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후쿠오카에 가시면 여기 한번 들러보세요”
[단독] “후쿠오카에 가시면 여기 한번 들러보세요”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9.02.14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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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가가 정성껏 만드는 가정식 요리 ‘효탄’
담백한 맛의 ‘하카타 퓨전’

[더프리뷰=후쿠오카] 이종호 기자 = 후쿠오카(福岡) 야쿠인(藥院) 거리를 걷다 보면 지붕 처마 모습이 독특한 음식점 하나가 눈에 띈다. 효탄(ひようたん). 표주박이라는 뜻이란다. 웬 식당 이름이 ‘표주박’?

(사진=이종호 기자)
후쿠오카의 독특한 맛집 효탄(ひようたん) /사진=더프리뷰 이종호 기자

지난 1월 말에서 2월 초까지 열렸던 후쿠오카 댄스 프린지 페스티벌(FDFF) 참관차 현지에 머물렀던 나는 매일 저녁 공연이 끝나면 주최 측이 데리고 가는 이 식당에서 아주 흡족한 시간을 보냈다. 모인 사람들이 좋고 오가는 얘기들이 즐거워서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음식 맛이 나무랄 데 없었기 때문. 대부분 기획자나 프로그래머 등 무용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오늘 공연 어땠어? 탄자니아 무용가는 왜 못 온대? 지금까지 본 공연 중에 너희 축제에 데려가고 싶은 거 있어? 이런 얘기들을 신나게 주고받았는데, 그러다가 누구나 꼭 한 번씩은 던지는 말, “야, 근데 이 집 음식 정말 좋다!” "맛집이 이런 거네!"

밤마다 이러다 보니 동서양 사람 모두를 사로잡은 이 식당에 대해 몇 줄이라도 적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 전 같은 행사에 참석했을 때도 이곳에 한번 왔었는데 실은 그때도 와우, 이런 데가 있었나 하면서도 다시 올 일이 있을까 했었다.

이 집의 단골이자 FDFF 예술감독인 스웨인 요시코를 통해 인터뷰 의사를 전했으나 주인은 계속 망설이는 표정이었다. 잠시 후 요시코가 다시 뭐라고 얘기하자 결국은 그러마 하고 했다. 그렇게 해서 2월 1일 오후 주인 요코타 가즈유키(橫田一幸. 71)씨를 식당으로 찾아가 만났다.

효탄의 주인 요코타 가즈유키(橫田一幸. 71)씨. (사진=이종호 기자)
효탄의 주인 요코타 가즈유키(橫田一幸. 71)씨. /사진=더프리뷰 이종호 기자

 

효탄의 메뉴는 수십 가지이지만 요코타씨가 권하는 대표 메뉴는 창작요리 여섯 가지이다. 그중에서도 닭고기와 야채, 토란, 우무(곤냐쿠), 당근으로 만든 가메니는 토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가 이 지역을 정벌할 때 병사들에게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 자라(가메)를 푹 고아(니) 만든 음식이었다고 한다. 한편으론 일본어의 ‘이것저것, 두루두루’라는 의미의 ‘가메’에 끓인다는 뜻의 ‘니’가 더해져 만들어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어쨌든 요코타씨는 자라를 닭으로 바꾸고 거기에 야채와 토란 등을 넣어 효탄의 대표 선수로 만들었다.

효탄의 대표적인 하카타 요리. (사진=이종호 기자)
효탄의 대표적인 하카타 요리. /사진=더프리뷰 이종호 기자

여기에 더해 소바국수를 볶은 뒤 계란 흰자위를 구워 섞은 야끼소바, 구운 생선, 3종의 야채를 조금씩 넣은 종기(고바치), 생선회 등이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들이다. 이 중 서너 가지를 시키고 술을 웬만큼 마셔도 식사(밥이나 소바) 포함, 1인당 3천엔(약 3만원)이면 된다. 내로라하는 후쿠오카의 명사들이 자주 찾는 유명 음식점치고는 상당히 싼 편이다.

계란말이도 흰자위와 노른자위를 따로 맛볼 수 있게 정성을 들였다. (사진=이종호 기자)
계란말이도 흰자위와 노른자위를 따로 맛볼 수 있게 정성을 들였다. /사진=더프리뷰 이종호 기자

 

요코타씨가 처음부터 요리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당시만 해도 디자인으로는 취직을 하기가 어려워 산으로 들어가 밭일을 배운 것이 계기가 됐다.

대학 졸업 후 후쿠오카에서 멀지 않은 이토시마(絲島)의 조이마이지(瑞梅寺) 산중에 자그마한 집을 짓고 공방을 차렸다. 도자기를 구우면서 한편으론 밭일을 했다. “그곳에서 나는 야채가 아주 맛있고 신선했어요. 농민들에게 물어보니 무농약 재배라고 하더군요.” 이걸 가지고 무언가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시마에서는 이미 50년 전에 학교 급식을 위탁받아 무농약 재배를 하고 있었고 이를 위해 정부에서 농가에게 약간의 보조금을 지급했던 것으로 요코타씨는 기억하고 있다.

요코타씨가 직접 만든 도자기와 표주박들이 벽과 천장을 장식하고 있다. (사진=이종호 기자)
요코타씨가 직접 만든 도자기와 표주박들이 벽과 천장을 장식하고 있다. /사진=더프리뷰 이종호 기자
요코타씨가 직접 만든 술잔들. (사진=이종호 기자)
요코타씨가 직접 만든 술잔들. /사진=더프리뷰 이종호 기자

 

그곳에서 도자기도 꾸준히 만들었다. 지금도 효탄에서 쓰는 식기, 술잔, 그리고 벽에 걸려 있는 표주박과 도자기들은 모두가 그의 작품이다. 옥호인 ‘효탄’도 기실 여기서 나왔다. 단, 팔지는 않는다. 팔만한 수준이 못 된다는 것이 그의 겸손의 변이지만 누가 보아도 식당에서만 쓰기에는 과분하다. 그가 심심해서 만들어 놓았다는 문어 도자기는 한눈에 반한 스웨인 감독의 강청에 못 이겨 이번 FDFF의 마스코트로 불려갔다. 화장실에는 2018년 FDFF 포스터와 함께 무용공연 사진이 걸려 있다.

화장실에 무용축제 포스터와 무용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이종호 기자)
화장실에 무용축제 포스터와 무용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더프리뷰 이종호 기자

 

이 청정채소로 뭔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친구의 식당에서 6개월가량 배운 뒤 자신의 식당을 차렸다. 20대 중반이던 1973년이었다. 처음엔 일본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좁고 긴 간이식탁(바) 하나뿐인 선술집이었다가 6년 후 현재의 장소로 옮겼다. 66㎡(20평) 남짓한 면적에 방 하나와 홀을 합쳐 30명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이 정도가 딱 좋습니다. 모든 손님이 시야에 들어와야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거든요.” 주방에서는 그를 포함, 3명이 요리를 만든다.

효탄의 입구. (사진=이종호 기자)
효탄의 입구. /사진=더프리뷰 이종호 기자

음식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뭐니 뭐니해도 재료다. 그의 신조는 현지에서 나는 신선한 양질의 재료가 음식의 맛과 영양을 90% 결정한다는 것. 인근 시카노시마(志賀島)에 사는 어부 사촌이 잡아다 주는 물고기와 이토시마의 농촌에서 손수 기르거나 이웃들이 재배하는 무농약 야채가 효탄 요리의 주재료를 구성한다.

“저희 집 음식에 특별한 이름을 붙이긴 어렵습니다. 저는 그냥 하카타(博多. 후쿠오카 중심부 지명) 요리라고 불러요.” 그에게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손님들이 ‘음미’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원재료의 맛을 살리기 위해 양념은 가급적 적게 넣는다, 셋째 너무 비싸면 안 된다.

요코시마씨는 후쿠오카의 유명식당이 되면서 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빈번하게 받았지만 모두 사양했노라고 했다. “왜 거절하셨습니까? 매스컴에도 자주 나면 좋을 텐데요.” “생리적으로 안 맞아요.” “그런데 저한테는 인터뷰에 응하셨네요.” “그건... 요시코가 권한 거고 또 외국인이시니까...”

축제의 마지막 날인 3일 저녁에도 우리는 마치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처럼 의기양양 시끌벅적 효탄으로 몰려갔다. 미안하게도 요시코가 국내외 출연자와 손님들 응대하느라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분주히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우리들은 밤늦게까지 오늘 공연 어땠어? FDFF 10여 년 만에 엄청나게 컸어, 여기 계란말이 하나 더요!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먹고 마시고 떠들었다. “이 집 음식 정말 끝내줘, 내년에 또 왔으면 좋겠어...“

인터뷰는 재일 무용이론가이자 SAI 무용페스티벌 감독인 최병주의 통역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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