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음악을 지휘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국립국악관현악단 '부재(不在)'
로봇이 음악을 지휘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국립국악관현악단 '부재(不在)'
  • 강민수 기자
  • 승인 2023.06.13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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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국립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 '부재' (사진제공=국립극장)

[더프리뷰=서울] 강민수 기자 =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관현악시리즈Ⅳ <부재(不在)>를 6월 30일(금)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의 마지막을 장식할 <부재>는 로봇이 지휘자로 나서는 파격적인 실험으로 예술의 가치와 역할을 새로이 성찰해보는 무대가 될 것이다.

로봇 기술의 발전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빠른 속도로 일상에 밀접하게 끼어들고 있다. 특히 로봇의 ‘두뇌와 오감(五感)’을 책임지는 인공지능(AI), 5G, 가상 서버(클라우드), 센서, 자율주행과 같은 과학기술의 발전은 로봇 공학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최첨단 기술의 발전이 다양한 분야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는 시대, <부재>는 사람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예술 영역에서 기술의 가능성을 실험한다. ‘로봇이 지휘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이 공연은 빠른 속도로 반복적인 움직임을 정확히 수행하는 로봇의 특징에 주목, 로봇이 발휘할 수 있는 강점에 초점을 맞춘 무대로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공연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 6’와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수년째 도전적 실험을 함께하고 있는 최수열, 두 지휘자가 따로 또 같이 무대에 오른다.

‘에버 6’가 지휘할 곡은 비얌바수렌 샤라브 작곡의 <깨어난 초원>과 만다히빌레그 비르바 작곡 <말발굽 소리>로, 두 곡 모두 몽골의 대초원을 달리는 말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밝고 경쾌한 곡이다. ‘에버 6’가 빠르게 반복되는 리듬을 얼마나 정확한 지휘로 표현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최수열은 황병기의 가야금 협주곡 <침향무>(협연 이지영 서울대 음대 교수)와 김성국의 국악관현악곡 <영원한 왕국>을 지휘한다. 최수열은 “로봇에게 가장 도전적인 영역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교감과 소통, 그로 인해 완성되는 음악이 아닐까”라며 사람 지휘자의 통솔력과 해석력으로 로봇과는 차별화된 공연을 선보인다는 각오다.

한편 손일훈 작곡의 위촉 신작 <감>은 최수열과 에버6, 인간과 로봇이 함께 지휘에 도전하는 곡이다. <감>은 작곡가가 2014년부터 시도하고 있는 ‘음악적 유희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는 곡으로, 연주자들이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무대 위에서 게임을 진행하며 즉흥적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형식이다. 최수열 지휘자가 연주자들과 실시간으로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어나가면, 에버6는 곡이 연주되는 동안 일정한 속도와 박자로 패턴 지휘를 돕게 된다.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한다면, 인간 혼자서는 불가능하거나 오랜 시간을 들여야 했던 작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실험하는 무대다. <부재>는 예술과 첨단기술의 결합이 열어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며, 지휘자가 ‘부재(不在)’하는 무대를 통해 지휘자의 역할과 존재에 대해 질문하는 공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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