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키워드로 다시 읽는 춤공연-3] 댑댄스프로젝트의 〈〉“hello world”;〉
[철학 키워드로 다시 읽는 춤공연-3] 댑댄스프로젝트의 〈〉“hello world”;〉
  • 최찬열 무용평론가
  • 승인 2023.07.24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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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의 바다를 유영하는 몸-이미지

[더프리뷰=서울] 최찬열 무용평론가 = 누구나 실감하고 있는 것처럼 현대사회는 급격히 디지털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창작산실 2022 올해의 신작 무대에 오른 댑댄스프로젝트의 〈〉“hello world”;〉(2023년 1월 13-15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이하 <헬로 월드>)는 가상 혹은 이미지가 현실을 대신하며 현대사회를 점령하고 있는 이런 오늘날의 세계상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주지하듯이 "Hello World"는 많은 프로그래밍 언어 서적에서 맨 처음 만들어보는 기본 예제로 나온다. 처음 프로그래밍 언어를 접하거나 프로그래밍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것이 "Hello World"인 것이다. 말하자면 프로그래밍 언어인 “hello world”가 제목으로 차용된 것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헬로 월드>라는 공연명은 다른 어느 곳이 아닌 디지털 세상으로 들어선 것을 환영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안무가들은 공연이 펼쳐지는 소극장 무대를 인간과 기계가 결합하며 보여주는 극적인 드라마가 펼쳐지는 가상의 디지털 세상으로 꾸미고, 그 속에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사물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며 서로 관계 맺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헬로 월드>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디지털화된 오늘의 세태를 드러내 보이면서도, 아울러 실재와 이미지의 관계에 대한 존재론적인 물음을 제기하는 공연이다.

댑댄스프로젝트의 〈〉“hello world”;〉(사진=Sang Hoon Ok)
댑댄스프로젝트 〈〉“hello world”;〉 ⓒArkoCreate/Sang Hoon Ok

주변이 어두컴컴한 무대 뒷면에 제법 큰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고, 거기에 ‘〉“hello world”’란 글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또 무대 중앙 바닥에는 사각형 조명이 환하게 들어와 있고, 그 안에는 여러 개의 사각 오브제가 가지런히 누워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빨간 사과가 하나가 놓여 있다. 곧이어 무대가 환해지면 현실과 다소 다른 공간이 나타난다. 큼지막한 브로콜리 이미지가 보이는 모니터에는 나뭇가지 혹은 인터넷망 같은 장식물이 부착되어 있고, 흰 무대는 약간 솟아올라 있다. 그런 무대 오른쪽 뒤로 흰옷을 차려입은 여성 퍼포머 한 명이 등장한다. 그의 목에는 검고 말랑말랑한 전깃줄이 똬리를 틀고 앉은 뱀처럼 감겨 있다. 그는 그것을 피리처럼 한 번 불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꺾어 소리를 낸 후 로봇처럼 분절적인 움직임을 이어간다. 곧이어 한 명의 남성 퍼포머가 등장하면, 솟아오른 사각 무대 둘레를 따라 불빛이 들어온다. 무대 바닥이 마치 디스플레이 장치 혹은 모니터나 스크린처럼 보인다. 이른바 무대는 디지털 이미지 세계인 셈이고, 퍼포머들은 이제 막 그 세계로 접어드는 것이리라. 현실의 몸과 여러 디지털 기기가 공존하며 이질적인 공간감이 창출되는 장면이다.

댑댄스프로젝트 〈〉“hello world”;〉 ⓒ2022 ArkoCreate/Sang Hoon Ok
댑댄스프로젝트 〈〉“hello world”;〉 ⓒArkoCreate/Sang Hoon Ok

무대 뒤편에서 두 팔을 벌린 채 우두커니 서서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남성 퍼포머와 대조적으로 여성 퍼포머는 탭댄스 동작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다가, 한 손으로 사과를 집어 높이 든 채 무대 가장자리를 따라서 천천히 돌기 시작한다. 두 명의 퍼포머가 더 등장하고, 그들은 모두 단순하면서도 기계적인 동작을 이어간다. 이어서 무대 중앙에 함께 모인 그들은 서로의 몸을 포개고 겹치고 쌓아 인간-나무 형상을 만든다. 그리고 사과를 쥔 여성이 그 위에 올라앉아 한동안 사과를 곰곰이 주시하더니 한 입 먹고, 이어서 다른 이들도 차례로 그것을 넘겨받아 모두 한입 베어 문다. 에덴동산의 선악과나 스티브 잡스의 사과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요컨대 뱀의 유혹에 넘어가 에덴동산의 선악과를 따먹은 이브처럼, 가상의 디지털 이미지 세상으로 들어선 그들도 잡스의 애플을 베어 무는 것이리라.

댑댄스프로젝트 〈〉“hello world”;〉 (사진=Sang Hoon Ok)
댑댄스프로젝트 〈〉“hello world”;〉 ⓒArkoCreate/Sang Hoon Ok

디지털 세상으로 이어지는 듯한 전깃줄이 뱀처럼 목과 머리 등에 감겨 있는 그들이 무대 중앙에 모여서 서로의 몸이 하나로 연결되게 그 줄을 풀어 이어 붙인 후, 무대 바닥에 놓인 사각 오브제를 발로 끌면서 흩어진다. 그리고 각자 그것을 집어 들자, 앞면이 드러난 오브제는 태블릿 피시(tablet PC)로 밝혀지고, 각각의 태블릿 화면에는 일제히 이미지가 노출된다. 무대 뒤 모니터에 보이는 브로콜리 둘레도 하얀 광선이 쳐지며 밝아지고, 또 바둑판처럼 긴 빛살로 네모반듯하게 구획된 무대 바닥은 디지털 전기회로판같이 반짝인다. 곧 무대는 순식간에 하나의 디스플레이 장치로 변한다. 가상의 이미지가 서서히 현실을 뒤덮기라도 하는 듯 퍼포머들의 움직임은 이미지 속으로 잠겨 들고, 브로콜리 이미지에서도 연기가 피어나는 것처럼 사람 손 이미지가 몽실몽실 피어 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또 선명한 하트 이미지가 퍼포머의 가슴 부위에 나타났다가 모니터 속으로 옮겨가기도 하는데, 이러한 일련의 장면은 현실의 몸과 정서가 가상의 이미지 속으로 사라지는 형국을 나타내는 듯하다. 이미지 속으로 소멸해 가는 몸과 현실감을 무심하면서도 예사롭게 묘사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존재론적 정서가 잘 묻어나는 대목이다. 기실 디지털 세상은 오늘날 현실 공간의 한 편에 기숙하는 부대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외려 그것은 현실 공간을 분할하고 통제하는 주도적 공간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상은 우리가 현혹되지 않도록 유의하고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잘 알다시피 현대의 디지털 사회에서는 가상이 혹은 이미지가 현실에 근접할 뿐만 아니라, 이것들이 현실을 집어삼키는 실정이다. 이것은 현실과 상상 사이에 형성된 거리의 소멸, 실재와 모조품의 혼동을 의미하고, 이는 현대사회가 견디어 내거나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저주, 환상, 착각을 의미하는 것이다. 가상과 현실을 현명하게 구별하고, 가상에 홀려 사로잡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실제 삶의 현장에서 이것은 심각한 혼란과 파국일 수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모델이 되고, 현실은 거꾸로 이러한 모델에 비추어 그대로 따르거나 근거해 형성되고 이해된다. 요컨대 〈헬로 월드〉의 안무가들은 공연에서 가상과 현실의 거리가 소멸하며 가상의 운동이 현실을 대신하고 있는 실제의 사정이나 정세를 내보인다. 그런데 달리 보면 이는 디지털 시대에 일어나는 존재론적 전회를 예시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디지털 혁명은 존재론적 혁명이기도 하기에.

댑댄스프로젝트 〈〉“hello world”;〉 ⓒ2022 ArkoCreate/Sang Hoon Ok
댑댄스프로젝트 〈〉“hello world”;〉 ⓒArkoCreate/Sang Hoon Ok
댑댄스프로젝트 〈〉“hello world”;〉 (사진=Sang Hoon Ok)
댑댄스프로젝트 〈〉“hello world”;〉 ⓒArkoCreate/Sang Hoon Ok

이어지는 장면에서 퍼포머들은 태블릿을 무대에서 모아 세운 후 그것을 켠다. 여러 가지 얼굴 이미지가 보인다. 가상 게임이나 메타버스 속 아바타 같은 이들이 졸랑졸랑 움직이고, 무대 바닥에도 이와 비슷한 이미지 형상들이 이리저리 부유하고 있다. 또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동작을 이어가던 퍼포머들이 태블릿을 일렬로 정렬하자 화면에는 수박, 사과, 딸기, 바나나 등 각종 과일 이미지가 나타나 보인다. 그러다 무대 뒤에 나란히 선 그들이 각자 두 개의 태블릿을 들어 보이자, 거기에는 세포 모양의 이미지와 사람의 손과 머리, 팔, 등과 같은 신체의 부분 이미지가 나타나고, 퍼포머들은 이러한 이미지들과 몸을 하나로 연결해 보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현실의 몸과 태블릿 속 몸 이미지가 접속해 온전한 하나의 인간 몸 형상을 이룬다. 도래한 이미지 세상을 우려하는 안무가들의 심정이 읽히면서도, 동시에 이미지와 몸이 접속과 해체를 반복하는 일련의 장면들은 가상과 실재, 혹은 이미지와 현실의 관계에 대한 존재론적 사유를 촉발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베르그손의 존재론에서 이미지는 주체와 객체, 지각자와 지각되는 것 사이에서 요동치는 물질의 총체이다. 그는 관념론과 실재론이 설정한 객관과 주관 사이의 대립 관계를 상호작용하는 이미지의 두 체계, 곧 즉자적인 물질들 사이의 상호작용 체계와 물질과 신체 간의 상호작용 체계 사이의 관계로 재설정한 것이다. 여기서 인간의 몸은 이미지와 다른 것이 아니다. 그것은 특별한 이미지, 곧 탈중심적인 이미지들의 세계 여기저기에서 ‘비결정성의 중심들’을 이루고 세계 안에 진정한 생성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른바 ‘우주’라는 이미지들의 전체 체계와 ‘세계에 대한 나의 지각’이라는 몸-이미지들의 체계 사이에는 잠재적인 전체와 현실적인 부분이라는 정도의 차이만 존재한다. 통념과 달리 베르그손의 존재론에서 이미지의 가상성은 현실적 사태 이전에 있는 생성의 잠재력으로 간주되는 것이며, 이때 생성의 잠재력인 이 가상태는 그것의 파생적 효과인 현실태보다 존재론적으로 우월하다.

댑댄스프로젝트 〈〉“hello world”;〉 (사진=Sang Hoon Ok)
댑댄스프로젝트 〈〉“hello world”;〉 ⓒArkoCreate/Sang Hoon Ok

다음 장면에서 무대 바닥은 형체가 없는 노이즈 화면 같은 이미지의 바다로 변하고, 그 위에서 퍼포머들이 운동하고 있다. 이어서 무대 바닥에 설치된 부분적인 사각 스크린과 태블릿에는 동물과 식물, 악기뿐만 아니라 생물과 무생물, 그리고 사물의 형상과 풍광 등이 나타나고, 운동하는 몸들은 이것들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접속과 해체를 반복한다. 또한 동물에서 인간으로 변화해 가는 인류의 진화 과정이 담긴 이미지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러한 장면들은 인간의 진화 과정이 종국에는 디지털 인간으로 귀착할 것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기나긴 인류의 진화 과정이 결국에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도래할 가상의 이미지에 잠식당하고 말 것이라는 전언으로 읽힌다.

하트 이미지를 부여안고 바닥에 주저앉은 채 무대를 가로질러 가는 퍼포머의 모습이 보인다. 디지털 언어에 의한 번역과 재생의 과정 안에서 아날로그적 감성과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사태를 안타까이 여기는 심정이 묻어나는 처연한 움직임이다. 급기야 한 퍼포머가 무대 바닥에 투영된 큰 하트 이미지를 발로 세차게 밟자 이 이미지는 조그만 사각 이미지로 부서져 떠돌다 긴 사각 줄 이미지로 변형되더니, 급기야 온 무대 바닥을 뒤덮는다. 그 위에서 퍼포머들은 무미건조하고 분절적인 움직임이 주를 이루는 동작을 이어간다. 물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 미디어의 기계음 등과 공명하는 그들의 움직임은 춤이라기보다는 모니터나 스크린 속 이미지들의 파동 같다. 사각의 디스플레이 장치 속에서 이미지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쉼 없이 운동하듯, 다양한 소리와 이미지, 사물 등과 접속하며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몸들도 이미지 입자처럼 무미건조한 운동을 지속한다.

댑댄스프로젝트 〈〉“hello world”;〉 (사진=Sang Hoon Ok)
댑댄스프로젝트 〈〉“hello world”;〉 ⓒArkoCreate/Sang Hoon Ok
댑댄스프로젝트 〈〉“hello world”;〉 (사진=Sang Hoon Ok)
댑댄스프로젝트 〈〉“hello world”;〉 ⓒArkoCreate/Sang Hoon Ok

의미심장한 장면이 이어진다. 퍼포머들은 악기와 글자, 사람의 입술과 눈, 인물 형상 등 태블릿 속 각종 이미지와 한데 어울려 유희하다가, 두 어깨에 천사의 날개 이미지를 달고 날아오르는 듯한 모습을 취하기도 한다. 그러다 불현듯 태블릿 속 칼 이미지가 한 퍼포머의 몸을 관통하기도 하고, 급기야 못과 볼트 같은 기계 부품 이미지에 짓눌려 그는 쓰러지고 만다. 그러자 각종 이미지가 담긴 태블릿이 쓰러진 그를 뒤덮는다. 현실의 몸이 가상의 이미지에 완전히 정복당해 소멸하는 형국, 곧 가상의 독주, 이미지의 세계 점령이 일어나고, 마침내 세상은 이미지의 바다에 잠긴다. 그런데 베르그손의 관점을 따르는 들뢰즈에 의하면 이미지는 무엇에 대한 재현이나 모방이 아니라, 이미 ‘온전히 그 자체로 빛’나는 존재이다. 들뢰즈는 이미지가 정신과 물질을 동시에 아우르는 존재라는 관점을 지지하며, 이미지가 그 자체로 독자성을 가진다는 존재론적인 관점을 견지한다. 이것은 결국 물질 흐름으로 이루어진 우주 자체가 이미지의 흐름이란 뜻이기도 하다.

댑댄스프로젝트 〈〉“hello world”;〉 (사진=Sang Hoon Ok)
댑댄스프로젝트 〈〉“hello world”;〉 ⓒArkoCreate/Sang Hoon Ok

마지막 장면에서 퍼포머들은 무대 중앙에 홀로 앉은 여성에게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녀의 몸통과 목, 머리 등에 전깃줄을 두른 그들은 그녀 주위에서 태블릿을 든 채 한동안 퍼포먼스를 펼치다가 그것들을 그녀의 몸에 감긴 전깃줄과 이어 붙인다. 현실의 몸이 디지털 기기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몸도 전깃줄로 그녀와 잇고, 무대 뒤 모니터와도 연결한다. 인간과 기계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영향을 미치는 유기적 통일체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완전한 디지털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그 순간 모든 형체 있는 것들이 이미지와 온전한 하나가 되며 무대는 온통 이미지 세상으로 변하고, 그곳을 유영하는 몸들도 점멸하는 픽셀 이미지로 분해되어 이미지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주체, 모델, 원형, 원천, 중심 등과 같은 범주가 산산이 부서지고 흩어지며 주변화되는 국면을 은유하는 듯하다. 보드리야르가 말하는 바 원본이 없거나 현실이 사라진 ‘하이퍼리얼(hyperreal)’한 세계상이 장면화된 것이리라.

하지만 달리 보면 이는 들뢰즈의 관점을 따라 현실화한 몸들이 역방향 운동을 하며 다시 그 생성의 원점, 존재론적 과거로 되돌아가는 장면으로 볼 수도 있다. 현실과 가상, 주체와 객체라는 전통적 이분법이 무력화되는, 두 항 간의 내재적 친밀성의 기원에 해당하는 새로운 실재 개념을 사유하게 하는 장면이라는 말이다. 말하자면 들뢰즈는 이미지야말로 잠재성으로 가득 찬 것이라고 본다. 그의 존재론에서 잠재성은 현실적 존재 양태는 아니지만 언제든 현실적 실제로 탈바꿈될 수 있는 역량과 힘을 지닌 상태라는 의미이다. 그것은 불변의 이데아 혹은 형상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 이른바 사건, 생성 그 자체이다. 이미지는 순수한 차이들의 진동, 창조의 가능 조건인 셈이다. 그렇다면 공연에서 무대 전체를 꽉 채운 채 일렁이고 있는 이미지는 생성의 터일 것이다. 이를테면 이미지의 바다야말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무(無)-바탕, 혹은 허(虛)나 기(氣)의 바다, 곧 현실의 몸과 태블릿에 나타난 각종 사물뿐만 아니라 삼라만상의 온갖 것들이 거기로부터 생겨나는 초월론적 장, 혹은 존재론적 바탕이다. 요컨대 이미지와 가상이 지배하는 세계상을 보여주기 위해 각종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여 적합하게 무대를 꾸미고, 마침내 이미지와 섞여 운동하던 퍼포머들의 몸마저 그것과 하나가 되는 의미심장한 엔딩 신을 연출해 보인 공연은 베르그손-들뢰즈의 이미지 존재론을 마침맞게 구현한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다 인간과 자연, 사물뿐만 아니라 각종 디스플레이 속 이미지도 존재론적으로 동등한 하나의 이미지라는 사실을 드러내 보인 댑댄스프로젝트의 〈헬로 월드〉는 이 세계는 그 자체로 이미지의 바다, 곧 들뢰즈가 말하는 바 거대한 스크린, ‘메타시네마’라고 말하는 공연이기도 하다.

최찬열 무용평론가
최찬열 무용평론가
altai21@hanmail.net
한국춤 전공 후 모스크바대 인류학 석사,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인류학 박사과정 및 미학 박사학위 취득. 지금은 몸의 예술과 인문학에 기반한 통섭적 문화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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