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서울 힐튼호텔의 사회사적 의미 - '힐튼이 말하다'
[신간] 서울 힐튼호텔의 사회사적 의미 - '힐튼이 말하다'
  • 조일하 기자
  • 승인 2024.02.15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힐튼이 말하다' 표지 (사진제공=램프북스)

[더프리뷰=서울] 조일하 기자 = 서울 남산자락을 40년간 지켜 온 서울 힐튼호텔. 단순한 도시공간을 넘어 현대사를 함께해 온 서울 힐튼의 기록을 탄생부터 소멸까지 상세하게 수록한 책이 나왔다. 램프북스의 <힐튼이 말하다>.

서울 힐튼은 남산 곁에서 오랜 시간 서울의 한 풍경을 이루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3년 개관한 서울 힐튼호텔의 사회적 역할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서울 힐튼은 2022년 12월 31일 영업종료 후 처분을 기다리며 덩그러니 서 있다.

신간 <힐튼이 말하다>는 이제는 사라진, 그리고 남은 공간마저도 곧 사라질 서울 힐튼에 대한 기록집이다. 건축사적, 사회사적으로 중요한 공간이 어떻게 태어났으며 어떤 역할을 하다가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기록했다. 건축사적 가치와 사회적 의미, 그리고 보존을 위한 대안과 노력들도 소개한다. 책은 맨땅에 한국건축의 중요한 역사가 만들어지는 장면을 담은 사진, 서울 힐튼과 함께 시대적으로 변화하는 주변 풍경들, 힐튼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사연을 담은 사진들, 그리고 영업종료를 앞둔 시기의 사진들과 종료 이후 텅 빈 공간을 담은 사진까지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 아카이브를 실었고, 서울 힐튼의 청사진부터 실시 설계도면을 충실하게 실어 기록집으로서 의미를 더했다.

이 책은 지난 2023년 4월 12일 문화예술 전문 디지털미디어 <컬처램프>가 창간 기획으로 개최한 특별좌담회 '건축가 김종성과의 만남 : 힐튼호텔 철거와 보존 사이'에서 출발했다. 1980년대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상징하는 현대건축의 자산 서울 힐튼의 철거가 과연 올바른 결정인지에 대해 설계자인 김종성 등 중진 건축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진지한 토론을 나누었다. 서울 힐튼 보존과 관련한 의미 있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오랜 시간 서울 힐튼이 간직한 이야기들을 담고자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었으며, 서울 힐튼이 쌓아 온 시간과 건축적 가치를 기록하는 책 <힐튼이 말하다>를 출간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말을 실감케 했던 1980년대에 힐튼호텔은 한국을 찾은 바이어를 위한 최고의 호텔 중 하나였다. 1980년까지 서울에 지어진 특급호텔들이 대부분 일인 건축가의 설계로 지어지거나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지어졌지만, 힐튼호텔은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표준을 만들어 낸 건축가 미스 반 데 로에(Mies van der Rohe)의 제자인 김종성의 설계로 탄생했다. 당시 대형 빌딩의 주류인 일본색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호텔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디자인으로 '수출한국'의 비즈니스를 뒷받침했던 장소다. 이러한 힐튼호텔의 사회적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동시에 서울 힐튼은 유럽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장 먼저 소개하는 창구이기도 했고, 역사적으로도 주요한 대형 이벤트가 열리는 공간이기도 했으며, 특별한 날 누군가의 추억 속 한 페이지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압박을 받은 대우그룹은 힐튼호텔을 싱가포르계 CDL호텔 코리아에 2,600억원에 매각(1999)했고 2004년 ‘밀레니엄힐튼서울’로 이름을 변경해 운영하다 2021년 12월 국내 부동산투자사 이지스자산운용에 1조1,000억원에 매각했다. 이지스 측은 최대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주변 건물들을 추가 매입해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11월 22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수권소위원회에서 ’힐튼호텔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계획 결정 변경안‘이 수정 가결됐다. 계획에 따르면 서울 힐튼의 일부(로비 바닥과 기둥 정도)만 남을 것이다. 서울시는 정비계획을 통해 남산뿐 아니라 한양도성 및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그리고 힐튼호텔이 가진 건축사적 가치를 살리고자 했다고 하지만, 건축가 김종성의 의견은 다르다. 제대로 보존하려면 전체 공간을 남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 힐튼호텔 개요와 약사

위치: 서울 중구 소월로 50번지

연면적: 8만2856㎡

설계자: 김종성, 서울건축

시공: 대우건설

준공: 1983년

객실: 684실

규모: 지하2층, 지상23층

 

1978년 한국인 1세대 건축가(김종성)에 의한 국내 1호 호텔 설계

1983년 호텔 개관, 대우개발이 운영

1986년 서울시 건축상 금상 수상

1999년 대우개발, 싱가포르계 CDL호텔 코리아에 2,600억원에 매각

2004년 ‘밀레니엄힐튼서울’로 이름 변경

2021년 국내 부동산투자사 이지스자산운용에 1조1,000억원에 매각

2022년 이지스자산운용, 현 힐튼호텔 철거 및 오피스호텔 복합시설 개발 계획 수립

2022년 12월 31일 밀레니엄힐튼서울 영업 종료

2023년 11월 22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소위원회에서 ‘힐튼호텔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계획 결정 변경안’ 수정가결

 

저자들 소개

김종성
1935년 서울 태생. 경기고를 나와 1954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공학과에 입학했다. 재학중 미국유학을 결심하고 1956년 미국 일리노이공과대학교(IIT)에 입학해 1961년 건축학사, 1964년 건축학 석사를 취득했다. 학부 졸업 후 미스 반 데어 로에 사무실에 입사해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1966년 IIT 건축대학 교수로 임용되어 1972년 부학장, 1978년 학장 서리를 역임했다. 힐튼호텔 설계를 계기로 1978년 귀국해 서울건축종합사무소를 만들고 이끌었다. 대표작으로 서울 힐튼호텔 외에 육군사관학교 도서관, 서울올림픽 역도경기장, 경주 선재미술관(현 우양미술관), 아트선재센터, 서울역사박물관, SK서린빌딩 등이 있다.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건축가 김종성: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조화’전을 개최했다. 문화훈장(2014년), 동탑산업훈장(2023년)을 수훈했다. 2019-23년 <건축가 김종성의 로마네스크 건축 포토에세이(Architect Jong-Soung Kimm's ROMANESQUE ARCHITECTURE Photo Essay)> 5권을 출간했다.

안창모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원에서 한국 근현대 건축을 공부하고 「한국전쟁을 전후한 한국건축의 성격변화」와 「건축가 박동진에 관한 연구」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와 일본 도쿄대학 객원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한국 근대건축의 역사와 이론을 연구하며 역사문화환경 보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사)근대도시건축연구와실천을위한모임 회장과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에는 베네치아건축비엔날레 한국관 공동큐레이터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2021년 한국건축역사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저서에 <기술과 사회로 읽는 도시건축사> <가회동 두 집 - 북촌의 역사를 말하다> <한국 현대건축 50년> <덕수궁 - 시대의 운명을 안고 제국의 중심에 서다>가 있다.

전이서
㈜전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대표,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전시기획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컬럼비아대학원(Graduate School of Architectural Planning & Preservation, Columbia University)에서 MSAAD, 연세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 전공으로 졸업했다. 서울시와 세종시 행복청의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며, 2017-2020년 한국근대건축보전연구회 'Rebirth Design' 총괄 코디네이터, 2015년 예술문화채널 A&C방송 〈건축을 만나다〉의 객원 진행자였다. 2022년 ‘다함께 누리봄 키움센터’로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문체부장관상과 2023년 IF international design award Gold Award를 수상했다. 2019년 새로운 한국공동주택 'Linkage Village' 제안이 서울시 고덕강일 10블럭에 당선돼 2024년 서울 ‘어반브릿지’ 이름으로 준공 예정이다.

정인하
프랑스 파리 제1대학에서 프랑스 현대건축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이후 한국 근현대 건축에 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했다. 주요 저서로는 <김수근 건축론> <김중업 건축론> <현대건축과 비표상> 등이 있다. 현재 한양대학교 건축학부의 건축역사 및 이론 담당 교수이다.

지정우

EUS+ Architects를 건축가 서민우와 공동 운영 중이다. 고려대학교와 숙명여대에서 건축과 디자인을 강의하고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인 남산 자락에서 나고 자랐으며 현재도 그곳에서 거주하며 작업중이다. 지난 25년간 서울과 뉴욕에서 건축실무를 하며 주로 공공공간과 복합개발, 마스터플랜 작업을 했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와 신시내티 대학에서 건축과 교수를 지냈다. 2012년부터 서울에서 건축작업을 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공간을 그들과 함께 구상하고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호근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디엠피건축 설계 책임자이다. 주요 작품으로 한강예술섬 공연예술 센터, 세종예술의전당, 부산국제아트센터, 남사도서관, 세종정부청사, 헤이그라운드, 수송 스퀘어, 마루360, 생각공장 등이 있다. 2020년 대한민국 국토대전 국토교통부장관상, 2020년 한국건축문화대상, 2019년 경기도 건축문화상, 2017년 서울특별시 건축상 등을 수상했다.

함혜리

문화전문 저널리스트, 문화예술 전문 온라인 매체 <컬처램프> 발행인.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프랑스 파리 제2대학에서 언론학 박사과정(D.E.A.)을 마쳤다. 30년 간 서울신문 기자로 일했다. 기자 경력을 살려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고, 문화와 예술의 저변을 확대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는 세 차례에 걸친 프랑스 체류경험을 바탕으로 쓴 프랑스 사회비평서 <프랑스는 FRANCE가 아니다>(2009), 대한민국 대표 예술가들의 인터뷰를 담은 <아틀리에, 풍경>(2014), 유럽 유수의 미술관 건축을 소개하는 <미술관의 탄생>(2015)이 있다.

홍재승

건축가. 플랫/폼 건축사사무소 소장,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겸임교수. 정림건축, 런던 Chora(Raoul Bunschoten)와 Florian Beigel Architects, 맨체스터 Ian Simpson Architects에서 실무를 했다. ‘풍경, 반풍경 그러나 알레고리’를 주제로 도시의 문맥과 자연 요소를 건축설계의 지평으로 끌어들이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작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에서는 대자연 속 절제된 태도로 땅과 관계하고 빛과 그림자의 존재를 공간으로 환원하고 반추했다.

본문에서

"이 책은 지금은 사라진 ‘서울 힐튼’의 기억에 대한 아카이빙이다. 일종의 추억 앨범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기록집의 시작은 문화예술전문 매체 〈컬처램프〉 창간기획으로 2023년 4월 12일 정동 프란체스코회관에서 열린 특별 좌담회 ‘건축가 김종성과의 만남, 서울 힐튼 보존과 철거 사이’였다. 처음엔 좌담회 기록집을 만들기로 했다가 그것보다는 서울 힐튼에 대한 아카이빙을 하는 게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작업을 진전시켰다. 서울 힐튼이 세워지기까지의 세월과, 두 차례 매각되어 처분을 기다리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김종성 건축가가 설계한 서울 힐튼이 한국 현대건축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가치, 그리고 40년 넘게 남산 초입에 서있던 도시의 아이콘을 보존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아카이빙 자료와 함께 실었다." - '장소와 건물의 운명' 중

"김종성이 추구했던 구축적 공간은 그의 건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한다. 이것에 대한 최초 실험은 서울 힐튼을 설계하면서 이루어졌다. 이 건물은 김종성의 건축 역정에 있어서 하나의 중요한 획을 그은 것으로, 김종성 스스로도 대표작으로 자부하는 건물이다. 김종성은 이 설계를 계기로 시카고를 떠나 한국에 본격적으로 활동을 펼치게 된다. ‘서울 힐튼’이 김종성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것은, 거기에 김종성이 그동안 탐구해 온 공간개념이 가장 명료하게 나타난다는 점 때문이다." - '김종성 건축이 한국 현대건축에 끼친 영향' 중

"한국 근현대 사회의 전개과정에서 서울 힐튼의 태생은 자본의 논리에 의해 만들어지고 변화한 시대적 자본주의에 의해 다시 변모의 기로에 있다. 도시는 생물이기에 정책, 사업성, 지역 구조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고, 건축의 공공적 가치(보존과 활용) 인식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대치는 우리가 철거나 보존의 이분법적 논쟁에서 건축 자체의 공간, 재료, 구축술의 이유로 항변하기는 무기력하다. 지난 10여년간 서울시장의 철학에 따라 개발에서 재생으로, 다시 개발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는 것만 하더라도 우리는 그 중간지대에 인색하다. 이젠 보전지향 개발철학과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 '보존과 철거 사이' 중

"이 글은 변화해야만 하는 도시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 묻는 것으로 시작했다. 서울 힐튼 역시 건물 자체를 영웅처럼 기념하기 위해 보존하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장소와 공간이 도시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정체성에 기여했는가, 공동체의 삶과 기억에 어떻게 맞닿아 있었는가를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석은 어차피 각자의 몫이다. 여지를 갖고 많은 해석과 풍요로운 시각이 만나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도시를 바라보아야 하는지 이야기되는 것이 중요하다." - '도시의 정체성을 기록하는 새로운 접근' 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