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판야무, 280분짜리 공연 도전
춤판야무, 280분짜리 공연 도전
  • 이시우 기자
  • 승인 2021.09.21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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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흔적 없이 사라져간 사람들의 이야기” - 솔로연작 무대 <오>
춤판야무 연작 솔로 공연 '오'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 무려 4시간 40분(중간휴식 포함 5시간 30분)짜리 무용공연이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펼쳐진다. 춤판야무의 안무가 금배섭이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만든 연작 솔로 다섯 편을 10월 8일과 10일 각각 오후 4시부터 연이어 공연하는 것.

‘한국사회에 비빌 언덕 없이 홀로 버티며 존재의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 사람들’ 이란 관통된 주제로 솔로연작을 만들어온 금배섭은 2014년 <미친놈 널뛰기>를 시작으로 2017년 <섬>과 <니가 사람이냐?>, 2018년 <포옹>, 2020년 <?> 등 다섯 편을 공연했는데 이번에 서울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을 얻어 이들을 모두 엮어 연속공연을 하게 된 것. <니가 사람이냐?>(출연 김석주)를 제외한 나머지 4편을 모두 금배섭이 춘다.

춤판야무는 처음부터 연작의 형태를 계획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첫 작품 발표 이후 주변에서 홀로 버티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체감하기 위해 계속 작품을 만들게 됐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오래두고 깊이 바라보며 긴 호흡으로 한 작품, 한 작품을 이어가고 싶다는 것이 안무자 금배섭의 생각이다.

각 작품마다의 집요함과 다양성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여러 각도로 바라보는 시선을 제시한다. 개별 인물을 세밀히 들여다보면서 한국사회를 구석구석 살피는 현미경이 되기도 하고, 거리 두어 낯설게 바라보는 망원경이 되기도 한다.

춤판야무는 이번 공연을 통해 자신들이 그동안 어떤 무대를 펼쳐보이고자 했는가, 제작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변수와 난관, 가능성을 만나게 되었는가를 잠시 멈추고 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과 방향을 세우고자 한다. 연작솔로 <오>는 춤판야무 솔로 연작의 관통된 주제를 펼치기 위해 한 호흡으로 내딛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섯 작품 이야기(공연순)

1. <?>

온통 물음표뿐인 세상에서 홀로 물음표를 안고 사는 이주여성에 관한 이야기. 그녀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다. 고국을 떠난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온통 물음표뿐이다.

<?> (c)박태준

2. <니가 사람이냐?>

한 사람을 둘러싸고 시작되었던 사소한 의혹들은 어느새 그를 확실한 범죄자로 만들었다. 믿고 싶은 대로 믿으려는 군중심리 속에서 개인은 어쩔 수 없이 군중이 원하는 대로 낙인 찍혔다. “니가 사람이냐?”고. 진실을 밝히려는 모습을 영상으로, 그를 둘러싼 거짓은 무대 위 모습으로, 두 가지를 번갈아 가며 표현한다. 결국 영상은 무대의 자신을 비추며 실제와 거짓의 혼돈을 표현한다. 스스로도 거짓이 진실이라고 믿게 되는 것처럼.

'니가 사람이냐?' (c)박태준

3. <미친놈 널뛰기>

<미친놈 널뛰기>는 부당함에 대항하여 자신의 권리와 인간의 존엄성을 찾으려는, 그래서 스스로 신이 되기를 바라는 어느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오늘날 우리들의 삶에 직면해 있는 문제를 전통적인 요소 안에서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지, 현대적인 어법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에 주목했다.

'미친놈 널뛰기' (사진제공=춤판야무)

4. <섬>

탈북과 여러 차례 강제북송을 거치면서 한국에 온 탈북민의 생활은 녹록치 않을 것이다. 이를 견뎌내기 위해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어쩌면 그들은 ‘북한이라는 고립된 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고립된 섬’을 또다시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작품은 전반적으로 탈북민의 기억과 현실, 시공간을 오간다. 이는 자신(현재 존재하는) 외에 또 다른 누군가(과거 혹은 미래의 자신)를 불러내어 그와 만나고 그와 생활하는 모습이다.

'섬' (c)박태준

5. <포옹>

자신의 과오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의 이야기다. 가장 소중한 사람의 주검을 품에 안는 순간, 죽음을 막을 수 있었던 순간으로 이동한다. 죽음으로 가는 모든 경우의 수를 막기 위해 그는 과거를 바꾸려 한다. 돌이킬 수 없는 순간으로 들어갔다가 현실로 빠져나오고, 현실과 기억이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꼬인다. 그에게는 혼돈뿐이다.

'포옹' (c)박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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