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멘델스존과 코른골트의 매력에 풍덩 빠지다
[공연리뷰] 멘델스존과 코른골트의 매력에 풍덩 빠지다
  •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2.08.3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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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미 & 헬무트 도이치 듀오 리사이틀
황수미와 헬무트 도이치 (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더프리뷰=서울] 한혜원 음악 칼럼니스트 = 8월 한달 동안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음악축제 <클래식 레볼루션 2022>가 열렸다. 이 기간 내내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와 에리히 코른골트의 음악이 집중 조명되었다. 1809년에 태어나 38세라는 짧은 시기를 살았던 멘델스존과, 1897년에 태어나 격동의 세계대전을 겪고 미국에서 영화음악의 꽃을 피운 코른골트.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고는 유태인 혈통이라는 것, 다른 불멸의 음악가들처럼 어린 시절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드러냈다는 것 정도로 두 작곡가는 시기적으로도, 스타일도 다르다. 그러나 클래식 레볼루션 2022 예술감독 크리스토프 포펜은 “‘사랑과 행복의 성취에 대한 강한 열망’이 그들의 음악을 관통하는 메시지라는 데 공통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클래식 레볼루션 2022의 대미를 장식한 무대는 8월 21일의 황수미 & 헬무트 도이치 듀오 리사이틀이었다. 2015년부터 듀오 리사이틀과 음반 작업으로 호흡을 맞추어 온 두 사람은 이날 역시 나무랄 데 없는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황수미 (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황수미 (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황수미의 무대는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힘 있고 명징한 음색, 음악을 완전히 스스로에게 체화시키는 놀라운 능력은 청중을 멘델스존과 코른골트의 가곡으로 순식간에 빠져들게 했다. 황수미가 멘델스존의 11개 가곡과 코른골트의 13개 가곡을 부르는 내내 객석의 몰입도는 최상이었다. 1부에서는 아이헨도르프와 하이네와 괴테의 아름다운 시어들이 멘델스존의 우아하고 고전적인 선율 위에서 상상의 나래를 펴게 했다. 청중은 초원에서 만돌린을 연주하는 시동을 떠올렸다가, 날아오르는 종달새 두 마리를 따라 함께 날았다. 헬무트 도이치의 피아노는 황수미의 노래를 완성시켰다. 묵직하게 받쳐주면서도 가수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반주였다.

 

2부 (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2부 (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2부 순서는 코른골트의 가곡들이었다. 코른골트 초기의 독일 가곡들과 셰익스피어 희곡 <십이야>의 텍스트에 곡을 붙인 ‘어릿광대의 노래’ Op.29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설강화’와 ‘세레나데’는 코른골트가 14세에 작곡한 곡들이다.

코른골트가 1911년에 발표한 ‘설강화’ ‘연애편지’ ‘세레나데’는 영화음악처럼 시원하고 화려하게 펼쳐졌으며, 10년 뒤 작곡한 ‘장송곡’과 ‘작별인사’에는 1차 대전의 그림자가 배어 있었다. 황수미는 화려하면서도 섬세하게 가곡의 묘미를 살렸다.

‘3개의 가곡’ Op.22(1927)과 ‘어릿광대의 노래’ Op.29(1943)는 리듬이나 화성의 다이내믹을 음미할 수 있는 노래였다. 코른골트의 곡은 현대적이고 세련되고 변화무쌍했고, 황수미의 해석으로 깊이 있고 은밀하게 듣는 이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24편의 가곡을 부른 후, 황수미는 앙코르로 윤학준의 ‘마중’과 거슈인의 ‘서머타임’, 번스타인의 ‘I Hate Music’을 불렀다. ‘I Hate Music’ 마지막 소절은 헬무트 도이치가 불러 청중의 환호를 받았다. 앙코르에서 느껴진 황수미의 자신감 폭발도 매력 있었다. 요즘 말로 ‘포텐 터졌다’고 말하고 싶다.

멘델스존과 코른골트. 요절한 시대의 천재와 헐리웃에까지 영역을 확장한 예술가. 두 작곡가의 가곡을 진지하게 파고든 황수미와 헬무트 도이치 덕분에 두 작곡가의 음악에 흠뻑 취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황수미가 전천후로 활약할 수 있는 예술가임을 충분히 증명한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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