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용수들의 수치심과 고립감,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단독] 무용수들의 수치심과 고립감,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이종찬 기자
  • 승인 2019.02.27 14: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들의 불안과 걱정
고립감은 당신만의 것이 아니다(사진=에드워드 웨스턴, '누드')
고립감은 당신만의 것이 아니다(사진=에드워드 웨스턴, '누드')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사람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무용수들은 종종 자신감 문제로 수업이나 공연에 애를 먹는다. 만일 수업 따라가는 게 어려웠고 그 때문에 부끄러웠다면 당신은 어떤 느낌인가?

1. 어제 스텝을 공부하지 않아서 그래. 오늘은 이걸 고쳐야지.

2. 난 쓸모없고 외로워. 선생님과 동료들 눈을 피해 사라지고 싶다.

1번에 해당한다면 별 문제 아니다.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래서 분발한다면 이는 좋은 것이다. 2번이 답이라면 당신은 위축될 것이다. 걱정이 커지고 자존감은 낮아지며 열등감, 고립감에 휩싸인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운동생리학 교수인 폴라 톰슨은 댄스매거진과의 한 인터뷰에서“뭘 틀리게 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전 존재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수치심과 걱정, 그리고 어린 시절

톰슨은 최근 한 연구에서 무용수 지망생, 전문무용수들의 수치심을 다루었다. 현대무용이나 어번 댄스의 경우 무용수들의 약 11%는 높은 수준의 수치심을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오페라가수의 경우 26%, 일반인은 4% 정도라고). 이는 수치심이 종종 재발하거나 자신감에 영향을 미치고 소통에 영향을 미치게 됨을 의미하며 나아가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해 더 큰 불안과 자존감 상실을 겪게 만든다.

무용수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수치심을 느끼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대중에게 자주 노출될 뿐 아니라 교사들의 비판, 날씬해야 한다는 압박감, 무용단 내 서열 문제, 프리랜스 무용수로서의 경쟁력에 등에 대한 걱정, 또는 대부분 여성인데 나만 남자라는 부담감 등등이다. 이 모든 것들이 “늘 지적당한다”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고 톰슨은 말한다.

한 가지 뚜렷한 원인은 바로 어린 시절이다. 어린 시절 역경을 많이 겪을수록 수치심과 걱정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수치심 많은 무용수들일수록 감정적, 신체적 방치나 성적 학대 속에 자랐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또 정신질환, 연금, 약물남용과 같은 가족사가 원인일 수 있으며 이러한 경험들은 아이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에 영향을 미치며 성인 시절까지 지속된다고 한다.

교사들은 대개 수치심을 (자극을 위한) 훈련도구로 사용하는데 이는 문제를 고착화시킬 뿐이다. 톰슨은 많은 학생들이 수치심과 걱정을 숨기고 있음을 잘 알아야 하며 수치심에 근거한 학습문화는 그런 수치심을 더 악화시킬 뿐 아니라 대개는 학생이 가진 재능을 파괴하기 쉽다고 말한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톰슨은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1. 그것에 이름을 붙여라.
자신이 느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라. 이건 수치심인가? 그럼 그걸 인정하라.

2.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라.
자신만이 수치심을 느낀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정상적인 것이다. 톰슨은 “수치심은 우리 모두가 느끼는 사회적 감정이라는 것을 알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3. 앞으로 나아가라.
수업이 끝나면 호기심을 가지라고 한다. “오늘은 왜 잘못됐지? 이런, 어제 3시간 밖에 안 잤잖아” 자, 그러면 이제 그 핑계가 다시 통하지 않도록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안무를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고 “이런, 아무 쓸데 없어. 그만둬야 해, 난 이런 거 못 할 거야. 모두 나만 쳐다봐”라고 생각하면 그런 감정상태가 공연을 이끌고 간다고 톰슨은 말한다. 그보다는 “그래 망쳤어, 그러니 이걸 잘 배워서 집중해서 다시 해보자”라면서 일 자체에 집중하고 마음을 다잡을 것을 권한다. 수치심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톰슨은 “이는 긍정적인 것이다. 정도에 따라 다르다”고 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