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웹툰, 최고의 소리로 탄생하다! 국립창극단 '정년이'
화제의 웹툰, 최고의 소리로 탄생하다! 국립창극단 '정년이'
  • 강민수 기자
  • 승인 2023.02.26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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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대 풍미한 여성국극 소재의 동명 웹툰 창극화
- 연출 남인우, 작가 김민정, 작창·음악감독 이자람 의기투합
'정년이' 포스터 (사진제공=국립창극단)
'정년이' 포스터 (사진제공=국립창극단)

[더프리뷰=서울] 강민수 기자 = 국립창극단이 신작 <정년이>를 3월 17일(금)부터 3월 29일(수)까지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웹툰의 창극화에 첫 도전장을 내미는 작품으로, 1950년대를 풍미한 여성국극을 소재로 삼은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창작 판소리극 <사천가> <억척가>로 호흡을 맞춘 남인우와 이자람이 각각 연출‧공동 극본과 작창·작곡·음악감독을 맡았다.

국립창극단은 그간 판소리 다섯 바탕뿐만 아니라 그리스 비극, 중국 경극, 구전설화 등 다양한 소재를 창극으로 흡수해왔다. 신작 <정년이>로 웹툰까지 아우르며 동시대 공연예술 장르로서 창극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한번 보여줄 계획이다.

원작인 네이버 웹툰 <정년이>(글 서이레, 그림 나몬)는 소리 재능을 타고난 목포 소녀 윤정년과 소리꾼들의 성장과 연대를 그린 작품이다. 2019년부터 4년간 연재되며 “여성 서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라는 평과 함께 2020년 ‘올해의 양성평등 문화콘텐츠상’을 수상하는 등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원작의 중심 소재인 여성국극은 소리·춤·연기가 어우러진 종합예술로, 여성이 모든 배역을 연기하는 것이 특징이다.

웹툰이 영화·드라마·연극·뮤지컬로 제작되는 경우는 흔하지만, 창극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작자인 서이레와 나몬 작가는 “웹툰이 무대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했다”라며 “웹툰 속 다양한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소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다”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총 137회 연재된 방대한 이야기를 2시간 가량의 무대언어와 음악으로 구현할 제작진의 면면도 쟁쟁하다. 전통예술에서 연극의 원형을 탐구해온 연출가 남인우가 연출뿐 아니라 극본에도 참여해 지난해 제16회 차범석희곡상을 받은 김민정 작가와 함께 대본을 완성했다. 작창·작곡·음악감독은 국립창극단과 창극 <흥보씨><패왕별희><나무, 물고기, 달> 등의 흥행작을 만든 이자람이 맡았다.

남인우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당차게 나아가는 웹툰 속 캐릭터가 현재 우리가 갈망하는 모습이라고 보고, 주인공 윤정년의 서사를 중심으로 여성 소리꾼들의 꿈을 향한 도전과 성장을 그리는 데 중점을 뒀다. 최고의 공연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소리꾼들의 희로애락과 공연 제작 뒷이야기 등 원작 속 명장면이 생생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남인우는 여성국극 자체보다도 성장과 도전이라는 인간 보편의 주제에 초점을 뒀다고 말한다.

이자람은 매 장면 만화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리듬감이 돋보이는 50여 곡의 음악을 만들었다. 판소리의 계면조와 육자배기 토리 등 전통 악조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소리꾼들이 함께 쌓아 올리는 화성으로 풍성하고 입체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또한, 시대적 분위기가 녹아있는 신민요 풍의 음악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극적 재미를 배가했다. 가야금·거문고·아쟁·피리·대금 등 국악기와 더불어 현대적인 건반 선율이 어우러진 라이브 연주는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국립창극단 대표 여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캐스팅도 주목할 만하다. 주인공 윤정년 역에는 이소연과 조유아가 더블 캐스팅돼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라이벌 허영서 역의 왕윤정, 정년의 첫 번째 팬인 권부용 역의 김우정을 비롯해 김금미 정미정 허애선 서정금 김미진 이연주 민은경 등 다양한 캐릭터의 배우들이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호흡을 자아낸다.

『정년이』 (글 서이레, 그림 나몬) (사진제공=원작 네이버웹툰)
'정년이' (글 서이레, 그림 나몬) (사진=원작 네이버웹툰)

무대 디자인은 무대미술가 정민선이 맡았다. 웹툰처럼 빠르게 전개되는 극에 맞춰 무대 역시 즉각적으로 배경을 바꿀 수 있는 형태로 구현했다. 무대 중앙에는 4개의 회전형 무대장치, 무대 양옆으로는 총 6개의 대형 삼각기둥이 설치된다. 이러한 무대 대도구의 회전이나 좌우 움직임을 통해 극의 속도감을 높이고 연극성을 극대화한다. 매란국극단 마당부터 명동 뒷골목, 다방, 방송국, 정년과 공선의 시골집 등 다채로운 공간으로 변신하는 가운데, 배우들의 살아 있는 소리와 연기가 더해지며 원작과는 또 다른 공감각적 상상력을 자극할 예정이다.

안무는 연극과 다원예술 등에서 안무가와 무용수로 활동하는 이윤정이 맡아 판소리 장단과 어우러진 자연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움직임을 추구한다.

의상·장신구 디자인은 연극 <스카팽>과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등에 참여했던 유미양 디자이너가 맡았다. 웹툰 속 의상을 재현하기보다는 1950년대의 시대적 색채를 녹이되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대 의상을 선보인다. 이외에도 조명 디자이너 이유진, 소품 디자이너 박현이, 분장 디자이너 김종한 등 독창적인 감각의 창작진이 참여해 창극 <정년이>만의 무대 미학을 완성한다.

창극 '정년이' 콘셉트 사진 (사진제공=국립창극단)
창극 '정년이' 콘셉트 사진 (제공=국립창극단)
창극 '정년이' 콘셉트 사진 (제공=국립창극단)

창극 <정년이>는 판소리와 여성국극을 소재로 하는 만큼, 국립창극단의 역량을 최대치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다. 글과 그림으로 표현됐던 웹툰 속 소리꾼들이 무대 위에서 진짜 소리꾼을 만나 또 다른 차원의 울림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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