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메츠, “봄날, 프랑스 음악의 향기에 취하다”
[공연리뷰] 메츠, “봄날, 프랑스 음악의 향기에 취하다”
  • 김준형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2.05.0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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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협연 양인모, 올리비에 베르네)
“프랑스 악단의 전통을 오롯이 간직한 메츠 오케스트라”
Editor Mari Kim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다비트 라일란트가 지휘하는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와 함께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을 협연하고 있다. (사진=라보라 예술기획)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다비트 라일란트가 지휘하는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와 함께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을 협연하고 있다. (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더프리뷰=서울] 김준형 음악 칼럼니스트 = 수년 전만 해도 국내 무대에서 국제적인 저명 오케스트라를 접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따라서 국내 음악팬들도 해외 오케스트라의 수준이나 특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내한 연주의 빈도가 높은 독일이나 러시아 오케스트라의 사운드 특징은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오케스트라가 내한 연주를 하는 기회는 많지 않아 이들 연주를 접하기는 쉽지 않았다. 유명한 파리 오케스트라 정도의 연주가 몇 차례 기억난다.

프랑스 메츠 국립오케스트라_지휘 다비트 라일란트 (사진=라보라 예술기획)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 지휘 다비트 라일란트 (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L'Orchestre national de Metz)'는 그리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2016년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으로 내한한 로렌 국립 오케스트라(L'Orchestre national de Lorraine)가 2017년 프랑스 정부의 시책으로 개명한 단체이다. 거장 자크 메르시에(Jacques Mercier)와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으로 프랑스 음악의 진수를 보여 주었던 이들은 위대한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전통인 화사한 색채의 현악 연주와 밝고 따스한 음색의 목관 연주를 특징으로 한다.

프랑스 메츠 국립오케스트라_지휘 다비트 라일란트 (사진=라보라 예술기획)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 지휘 다비트 라일란트 (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대한민국 국립심포니의 수장 다비트 라일란트가 메츠의 예술감독 겸임

2018년 9월부터 다비트 라일란트(David Reiland)가 새로운 예술감독으로 취임하여 이끌고 있다. 라일란트는 2018년부터 스위스 로잔 신포니에타 음악감독의 포스트도 맡고 있지만 올해부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Korean National Symphony Orchestra)의 예술감독에 취임한 지휘자이기도 하다. 사실 필자는 2018년 국립오페라단의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 무대에서 그의 연주를 처음 접했다. 놀라운 명연으로 갈채를 받았던 기억이 새롭고, 그 뒤 국립오페라단은 의욕적으로 무대에 올린 쿠르트 바일(Kurt Weill)의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으로 다시 초대하였다. 국립심포니의 포스트를 맡기까지 이런 우리 무대에서의 성공이 큰 밑거름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술단체의 수장으로서 프랑스의 대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오는 그의 어깨가 무거워서일까? 4월 29일 대구콘서트하우스를 시작으로 익산예술의전당, 통영국제음악당, 대전예술의전당을 거쳐 5월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로 이어진 대장정에 앞서 이들의 본거지인 아스날홀에서 4월 22일 이번 투어의 협연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연주를 시작하며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대단한 정성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 메츠 국립오케스트라_지휘 다비트 라일란트 (사진=라보라 예술기획)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 지휘 다비트 라일란트 (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다비트 라일란트의 정교한 연출력이 극적인 연주의 원동력

이날 연주는 베를리오즈의 오페라 <베아트리스와 베네딕트> 서곡으로 시작했다. 주요 장면을 엮어 서곡화했기 때문에 길지 않은 작품이나 호흡이 빠르고 장면의 전환에 따른 악상의 변화가 무쌍하다. 후반부 프로그램에서도 같은 양상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는데 오페라에 능한 지휘자 다운 정교한 연출력을 선보였다. 숨 막히는 듯한 정중동의 흐름을 보여주다가 이내 간결하지만 파괴력 있는 극적 긴장감을 자아낸 솜씨에 짧은 순간이나마 베를리오즈 관현악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었다. 감탄스러운 장면이었다.

양인모, 백고산의 '아리랑 변주곡' 등 앙코르 곡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라보라 예술기획)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앙코르로 백고산의 '아리랑 변주곡' 등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양인모의 눈부신 기교로 연달아 세 곡의 앙코르까지

바로 이어진 협연은 2015년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의 우승자 양인모였다. 바로 파가니니 스페셜리스트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주로 현란하고 치밀한 기교와 달콤한 미감의 음색으로 화려하고 고난도의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번 투어에서는 생상스의 제3번 협주곡을 연주했다. 은빛 고역에서 날아오르는 듯한 섬세하고 달콤한 미음이 역시 양인모 다운 매력으로 넘쳤고, 오케스트라의 따스한 뒷받침과 호흡이 훌륭했다. 다만 감정의 진폭이나 연주의 스케일을 키우려는 시도가 아주 잘 맞는 옷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끊임없는 도전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양인모 예술의 특징이 잘 살아난 대목은 첫 번째 앙코르로 들려준 백고산의 <아리랑 변주곡>이었다. 우리에게는 오이스트라흐(David Oistrakh)의 제자로 알려진 북한 대가의 작품을 신들린듯한 기교로 화려하고 원숙하게 소화했다. 이어 바흐의 무반주 작품을 연이어 2곡을 연주했다. 협연자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나 이어진 연주로 지칠 만도 했는데 도리어 단원들이 그의 연주를 뜨겁게 청했다. 참으로 정겨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올리비에 베르네, 다비트 라일란트가 지휘하는 프랑스 메츠 국립오케스트라와 함께 생상스 교향곡 제3번 ‘오르간’을 협연하고 있다. (사진=라보라 예술기획)
올리비에 베르네가 다비트 라일란트가 지휘하는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와 함께 생상스 교향곡 제3번 ‘오르간’을 협연하고 있다. (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따스하고 고졸한 맛의 생상스 <오르간> 협연 올리비에 베르네(Olivier Vernet)

후반부는 생상스의 교향곡 제3번 <오르간>이었다. 프랑스 교향곡 작품의 대표작이자 교향악과 함께 울려 퍼지는 오르간 연주의 시너지로 찬란한 음향의 세례를 만끽할 수 있는 명작이다. 그런데 이들의 어프로치는 사뭇 달랐다. 웅장하고 위압적으로 압도하는 연주가 아니라 라일란트의 섬세하고 교묘한 연출로 따스하고 고졸한 색다른 분위기, 바로 그 자체였다. 전반부 클라이막스 직전 실키한 현악의 질감은 뒤이은 오르간의 따사로움과 함께 오케스트라의 각별함을 각인시켜주었다. 후반부 포코 아다지오에서는 현악 섹션의 면모가 확연히 달라져서 피날레에서 화려하게 꽃피웠다.

프랑스 메츠 국립오케스트라_지휘 다비트 라일란트 (사진=라보라 예술기획)
"라일란트는 관객의 박수까지 지휘하며 객석을 흥분시켰다" (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앙코르가 이날의 하이라이트!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첫 번째 앙코르곡이 아니었을까 한다. 사티의 피아노 독주곡 <짐노페디> 제1번을 드뷔시가 관현악으로 편곡한 작품을 연주했다. 연주 내내 플루트와 오보에의 연주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프랑스 오케스트라가 아니면 들려주지 못할 바로 그 소리였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듣고 있었다. 연주가 끝나고 갈채가 이어지자 라일란트는 그 유명한 <캉캉>을 연주했다.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지옥의 오르페오>에 나오는 누구나 다 아는 그 곡! 연주 중간중간 라일란트는 관객의 박수까지 지휘하며 객석을 흥분시켰다. 이날은 거리두기 해제로 아마 최근 수년간 가장 많은 관객이 입장한 날이 아니었을까 한다. 금관악기가 뿜어내는 열기와 관객의 박수가 함께 장관을 이뤘다. 진정한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는 무엇일지 시사하는 바가 컸던 연주회였다.

프랑스 메츠 국립오케스트라_지휘 다비트 라일란트 (사진=라보라 예술기획)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 지휘 다비트 라일란트 (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다비트 라일란트가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베르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라보라 예술기획)
다비트 라일란트가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베르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프랑스 메츠 국립오케스트라_지휘 다비트 라일란트_오르간 올리비에 베르네 (사진=라보라 예술기획)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 지휘 다비트 라일란트, 오르간 올리비에 베르네 (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양인모, 다비트 라일란트가 지휘하는 프랑스 메츠 국립오케스트라와 함께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을 협연하고 있다. (사진=라보라 예술기획)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다비트 라일란트가 지휘하는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와 함께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을 협연하고 있다. (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양인모, 다비트 라일란트가 지휘하는 프랑스 메츠 국립오케스트라와 함께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을 협연하고 있다. (사진=라보라 예술기획)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다비트 라일란트가 지휘하는 프랑스 메츠 국립오케스트라와 함께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을 협연하고 있다. (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다비트 라일란트가 양인모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라보라 예술기획)
다비트 라일란트가 양인모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프랑스 메츠 국립오케스트라_지휘 다비트 라일란트 (사진=라보라 예술기획)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 지휘 다비트 라일란트 (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프랑스 메츠 국립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포스터=라보라 예술기획)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포스터 (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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