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안돼”--CTS와 로라 피셔
“여기선 안돼”--CTS와 로라 피셔
  • 이종찬 기자
  • 승인 2019.02.0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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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OH의 공동창설자이자 시카고 극장 스탠다드(CTS) 코디네이터인 로라 피셔. /사진제공=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NIOH의 공동창설자이자 시카고 극장 스탠다드(CTS) 코디네이터인 로라 피셔. /사진제공=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의 초청으로 2월 8일부터 서울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는 로라 피셔(Laura T. Fisher)는 시카고를 주 무대로 다수의 연기상을 수상한 베테랑 배우이자 활동가이다. Not In Our House(NIOH)의 공동 설립자이자 시카고 극장 스탠다드(The Chicago Theatre Standards, CTS)의 코디네이터이다. 그녀는 시카고 셰익스피어 극장, 굿맨 극장, 스테판 울프 극장 등 다수의 미국 메이저급 극장들이 제작한 연극에 출연했으며 영국,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나라에서 공연에 참여했다.

로라는 미국영상배우조합의 조합원으로 <Contagion> <Captive State> <Widows>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Chicago Fire> <Chicago PD> <Sense8> <Empire> 등 다수의 텔레비전 드라마 및 넷플렉스 드라마에 출연했다. 그녀의 차기작 드라마 <Red Line>은 곧 미국 전역에 방영될 예정이다.

로라는 시카고 극장 스탠다드의 코디네이터로서 지난 2년 동안 여러 극단과 예술가들을 이끌며 CTS를 만들고 이것이 실제 공연작업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파일럿 테스트를 주도했다. 1년 여 CTS 시험기간을 통해 그 실효성을 확인한 후 미국 전역을 돌며 이를 많은 공연예술계 동료들과 공유해왔다. 미국내 100여개 극장과 극단이 CTS를 채택했다.

CTS는 누구든 notinourhouse.org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NIOH의 공동 설립자인 그녀와 로리 마이어스(Lori Myers) 두 사람은 스테이지 레프트(Stage Left)의 할리 플래내건상(Hallie Flanagan Award)과 리번델 시어터(Rivendell Theatre)의 워렌상을 수상했으며, 일리노이예술재단(Illinois Arts Foundation)과 미국 여성유엔위원회의 시카고 지부에서 예술활동가로서의 공로를 인정 받았다.

시카고 연극 스탠다드

2015년 1월 15일, 시카고의 배우 로리 마이어스는 “NOT IN OUR HOUSE(우리 극장에선 안 돼”라는 말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유서 깊은 한 극장에서 자신을 성적으로 괴롭혔던 가해자에게 똑같은 피해를 본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서 만든 문구다. 그녀들이 겪은 성폭력 문제가 알려지게 되었지만, 큰 목소리를 내기에는 어느 누구도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가해자와 주변의 보복이 두려웠던 것이다. 자신들을 믿어주지 않고, 다시 일할 수 없게 될 것 같아 두려웠다.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소리를 낼 수 없다고 느꼈고, 오히려 타인들에게 해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것이 두려웠다. 커뮤니티를 분열한다는 말을 듣거나, 가십거리로 전락할 것도 두려웠다. 사적으로 여러 명에게 경고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고, 상황을 통제하기를 바란 사람들도 있었다. 이 극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예술가들이 언론이나 열정적인 관객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결국 큰 목소리를 낸 용감한 사람들이 흐름을 바꾸었고, Not in Our House Chicago Theatre Community가 만들어졌다.

CTS는 시카고에서 배우로 활동 중인 로라 피셔와 시카고에 있는 극단 대표들, 예술가들, 행정가들이 2년간 자신의 시간, 경험, 전문성을 자발적으로 보태 만들어낸 자료이다.

참여자들은 CTS 초안을 만들기 위해 1년 동안 12번의 라운드 테이블 토론을 거쳤고, 그 후 1년간 20개 극장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로 CTS가 만들어진 것. 예술계 환경에서 일상적으로 당하게 되는 어려움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쉬운 방법으로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소개돼 있다.

미연방 고용기회균등위원회(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가 일터에서 차별에 반대하는 규정을 실행하고는 있지만, 공연계의 ‘일터’의 정의를 충족시킬 만한 규모있는 단체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 규정에 따르면 작은 극장은 ‘일터’가 될 수 없다. 시카고 극장들은 스스로 규제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예술가가 요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이고, 극장이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자 했다. CTS는 조합에 가입한 극장, 가입하지 않은 극장, 학교 극장, 예술 분야에 종사하려는 자녀를 둔 부모들 모두에게 매우 유용한 자료다.

CTS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의사소통(Communication), 안전(Safety), 존중(Respect), 의무(Accountability)이다. CTS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고, 무료이며, 또한 외부로부터 압력을 받는 대상이 아니다. 단체들은 CTS를 채택함으로써 CTS의 목적에 맞게 참여자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절차를 따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CTS를 채택한 단체와 일하는 참여자들은 CTS를 읽고 그 과정을 따름으로써 지지를 표현한다. 관계된 모든 사람은 이 목적들이 충족되지 않을 때 사태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고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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