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일음악문화재단, 한국가곡의 시대를 이끈다
[칼럼] 세일음악문화재단, 한국가곡의 시대를 이끈다
  •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3.10.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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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회 세일한국가곡의 밤 (사진제공=세일음악문화재단)

[더프리뷰=서울]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 지난 10월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제 15회 세일한국가곡의 밤이 열렸다. 소프라노 박미자와 황수미가 아름다운 한국가곡들을 들려주었다. 올해 세일한국가곡콩쿠르 작곡부문 1위곡 <막걸리>(이순철 시/지혜정 곡)가 소개되었고, 성악 부문 우승자 베이스 노광근과 소프라노 조예희도 청중에게 선보였다. 또한 한국가곡의 대중화에 이바지한 음악인에게 수여되는 세일한국가곡상은 작곡가 김효근에게 돌아갔다.

세일음악문화재단은 2008년 고 세일이엔에스 정승일 대표가 한국가곡의 발전과 진흥을 위해 설립한 단체다. 정승일 이사장은 한양대 공대생 시절 우연히 합창 수업을 듣다가 박수길, 신영조 등 성악과 친구들을 사귀어 함께 미8군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남산 KBS 합창단원도 하는 등 음악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기업인으로 활동하면서도 솔리스트 앙상블에 합류해 기획사를 대신한 총무 역할도 했고, 또 국립합창단 후원회 이사장도 역임했다. 은퇴 후 음악을 통한 사회환원을 위해 세일음악문화재단을 세우고, 당시 침체되어 있던 한국가곡의 중흥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한국가곡 콩쿠르와 한국가곡의 밤을 개최하기 시작했다. 2019년 정승일 이사장이 작고한 이후 성악가인 큰딸 정수연 이사장이 재단을 이끌고 있다.

세일음악문화재단 이사장 정수연(왼쪽)과 작곡가 김효근 (사진제공=세일음악문화재단)

“아버지는 음악으로부터 받은 고마움을 환원하고 싶어하셨어요. 대학 시절에는 성악과 친구들과 공연을 하면서 학비를 마련했고, 중년에는 비전공자로서 내로라 하는 성악가들과 솔리스트 앙상블을 하면서 정서적 지원을 받으신 거죠. 문화예술계가 다 어려운데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당시 죽어있던 한국가곡의 불씨를 살려보시려 한 것 같아요.”

정수연 이사장은 2016년부터 재단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 매달 셋째 목요일 세일아트홀에서 열리는 세일한국가곡 상설무대가 그녀의 기획이다. 오는 10월 19일에는 테너 이원준, 11월 16일에는 소프라노 서혜연과 메조 소프라노 제니퍼 라모어, 12월 21일은 소프라노 박은주와 테너 전병호의 무대가 예정되어 있다.

“상설무대는 1년 전에 이미 기획이 다 끝나 있어요. 첫해에는 개런티가 적다보니 저랑 친한 성악가들에게 한국가곡에 대한 소명을 강요하며 무대를 만들었어요. 2017년 상설무대에 섰던 성악가들이 강혜정·오미선·강형규·이아경·양송미·김재형·신상근·전승현 등인데, 사실 이 대단한 라인업으로도 처음에는 세일아트홀 72석을 채우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2년이 지나니 이 무대에 서고 싶어하는 성악가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2021년에는 박수길·김영미·이규도·김성길 선생님들이 상설무대에 서셨어요. 누구보다도 준비를 많이 해 오셔서 감동적이었습니다”

2018년에는 세일한국가곡콩쿠르 10주년을 기념한 악보를 모아 <세일한국가곡집>을 발간했다. <세일한국가곡집>의 출간은 콩쿠르를 통해 배출된 가곡들을 지금의 한국가곡을 대표하는 노래들로 굳어지게 했다. 해외에서도 한국가곡집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이와 더불어 음반과 영상 작업도 병행했다.

“예전에는 성악가들이 한국가곡을 따로 배우지 않았고 한국가곡들은 주로 앙코르곡 정도로만 불렸으나, 이제는 한국가곡만으로도 독일 리트처럼 공연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사실 한국가곡이 꼭 성악으로만 불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유행가처럼 대중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뮤지컬 <광화문 연가>라든가 <그날들>처럼 가곡으로만 뮤지컬을 만들 수 없을까 하는 마음도 있어요.”

세일한국가곡콩쿠르는 화천비목콩쿠르와 함께 한국가곡의 양대 산실이었다. 화천비목콩쿠르가 올해 폐지되었기 때문에 이제 세일한국가곡콩쿠르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소프라노 박미자(왼쪽)와 황수미 (사진제공=세일음악문화재단)

세일한국가곡콩쿠르는 신진 작곡가들과 성악가들을 발굴해 오고 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황수미가 제2회 콩쿠르 출신이고, 소프라노 박혜상 역시 4회 수상자다. 4회 콩쿠르 작곡부문 1위가 김주원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인데, 지난 2020년 박혜상이 도이치 그라모폰 데뷔 음반에 이 노래를 실은 바 있다.

“철저히 블라인드 심사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좋은 곡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라 작곡부문은 나이 제한이 없어요. 김신, 배동진, 김주원 수상자들의 곡들이 이제 많이 알려졌지요.”

세일음악문화재단은 작곡부문 콩쿠르 본선 진출자 대상으로 작곡 아카데미도 열고 있다. 가곡에서 악기와 성악의 조화, 성부의 이해를 알려준다. 향후 한국가곡을 배울 수 있는 아카데미도 구상 중이라고.

“대중적인 서정성과 예술성을 다 갖춘 곡들을 찾아내어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세일한국가곡콩쿠르는 한국가곡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고 자부합니다.”

세일한국가곡상은 한국가곡에 기여가 큰 음악인을 선정해 수여하고 있다. 김성태·최영섭·이수인·임긍수·신귀복·이영조·이건용·진규영·엄정행·안형일·이규도·박수길·신영조·김성길이 역대 수상자들이다.

소프라노 조예희(왼쪽)와 베이스 노광근 (사진제공=세일음악문화재단)

“작곡가가 수상자로 선정되는 해에는 세일한국가곡의 밤에서 싱얼롱처럼 대표곡을 청중과 함께 부릅니다. 성악가가 수상하시는 해에는 무대에 서시지요. 엄정행 선생님이 <목련화>를 부르셨을 때 청중이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어요.”

올해의 수상자는 김효근. 세일한국가곡의 밤에서 소프라노 박미자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불렀고, 청중이 입을 모아 <눈>을 불렀다. 김효근이 오늘날 한국가곡의 대중화에 가장 앞장선 음악인임은 분명하다.

이밖에도 세일한국가곡의 밤 무대에서는 나운영의 <달밤>, 김동진의 <내 마음> 같은 유명한 가곡들과 윤이상의 <달무리> <그네>, 이영조가 쓴 <경상도 아리랑>과 역대 세일한국가곡콩쿠르 입상곡들인 <참 맑은 물살> <꽃잎이 흔들리는 날은>이 울려 퍼졌다. 다채로운 한국 가곡들에 청중은 환호했고, 가슴을 파고드는 노랫말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세일한국가곡의 밤을 통해, 오늘날 한국가곡이 사랑받기까지 많은 이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좋은 곡을 쓴 작곡가들과 가곡을 널리 알려온 성악가들이 존재했고, 그 뒤에는 시대를 반영한 명곡들이 나오도록 통로를 열어주고 끊임없이 후원해온 세일음악문화재단이 있었다. 세일음악문화재단이 아름다운 한국가곡들의 산실과 후원자로 오랫동안 든든한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비평활성화 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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