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마지막 궁중잔치, 120년만에 무대 재현
대한제국 마지막 궁중잔치, 120년만에 무대 재현
  • 채혜린 기자
  • 승인 2022.12.07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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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진연' 포스터(사진제공=국립국악원)
'임인진연' 공연 포스터 (사진제공=국립국악원)

[더프리뷰=서울] 채혜린 기자 =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실 잔치 <임인진연(壬寅進宴)>이 120년만에 최초로 오는 12월 16일(금)부터 21일(수)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오른다. 국립국악원은 올해 임인년을 맞이해 1902년 대한제국의 임인진연을 중심으로 찬란한 궁중예술의 가치와 의미를 소개하기 위해 이번 공연을 마련했다. 당시 국가를 상징하는 황실의 진연(進宴, 궁중에서 베푸는 잔치)이 기록된 의궤와 도병(圖屛, 그림병풍) 등 당대의 기록유산에 근거해 궁중예술을 전통방식으로 무대에 되살리는 것이다. 당초 지난 8월에 공연될 예정이었으나 폭우로 인해 연기됐었다(더프리뷰 7월 24일자 및 8월 11일자 참조).

1902년 음력 11월 8일의 궁중잔치 ‘임인진연’

1902년 음력 11월 8일에 거행된 임인진연은 고종의 즉위 40주년과 나이 60을 바라보는 망륙(望六)인 51세를 기념하기 위한 잔치로, 황태자가 다섯 차례에 걸쳐 간청한 끝에 성사된 행사였으며, 500년 조선왕조와 대한제국 시기를 포함한 마지막 궁중잔치로 기록돼 있다. 임인진연은 급변하는 개화기에 국제적으로 황실의 위엄을 세우고 내부적으로는 군신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담은 국가의례를 선보임으로써 자주국가 대한제국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당시의 진연은 크게 남성 신하들과 함께 공식적인 행사를 올린 ‘외진연’과 황태자와 황태자비, 군부인, 좌우명부, 종친 등과 함께한 ‘내진연’으로 나뉘어 행해졌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예술적인 측면이 강한 내진연을 120년 만에 무대용으로 되살린다. 1902년의 내진연을 재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궤와 도병에 기록된 전통방식 그대로

국립국악원은 당시 진연의 상세 내역이 기록된 <진연의궤>와 <임인진연도병> 등 기록유산을 바탕으로 무대를 구성한다. 연출과 무대 디자인은 홍익대학교 박동우 교수가 맡아 내진연이 거행되었던 덕수궁 관명전을 도병에 남겨진 모습으로 무대 위에 재현한다. 특히 주렴(朱簾, 붉은 대나무발)과 사방으로 둘러쳐진 황색 휘장막 등을 활용해 황제의 공간의 무용, 음악의 공간을 구분해 실제 진연의 사실감과 생생함을 높일 예정이다. 전통방식으로 꾸며진 공간에서 선보이는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의 공연 구성은 황제에게 일곱 차례 술잔을 올린 예법에 맞춰 선보인다. 궁중무용으로는 봉래의, 헌선도, 몽금척, 향령무, 선유락이, 궁중음악으로는 보허자, 낙양춘, 해령, 본령, 수제천, 헌천수 등 황제의 장수와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한 화려하고도 품격있는 궁중예술의 정수로 무대를 꾸민다.

황제의 시선에서 진연을 마주하는 특별한 순간

특별히 이번 무대는 극장공연으로 선보이는 만큼 객석을 황제의 어좌로 설정해 관객이 황제의 시선에서 진연을 마주할 수 있도록 시야를 설정했다. 극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궁에서는 볼 수 없는 시선이다. 또한 음악과 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나치게 복잡하고 긴 의례와 음식을 올리는 절차 등은 과감히 생략해 진연을 공연예술로 접할 수 있도록 꾸몄다. 박동우 연출은 “대한제국이라는 시대적 정서와 궁중예술의 아름다움을 전통 방식으로 무대에 재현하고자 했다.”면서 “황제의 시선으로 구성한 이번 공연을 통해 많은 관객이 궁중예술의 멋을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120년 전 자주국가를 염원했던 대한제국의 찬란한 궁중문화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소중한 문화 유산의 가치와 문화를 통한 화합의 정신이 널리 전해지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8세 이상 관람 가능하며, 주중에는 오후 7시 30분, 주말에는 오후 3시에 공연이 열린다. 월요일에는 공연이 없다. 입장권 예매는 국립국악원 홈페이지와 전화로 가능하다.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B석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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