전방위적 명성을 쌓은 예술가이다. 이전에는 록밴드 디페쉬 모드, 너바나, U2, 닉 케이브, R.E.M., 롤링 스톤즈 등의 70여 편에 달하는 뮤직비디오 감독이자, 2007년 <컨트롤>, 2015년 <라이프>, 2014년 <모스트 원티드 맨>등 영화감독으로 활동했다.

날카로운 시선과 통찰력을 가진 안톤 코르베인 감독과 세르게이 폴루닌의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표현력이 앞으로 영화 <댄서2>에서 어떻게 재탄생할지 궁금하다. 묵직하고 진한 울림을 선사하는 세르게이 폴루닌의 행보에 기대가 높아진다.

세르게이 폴루닌(좌)과 안톤 코르베인
세르게이 폴루닌(좌)과 안톤 코르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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