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아듀! 2022 교향악축제, "축제를 화려하게 수놓은 강남심포니의 저력"
[공연리뷰] 아듀! 2022 교향악축제, "축제를 화려하게 수놓은 강남심포니의 저력"
  • 김준형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2.04.27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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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와 함께하는 2022 교향악축제,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협연 박수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4월 23일
Editor Mari Kim
2022 교향악축제-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김수예 (사진=예술의전당)
2022 교향악축제-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김수예 (사진=예술의전당)

[더프리뷰=서울] 김준형 음악 칼럼니스트 = 예술의전당의 ‘교향악축제’는 명실상부하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 축제라는데 아마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올해로 개최 34주년을 맞이하는 이 흥겨운 축제는 전국의 모든 오케스트라가 참여하고 싶어 하는 영광스러운 무대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첨예한 경연의 장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이 무대를 지켜본 필자는 최근 들어 급격하게 연주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다. 하루의 연주를 위해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쳤을지 미루어 짐작이 가는 수준 높은 그것을 심지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마주치기도 했다.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명연을 접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2022 교향악축제-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사진=예술의전당)
2022 교향악축제-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사진=예술의전당)

2022년의 무대에 참가한 20개 오케스트라의 면면이 화려하다. 전통적으로 명문 단체로 명성을 가졌던 단체는 물론이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단체의 참여도 활발했다. 게다가 수년 전부터 아티스트의 이름값보다는 실력 위주로 엄선된 솔리스트의 등장도 흥미로웠다. 비교적 신예 연주자에 속하지만 역량은 월드 클래스인 아티스트의 협연 순서는 교향악축제만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개막 전부터 부조니 콩쿠르 우승자인 박재홍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쇼팽 콩쿠르 결선에 진출하여 기대를 모았던 이혁의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제1번>, 에네스쿠 콩쿠르 우승에 빛나는 한재민의 <슈만 첼로 협주곡> 순서가 기대를 모았다.

2022 교향악축제-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마에스트라 여자경 (사진=예술의전당)
2022 교향악축제-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마에스트라 여자경 (사진=예술의전당)

전통적으로 수도권 오케스트라의 연주력은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해 오고 있는데, 마에스트라 여자경이 음악감독으로 취임하여 환골탈태한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는 아마 최근 클래식 음악 애호가 사이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단체일 것이다. 음악감독의 체계적인 훈련은 물론이고 역량 있는 수석급 주자들이 입단 역시 오케스트라의 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하였다.

2022 교향악축제-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김수예 (사진=예술의전당)
2022 교향악축제-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김수예 (사진=예술의전당)

시벨리우스 교향시 <’핀란디아’ Op.26>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Op.47>

2022년 4월 23일 이들이 이번 무대에서 연주한 첫 작품은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핀란디아>이다. 민족주의 작곡가로 불리는 시벨리우스의 장대한 스케일의 작품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인 KBS교향악단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음악감독이 모두 핀란드 출신이다 보니 최근 우리 무대에서 이 작품은 두 상임지휘자의 본고장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 연주된 바 있다. 여자경 감독의 연주는 보다 강렬하고 원초적이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비극적인 전쟁 상황에서 더욱 드라마틱 하게 연주되었다. 귀가 얼얼할 정도로 강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2022 교향악축제-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김수예 (사진=예술의전당)
2022 교향악축제-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김수예 (사진=예술의전당)

이어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이날의 협연자는 절정의 기량을 자랑하는 박수예였다. 콩쿠르 입상보다는 자신의 예술 세계를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연주와 레코딩에 집중하는 연주자이다. 애호가들에게는 까다로운 아티스트 선정과 자연스럽고 탁월한 레코딩으로 명성이 높은 BIS 레이블의 소속이다. 벌써 세 장의 레코딩이 발매되었고 이 중 작년에 발매한 ‘세기의 여정’은 권위 있는 영국 레코드 전문지 ‘그라모폰’에서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될 정도로 빼어나다. 사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여류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가 역사적으로 크게 인정받아 왔다. 저 유명한 지네트 느뵈(EMI)의 명반으로부터 카밀라 빅스(Capitol)와 이다 헨델(EMI)의 음반이 크게 호평을 받아 왔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대가 정경화의 음반(DECCA)도 이 음반과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역사적인 명연이다.

2022 교향악축제-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박수예,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을 마치고 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예술의전당)
2022 교향악축제-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박수예,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을 마치고 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예술의전당)

박수예는 그간 우리 무대에서 모차르트의 협주곡을 주로 들려주어 호평을 받아왔는데 이날은 보다 극적이고 큰 스케일을 보여줘야 하는 작품에 도전했다. 무엇보다 위압적이지 않지만 완벽에 가까운 안정적인 왼손 핑거링 기교와 여유 있는 보잉으로 오케스트라와의 연주를 잘 다스리면서 조화로운 협연을 해 냈다. 원숙하고 깊이 있는 표현이나 파워 넘치는 스케일이 아쉽기는 했으나 그녀만의 단정하고 개성적인 아름다운 연주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강남심포니의 관현악 연주가 무척 야성적인 면을 드러내어 박수예의 수줍으면서 달콤한 연주가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앵콜로 들려준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 역시 빼어난 기교와 정갈한 음악성이 돋보였다.

2022 교향악축제-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마에스트라 여자경 (사진=예술의전당)
2022 교향악축제-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마에스트라 여자경 (사진=예술의전당)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 e단조 Op.64>

차이콥스키의 ‘운명 교향곡’이라 불리는 <교향곡 제5번>은 역경을 극복하여 마침내 환희로 마무리하는 스토리텔링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지치고 ‘전쟁’이라는 엄혹한 환경의 시대적인 상황에 걸맞은 선곡이다. 여자경은 긴장감 넘치는 리드로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 유동감과 역동성을 동시에 불어넣었다. 특히 두 번째 악장에서 유려하지만 텐션이 가득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고 마지막 악장의 중반부터 이전과는 완연히 다른 쾌속 질주가 시작되었다.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강남심포니는 마구 달리기 시작했고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음악감독의 노련하면서 급진적인 리드에 따라 숙련된 비르투오지티를 마구 뿜어냈다. 이들의 연주는 절정에 이르러 폭발했고 차이콥스키라기보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에 가까운 처절하고 파괴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다. 그간 들어왔던 연주와는 완전히 다른 개성 만점의 쾌연이었다. 마에스트라 여자경과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에 갈채를 보낸다.

2022 교향악축제-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사진=예술의전당)
2022 교향악축제-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사진=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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