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국제무용제 신은주 운영위원장
[인터뷰] 부산국제무용제 신은주 운영위원장
  • 김미영 무용평론가
  • 승인 2022.07.06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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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얻은 위로와 평안을 관객과 나누고,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환경을 만든다.”
신은주 부산국제무용제 위원장 (사진제공=부산국제무용제)
신은주 부산국제무용제 위원장 (사진제공=부산국제무용제)

[더프리뷰=부산] 김미영 무용평론가 = 해운대해수욕장 특설무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부산국제무용제는 당초 2005년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부산국제해변무용제로 시작되어 2008년 부산국제무용제로 확장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지역 춤계의 국제교류가 미미하던 시기이다보니 부산국제무용제의 문화교류적 역할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해를 거듭하며 그 규모와 의미가 더해지고 있는 2022 부산국제무용제의 젊은(?) 운영위원장 신은주 무용가를 만났다. 인터뷰는 축제 마지막 날인 지난 6월 5일(토) 비가 쏟아지는 오후 한 해변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안녕하세요. 축제가 더 젊고 활기차졌어요. 아무래도 운영위원장님의 영향이 아닐까 싶은데요. 부산국제무용제와의 인연부터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해변무용제였을 당시부터 무용수로, 안무가로 참여하는 등 부산에 있는 축제에는 항상 참여를 했고 이후에는 운영위원회에서 프로그래머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간의 과정을 다 알고 경험했던 것들이 반영되어 이렇게 운영위원장의 자리를 맡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축제를 이끌어주셨던 선임 운영위원장님들께서 워낙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너무 잘 끌어와 주셨고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축제는 불가능했겠죠. 지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디지털 방식을 비롯해서 홍보하는 데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 옛날에는 다 아날로그로 해야 했잖아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시민들과 소통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축제를 인식시키기 위해 너무나 적극적으로 노력하셨던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아요. 또 행정적으로도 자리 잡기까지 힘든 일들도 많이 있었구요. 그렇게 쌓아온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과 조금이라도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은주 부산국제무용제 위원장 (사진제공=부산국제무용제)
신은주 부산국제무용제 위원장 (사진제공=부산국제무용제)

올해 처음 위원장을 맡으시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부분들은 어떤 것이었나요?

올해 축제에서 가장 큰 변화는 팬데믹 시대를 겪은 관객들의 달라진 취향이에요. 공연예술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각과 욕구가 이전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해졌어요. 시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고민이 많이 되었어요. 또 부산은 국제적인 도시이기도 하고 해양도시로서 굉장히 산업적인 부분,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 각광을 받고 있잖아요. 축제를 통해 부산의 이런 면모를 더 알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동시대 예술의 흐름을 소개하는 것도 큰 역할이었구요. 국제축제인 만큼 세계적 흐름에 걸음을 같이 해줘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준비하면서 공부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부산국제무용제 야외공연 현장 (사진제공=부산국제무용제)
부산국제무용제 야외공연 현장 (사진제공=부산국제무용제)

예년과 다르게 진행된 부분들이 있나요?

우리 축제가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잖아요. 저는 이 부분이 너무 좋거든요. 바다에서 자란 저는 늘 바다가 옆에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꾸는 꿈에는 바다가 있었고 뭔가 힘들 때도 바다에서 위로를 받았죠. 저의 이런 마음들을 관객과 나누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조명을 강하게 쓰고 싶지 않더라고요. 예전엔 캄캄해질 때 공연을 시작해서 조명을 많이 쓸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축제를 5시부터 시작했죠. 사람들이 바다의 광경을 보고 앉아 있으면서 해가 서서히 지고 어두워지면 비로소 조명이 들어오도록 시간 계산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일반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시간의 흐름에 따른 하늘의 변화가 색다른 연출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또 한 가지는 무대 사이즈를 굉장히 크게 넓혀 작품의 규모를 확대했구요, 시민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자 농악도 넣었어요. 옛날에는 길놀이를 다니는 것도 수월했는데 요새는 신고도 해야하고 복잡해졌거든요. 그래서 농악 소리로라도 이목을 집중시키고 싶었고 공연을 축하하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부산국제무용제 야외공연 현장 (사진제공=부산국제무용제)
부산국제무용제 야외공연 현장 (사진제공=부산국제무용제)

코로나가 예상외로 길어져서 프로그래밍을 할 때 어려움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축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안무가육성 행사도 하셨는데 준비하면서 어떠셨나요?

지난 2년 동안 팬데믹 시대를 겪으면서 나름 많은 훈련이 되긴 했죠. 그래도 대면 공연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서 온/오프라인 두 가지 채널에 대한 대비를 했습니다. 대신 업무는 훨씬 과중되었지만요.

2009년 시작된 AK21(Arts Korea) 국제안무가 육성공연에도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매년 안무가대회를 열어 참신한 안무공연을 통해 젊은 안무가들의 길을 열어주는 것인데요, 부산국제무용제를 통해 국내 무용가들의 작품을 선정, 외국에 진출시킴으로써 국제문화교류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는 것이죠.

올해에는 젊은 안무가들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을 만들기도 했는데요. 미국과 폴란드에 있는 축제 예술감독과 5명의 참가자들이 미팅을 했어요. 그 자리에서 국제교류에 대한 전망 그리고 공연에 대한 피드백도 받으며 공동 프로젝트, 워크숍 등이 성사되었는데 안무가들에게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안무가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애쓴 만큼 사업의 결과가 나와서 좋았습니다.

부산국제무용제 야외공연 현장 (사진제공=부산국제무용제)
부산국제무용제 야외공연 현장 (사진제공=부산국제무용제)

부산이 예전에는 훨씬 무용이 활성화되어 있던 도시였는데 지금은 예전만 못한 것 같아요. 이번 축제를 보면서 부산국제무용제로 인해 다시 한 번 무용이 부흥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운영위원장으로서 어떤 기대가 있으신가요?

저희가 이번에 원로 선생님들부터 20대 어린 무용가들까지 한 자리에 모여 대화의 장을 마련했어요. ‘부산 공연 활성화를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2년 뒤에 부산에 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해서 복합문화공간이 만들어질 계획이에요. 공연은 물론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중이거든요. 이럴 때 축제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했어요. 해외에서 오신 분과 우리 부산 지역의 대학교수님들, 공연장 기획자 그리고 많은 무용가들이 축제를 통해 만날 수 있었고 서로의 의지를 모아서 부산의 어떤 시스템적인 상황이나 흐름에 대해 의논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것이 긍정적인 내일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산국제무용제 야외공연 현장 (사진제공=부산국제무용제)
부산국제무용제 야외공연 현장 (사진제공=부산국제무용제)

어제 공연 보니까 프로그램이 전통 민속부터 시작해서 현대적인 팀까지 있던데 프로그래밍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것은 무엇인가요?

올해 총 10개국이 참가했어요. 원래는 한국까지 포함해서 11개국이었는데 며칠 전에 덴마크가 사정이 복잡해서 못 오겠다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공연은 총 66개 작품이 무대에 서는 것이고요.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공공성과 예술성이에요. 그렇다고 눈높이를 낮춘다는 건 아니구요. 무엇보다 예술적인 작품이 관객들에게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적인 작품은 어떤 시민이 봐도 좋아하죠. 또 한 가지는 오리지낼리티에 대해서 고민하며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더 원초적이고 조금 더 본질적인 작품들을 선별했어요. 지금 우리가 하는 많은 고민들이 나라를 막론하고 통할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공통의 문화, 공통의 사유를 찾아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부분 유럽 무용에 관심을 많이 갖고 계신데 전 아시아 무용에 보다 관심을 가지고 찾고자 했습니다.

삶도 춤도 본질에 대한 질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요. 이런 부분들을 알아주시는 분들도 많고 그걸 좋게 봐주셨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있구요. 다양한 작품들을 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말씀해주실 때는 고민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신은주 부산국제무용제 위원장 (사진제공=부산국제무용제)
신은주 부산국제무용제 위원장 (사진제공=부산국제무용제)

선생님은 원래 춤을 추시던 분인데 위원장으로서 행정 일을 하게 되셨잖아요. 일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신지 궁금하네요.

네, 원래 춤을 추었고 그리고 지금도 춤을 추죠. 춤을 추고 무용단을 이끌다보니 지금의 일들은 늘 하던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누구보다 뭐가 필요한지 굉장히 빠르게 알고 ‘아 이런 부분이 있으면 활성화될 수 있는 어떤 기조가 될 수 있겠다.’ 하는 가능성에 대해서 더 민감하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일을 좀 만들어서 하는 걸 좋아해요.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편이에요. 작품을 할 때도 그렇고 춤을 출 때도 그렇고요. 그러다보니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에 신경을 쓰기보다 제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을 하게 돼요.

그래서 연습실을 아예 극장으로 만들기도 했어요. 우리 공연 많이 하고 싶잖아요. 공연장을 만들어 항상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든 것이죠. 이런 필요를 제가 너무 잘 아니까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해왔던 것 같아요.

축제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무용하는 사람들한테 교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부족하나마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쿰댄스컴퍼니 서연수의 '집속의 집 ver3' (사진=하봉걸)​
쿰댄스컴퍼니 서연수의 '집속의 집 ver3' (사진=하봉걸)​

야외축제로 준비했는데 마지막 날 비가 오는 바람에 극장에서 공연하게 되어 아쉬움이 많으시겠어요. 보는 저도 너무 아쉬웠거든요.

야외공연에 맞춰 리허설까지 다 했는데. 정말 너무 아쉽죠. 그래도 안전이 우선이고, 관객분들이 계셔야 하니까 조금 부족하더라고 급하게 극장으로 들어왔어요. 야외축제다 보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게 돼서 이런 변수들이 생겨요. 어려운 점이기도 하구요. 초창기에는 7, 8월에 공연을 했는데 7월은 비가 너무 많이 오고 8월은 해가 너무 뜨거웠어요. 그 때 공연하면 화상을 입을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6월에 모래축제 개장과 함께 시작해요. 안전한 공연을 위해 무대도 그때보다 많이 좋아졌구요.

이런 모든 경험들이 저를 성장시키고 또 제 작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 삶이고 그 안에서 무언가가 계속해서 발견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 시간들이 저에게 유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구요. 또 제가 하는 것들을 통해 무용가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산국제무용제 포스터 (사진제공=부산국제무용제)
부산국제무용제 포스터 (사진제공=부산국제무용제)

앞으로 부산국제무용제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되기를 바라시나요?

가장 ‘부산국제무용제’답게 하는 거죠.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그런 축제 말고 부산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 싶어요. 전국에서 우리 축제를 보기 위해 부산으로 오게 하고 싶은거죠. 그래서 안무가들이 우리 축제 무대에 맞는 공연으로서의 작품을 모색해 주기를 바랍니다. 작품도 너무 좋고 춤도 너무 잘 추는데 환경에 맞추어진 고민이 더해진다면 훨씬 감동이 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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