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의 비극은 여전히 진행중“ – 극단 산수유 ‘공포가 시작된다’
“후쿠시마의 비극은 여전히 진행중“ – 극단 산수유 ‘공포가 시작된다’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1.08.0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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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 드러나는 심각함과 처절함
'공포가 시작된다' 공연포스터 (제공=극단 산수유)
'공포가 시작된다' 공연포스터 (제공=극단 산수유)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1…2… …8…13… …20… 알 수 없는 숫자들을 내뱉으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르면서 묵묵히 계속한다. 1년, 2년 반복되면서 주변 동료들은 하나 둘씩 쓰러지고 죽어나간다. 보이지 않는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그들은 가족에게조차 환영받지 못한다. 정부의 일방적인 안전기준에 의구심이 들지만 쉽게 행동에 나서지도 못한다. 남의 시선, 이상한 압박... 보이지 않는 위험에 서서히 무너지고 죽어가면서 공포는 계속된다.

극단 산수유의 제17회 정기공연 <공포가 시작된다>(토시노부 코죠우 작, 류주연 연출)가 오는 9월 3-12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일요일 오후 3시. 월요일은 공연하지 않는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한 현재진행형, 핵발전소의 비극

일본 극작가 토시노부 코죠우 원작의 <공포가 시작된다>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대한 이야기로, 일본에서는 2013년 초연됐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파괴된 후쿠시마 핵발전소. 그곳에서 위험을 무릅쓴 채 복구작업을 진행하는 사람들. 그들은 불안함 속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과 마음, 그리고 화목했던 가정마저 차츰 위태로워지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이 작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서서히 잠식돼가는 사람들, 그들을 외면하는 사회와 기업, 조작과 은폐, 죽음과 질병의 이야기를 두 가정의 일상을 통해 말해주고 있다. 자칫 어둡고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유머와 웃음으로 이어가고 있어 우리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토시노부 코죠우는 극단 산수유의 류주연 연출에게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안겨준 바 있는 <기묘여행>의 원작자로, 연출과 작가의 두 번째 만남이 기대된다. 일본 공연에서는 그가 직접 연출했으며 올 12월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공포가 시작된다>는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핵발전소의 비극을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연극 '공포가 시작된다' (제공=극단 산수유)

우리네 삶에 현존하는 사회문제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통찰하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위험성을 축소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토시노부 코죠우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아픔은 후쿠시마만이 아니라 일본 전체의 문제이다.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고통의 심각성을 상기시키고 싶었다.” 라고 말한다.

이 연극은 평범한 두 가족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우리 모두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제3자가 아닌 자기 자신의 문제로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또한 작가는 “국민의 안위에는 아랑곳없이 나라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정책이 정말 올바른 것인가”라는 문제제기를 통해 왜곡과 외면이 지닌 잔인성을 보여줌으로써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게 하는, 더 나아가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우리 삶 속에 현존하는 사회문제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통찰하고 있다.

연극 '공포가 시작된다' (제공=극단 산수유)

무거운 주제, 심각성과 처절함을 일상의 실감으로 표현

연출을 맡은 류주연은 후쿠시마의 방사능 유출 문제가 “어느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문제”라며 <공포가 시작된다>는 무거운 주제를 일상을 통해 전개함으로써 그 심각성과 처절함을 더욱 실감나게 표현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세밀한 일상의 모습을 상징적인 무대 위에 구현함으로써, 남의 일이기만 할 것 같은 이야기가 바로 나의 일일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러한 위기와 난관은 천재가 아니라 인재이며,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라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2008년 창단한 극단 산수유는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작품 분석력과 예리한 통찰력, 조용하고 밝은 카리스마가 특징이다. 또한 배우와 스태프 모두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동료들로서 현대적이며 감각적인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이자 상임연출인 류주연은 극단 백수광부 출신으로 극단 산수유를 창단했으며 <별무리> <주머니 속 선인장> 등 많은 작품의 연출을 맡았다. 2010년 제47회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했다.

출연 김용준, 우미화, 신용진, 김선미, 박시유, 반인환, 강선영, 홍성호, 김신영, 서유덕, 윤수현, 손필재, 황비홍. 공연시간 100분. 입장권 가격은 3만원이며 인터파크,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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