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액트 오브 리스닝: 사운드 이펙트 서울-헤이그 2022’ 전시
‘심플 액트 오브 리스닝: 사운드 이펙트 서울-헤이그 2022’ 전시
  • 채혜린 기자
  • 승인 2022.11.22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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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액트 오브 리스닝’ 전시 포스터 (사진제공=사운드 아트 코리아)
‘심플 액트 오브 리스닝’ 전시 포스터 (사진제공=사운드 아트 코리아)

[더프리뷰=서울] 채혜린 기자 = 사운드 아트 코리아가 주최하는 <심플 액트 오브 리스닝: 이펙트 서울-헤이그 2022 Simple Acts of Listening: Sound Effects Seoul-Den Haag 2022>가 오는 27일까지 네덜란드 헤이그의 전시 공간 웨스트 덴 하그에서 열리고 있다. 사운드 이펙트 서울은 2007년 서울을 기반으로 시작한 국제적인 사운드 아트 페스티벌로, 지난 4일 개막한 <심플 액트 오브 리스닝>은 사운드 이펙트 서울의 두 번째 국외 버전이다.

전시가 열리고 있는 웨스트 덴 하그는 바우하우스 건축가 마르셀 브로이어가 설계한 구 미국 대사관 건물이다. 뮤레이터 바루흐 고틀립과 양지윤(대안공간 루프 대표)이 공동 기획, 건물 자체가 갖는 건축적, 음향적 특성을 활용한 한국 예술가 6명의 사운드 아트 작업을 소개한다.

권병준

불문학과 출신인 권병준은 1990년대 초반 싱어송라이터로 음악 경력을 시작하며 얼터너티브 록에서부터 미니멀 하우스를 포괄하는 6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이후 2000년대부터 영화 사운드 트랙, 패션쇼, 무용, 연극, 국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음악 작업을 해왔다. 2005년부터는 네덜란드에 거주하면서 소리학(Sonology)과 예술&과학(Art&Science)을 공부한 후 전자악기 연구개발 기관인 스타임(STEIM)에서 공연과 사운드 등에 관한 실험적 장치를 연구, 개발하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2011년 귀국한 이후 새로운 악기와 무대장치를 개발, 활용하여 음악, 연극, 미술을 아우르는 뉴미디어 퍼포먼스를 기획 연출했고 소리와 관련한 하드웨어 연구자이자 사운드를 근간으로 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작품 <오체투지 사다리봇>은 바닥을 기어 다니며 절을 한다. 제 신체를 가장 낮추는 자세를 반복하는 오체투지는 인간의 교만을 버리고 제 어리석음을 참회하는 불교의 예법이다. 인간이 하지 않는 오체투지를 로봇이 대신 수행한다. 위로 오르기 위한 도구인 사다리는 수평적으로 삐걱거리는 행진을 이어가고 고단한 삶을 노래한다.

권희수

권희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다. 자전적이며 공동체적 페미니스트 해방을 연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틀로서 2017년 종교 레이무숨(Leymusoom)을 창시했다. 작가 스스로가 한국 가부장제 사회의 산물이자 여성 혐오 상업계의 산물임을 깨닫고 페미니스트와 퀴어의 삶을 재구성하는 작업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작품 <마고 레이무숨>은 고대 한국신화 속 마고할미를 작가의 어머니를 스캔한 3D 아바타로 만들어 재해석한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 이를 수행하는 여성의 신체를 재해석하여 가부장제 너머의 세계관의 역사에 주목한다.

김진아

김진아는 동서양, 학계와 산업, 주류와 비주류, 지성과 감각의 경계를 허무는 영화감독이다. 교육자이자 작가인 김진아는 언어적, 인종적, 국가적 차이에 주목하면서도 그것을 초월하고자 한다. 그의 다섯 편의 장편 영화와 미디어 아트 작업은 칸, 베네치아, 베를린 등 유수의 국제영화제와 뉴욕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국립현대미술관 등 150개 이상의 국제영화제와 미술관에서 상영되었다. 이번에 전시하는 <소요산Tearless>은 한국의 미군 위안부를 수용했던 ‘몽키 하우스’를 관객이 VR와 AR로 체험하는 프로젝트다. 몽키 하우스란 1970년대 초 성병에 감염되었다고 추정되는 위안부 여성들을 고립시키고 치료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미군의 의약 기술과 인력으로 운영한 감옥의 별칭이다. 몽키 하우스 건물을 구 미국대사관 건물 안에서 발견하는 아이러니를 체험하길 권한다.

이슬기

이슬기는 1992년부터 파리에 거주하고 있으며 경험을 통한 포괄적 공예 실천과 언어와의 교차점, 상관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작가는 이불을 매체로 한국 속담을 기하학적 문양으로 시각화하여 이를 담아내는 작업(통영의 누비이불 장인들과 협업) 및 멕시코와 모로코 등지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동시대적 조형언어를 구축해 왔다. 이슬기는 ‘올해의 작가상,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0’에서 〈동동다리거리〉 프로젝트로 올해의 작가상 2020을 수상했으며, 2023년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그룹전 ‘악셀레라시옹’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슬기의 〈러스 REUS(거인)〉 설치작업은 전시공간을 밧줄로 연결하여 소리를 울리는 장치를 만든 것이다. 작가는 거인이 사실은 아주 작은 존재일 수 있음을 상상하기를 권한다. 〈데파튜르 DEPATTURE〉 영상작업에서는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전설 속 가르강튀아 거인 이야기와 프랑스 전통민요를 들려준다.

임고은

임고은은 서울과 암스테르담에서 영상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영화를 둘러싼 시선의 주체와 객체, 과거와 현재, 진실과 허구의 변증법적인 관계를 엮어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해왔다. 여러 영화제와 전시를 통해 활동해 왔으며, 오버하우젠 국제단편영화제, 서울국제실험영화 페스티벌, 유럽미디어아트페스티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아르코미술관, 옵/신 페스티벌 등에서 작품을 상영 및 전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야생을 회복하기 위한 시적인 언어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에 몰두하고 있다. <여기, 당신을 위한 식물 표본집>은 계몽주의적 이성의 신화에서 벗어난 기억과 서사의 가능성을 시적으로 말한다. 바다의 변화를 겪어온 진주의 목소리로, 우리가 거주해온 집의 빛과 그림자를 귀하고 기이하게 표현한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인 ‘영원한 꽃이 웃음 짓는 정원’을 감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한다.

하차연

하차연은 1983년부터 프랑스와 독일에서 활동했으며 2002년 프랑스에 정착했다. 작가는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 세계화된 지금 모국에 살지 않는 이방인과 이주민으로서의 삶을 스스로 인식하며, 퍼포먼스, 영상, 오브제작업, 사진작업 등 다양한 작업으로 해석한다. 프랑스 님(Nimes) 대학과 독일 브라운슈바이크(Braunschweig)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이론과정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독일 본(Bonn) 예술기금(1992)을 수상하였으며, 독일 니더작센주 청년예술 작가상 수상(1999), 파리 시테 데 자르 아틀리에 체류 예술진흥 작가에 선정(2001)된 바 있다. <매트, 보트, 카페트 – 나의 매트, 가족을 실을 배, 모두를 위한 양탄자>는 1천여 개의 페트병을 이어 붙여 만든 설치작업이다. 한 사람이 간신히 몸을 눕힐수 있는 매트는 뗏목의 일부로 긴 줄로 연결되어 있다. 가족, 마을이나 나라 같은 자신의 공동체를 떠나야만 했던 누군가의 삶이 가진 최소한의 면적을 매트로, 가족이 함께 탈 수 있는 작은 보트로, 그리고 원하는 이를 실어 하늘을 날 수 있는 마법의 카펫으로 작업은 역할한다.

“우리는 하루 종일 무엇을 듣지만, 진짜 내가 무엇을 들었는가는 여전히 질문으로 남아있다”라고 양지윤 큐레이터는 말한다. 지금 우리는 스스로 처한 정치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상황들을 듣기도 이해하기도 어렵게 여겨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심플 액트 오브 리스닝>은 "나 자신과 서로를 경청하는 행위가 이해의 시작이며, 그 다음 세계를 이행할 시작"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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