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서울시향, “열혈 젊은이들의 마지막 여름밤”
[공연리뷰] 서울시향, “열혈 젊은이들의 마지막 여름밤”
  • 김준형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2.09.01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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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조드 압두라이모프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롯데콘서트홀 8월 27일
Editor Mari Kim
지휘자와 피아니스트의 환희-아지즈 쇼하키모프, 베조드 압두라이모프 (사진=서울시향)
지휘자와 피아니스트의 '환희'-아지즈 쇼하키모프, 베조드 압두라이모프 (사진=서울시향)

[더프리뷰=서울] 김준형 음악 칼럼니스트 = 서울시향의 쇼스타코비치 연주는 언제나 만족스러웠다. 훌륭한 지휘자의 리드 아래 쇼스타코비치 주요 교향곡의 명연을 남겼고 특히 엘리아후 인발의 제11번과, 겐나디 로제스트벤스키의 제8번은 압도적인 열연으로 잊을 수 없는 필자의 인생 연주로 남아 있다.

청년 거장의 섬세한 연출력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인 우즈베키스탄의 청년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Aziz Shokhakimov)를 초청하여 연주한 제10번은 서울시향의 쇼스타코비치 연주사를 더욱 빛나게 할 수연이었다. 타슈켄트 태생인 그는 이미 6세 때 우스펜스키 음악학교에 들어가 바이올린, 비올라, 지휘 수업을 시작했다. 13세 때 우즈베키스탄 국립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여 데뷔한 후 2006년 18세에 수석 지휘자에 취임한다. 신동이라 할 수 있는 그는 2010년 구스타프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했다. 그 후 2015년 독일 라인 오페라의 상임 지휘자에 취임했고 유럽과 북미 오케스트라를 두루 지휘했다.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Aziz Shokhakimov) (사진=서울시향)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Aziz Shokhakimov) (사진=서울시향)

그와 서울시향의 첫 만남인 이번 공연의 메인 프로그램은 <쇼스타코비치 제10번 교향곡>이다. 이번 연주는 마치 오페라를 보는 듯했다. 특히 제2, 3악장에서 쇼하키모프의 연출력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알레그로 악장은 빠른 템포로 감정의 점증적인 발산을 통해 손에 땀을 쥐게 한 긴장감을 주었다. 지휘자가 그려낸 구도가 너무 훌륭했으나 앙상블의 긴밀함과 솔로 악기의 정교함이 아쉬움을 남겼다.

우아한 춤곡의 리듬, 공들여 세공한 무드, 압도적인 호른 연주가 빚어낸 분위기의 급반전이 제3악장의 백미였다. 제1악장에서 장대하기보다 주제간의 선명한 감정선의 대비를 통해 산뜻하고 화려한 관현악의 쾌감을 안겨준 것도 다른 연주와는 확연하게 구별된다. 앞서 언급한 거장의 명연에 버금갈 연주를 접했다는 만족감은 아마 청중 대부분이 공감하지 않았을까? 지휘자 쇼하키모프는 올해 연말 스트라스부르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이 예정되어 있다. 자신의 오케스트라와 펼칠 또 다른 서울 무대가 기대된다.

협연하는 베조드 압두라이모프(Behzod Abduraimov) (사진=서울시향)
협연하는 베조드 압두라이모프(Behzod Abduraimov) (사진=서울시향)

압두라이모프의 몽환적인 베토벤

이번 연주의 또 다른 관심사는 베토벤의 제3번 피아노 협주곡의 협연자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Behzod Abduraimov)이다. 지휘자와 마찬가지로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다섯 살 때 피아노를 시작하여 2009년 런던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이다. 이미 세계 무대에서 각광을 받고 있고, 메이저 레이블에서 러시아 레퍼토리로 발매한 음반이 평단의 갈채를 받은 비르투오소이다.

이미 서울시향과는 2017년에 그의 시그니처 같은 <프로코피예프 제3번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여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또한 2019년 차이콥스키 제1번 협연도 종종 회자되는 명연이었다. 이후 그의 연주를 한국 무대에서 접할 기회가 없어 이번 연주가 더욱 의미 있었다. 지난 한국 무대에서 그가 연주한 작품들은 눈부신 기교를 과시하였다면, 이번에는 보다 깊이 있는 고전적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흥미로운 결과를 기대하게 했다.

협연하는 베조드 압두라이모프(Behzod Abduraimov) (사진=서울시향)
협연하는 베조드 압두라이모프(Behzod Abduraimov) (사진=서울시향)

베토벤의 협주곡 중에서도 3번의 2악장은 작곡가의 심오한 음악성과 고전적인 명료한 아름다움의 결정체라고 생각하는데 그의 연주는 모호한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게 했다. 마치 물안개가 피어오른 호숫가를 꿈속에서 거닌 듯한 시간이었다. 1악장도 독특한 악센트와 극히 투명한 고음부 처리, 그리고 파고드는 듯한 예리한 피아니즘으로 베토벤이 그린 세상을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세계로 달려간 연주였다. 카덴차에서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져 특색 있는 압두라이모프만의 예술 세계를 만끽할 수 있었다.

마지막 3악장에서는 어떤 연주보다 발랄하고 시원스러웠다 균형 잡히고 온화한 쇼하키모프의 서포트를 받아 그의 연주가 더 두드러져 보였다. 앙코르인 프로코피예프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가운데 “머큐시오”에선 역시라는 찬탄이 나올 정도로 광폭 질주를 했다.

두 젊은 예술가들의 긴밀한 호흡으로 수놓은 신선한 연주회가 끝났지만, 이들의 훨씬 진일보한 다음 무대가 기다려진다.

지휘자와 피아니스트의 환희-아지즈 쇼하키모프, 베조드 압두라이모프 (사진=서울시향)
지휘자와 피아니스트의 환희-아지즈 쇼하키모프, 베조드 압두라이모프 (사진=서울시향)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Behzod Abduraimov) (사진=서울시향)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Behzod Abduraimov) (사진=서울시향)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Aziz Shokhakimov) (사진=서울시향)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Aziz Shokhakimov) (사진=서울시향)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Behzod Abduraimov) (사진=서울시향)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Behzod Abduraimov) (사진=서울시향)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Aziz Shokhakimov) (사진=서울시향)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Aziz Shokhakimov) (사진=서울시향)
연주를 마치고,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Aziz Shokhakimov) (사진=서울시향)
연주를 마치고,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Aziz Shokhakimov) (사진=서울시향)
연주를 마치고, 아지즈 쇼하키모프-베조드 압두라이모프 (사진=서울시향)
연주를 마치고, 베조드 압두라이모프 (사진=서울시향)
서울시향과의 연주를 마치고, 아지즈 쇼하키모프-베조드 압두라이모프 (사진=서울시향)
서울시향과 아지즈 쇼하키모프 (사진=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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