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 칼럼] 팬데믹 시대의 공연예술 (중)
[더프리뷰 칼럼] 팬데믹 시대의 공연예술 (중)
  • 조복행 공연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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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공연의 문화경제학

공연산업은 디지털 시대의 수공업이다.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생산이 불가능하고 많은 인력과 극장, 세트, 기술장비 등의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공연산업은 장치산업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제작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관객들의 취향은 다양하며 변덕스럽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소비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공연산업은 경제성이 매우 약하고 비용의 질병이 발생하는 취약한 산업이다.

공연산업은 늘 경제적 곤경에 시달려 왔다. 그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였다. 일시적 성공을 거두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늘 손실을 보곤 하였다. 18-19세기 이탈리아의 오페라 기획자(임프레사리오)들은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늘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었고 일본의 가부키 기획자들은 수천억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공연흥행이 시작된 1900년대 초반에 설립된 모든 극장들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대부분 영화관으로 바뀌거나 폐쇄되었다. 비교적 오랫동안 운영했던 조선극장도 1922년에 설립되어 1936년 화재로 폐관하기까지 14년간 수차례 개관과 폐관을 거듭하였고 경영주도 10여 차례 바뀌었다. 오늘날 뮤지컬 기획자들도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큰 빚을 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패하는 방식(?)도 동서양이 유사했다. 늘 경쟁에 시달렸고 막대한 개런티를 주고 스타를 영입하거나, 거대한 스펙터클을 동원하여 일시적으로는 성공하기도 하였지만 이들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공연 기획자들은 이 경제적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였지만 늘 실패하였다. 1980년대 이후에 앤드류 로이드 웨버나 카메론 매킨토쉬, 기 랄리베르테(태양의 서커스), 네덜란드 스테이지 엔터테인먼트의 윱 반 던 엔데 등 거부가 된 몇몇 프로듀서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고 일부 지역의 일부 기획사에 한정된 일이다. 과거에 공연산업을 통해 돈을 벌었다는 기록을 본 적이 있는가? 과거의 공연기획자들은 늘 힘들었고 지금도 대부분의 기획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왜 그럴까? 많은 사람들은 공연기획자들의 전문성 부족을 말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공연산업이 지니고 있는 원초적 한계 때문이다.

연극(공연)은 20세기 초반부터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아르놀트 하우저는 1차대전 종료가 예술사조의 변화와 맞물린다고 하였는데 , 1920년은 공연의 경제적 상황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1920년대에 들어와 연극은 텔레비전과 영화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는다. 많은 공연장들은 폐쇄되고 영화관은 늘어난다. 연극의 위기는 다른 오락의 등장, 연극이 갖는 내재적 성격, 그리고 그 매체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연은 극장에서 관객과 배우의 만남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반드시 배우와 관객은 그들의 신체를 움직여 공연장에서 대면하는 것이어야 한다. 현전은 공연의 매력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극장, 좋아하는 배우, 그리고 그들과 직접 만나서 상호작용하는 기쁨은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이다. 신체적 움직임만이 아니라 그 현전을 통해서 얻어지는 감동도 현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필자는 이를 신체적 현전과 감각적 현전으로 나눈다. 그러나 현전은 공연의 경제성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래서 필자는 공연의 현전을 공연의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파르마콘’이라고 부른다(조복행, 『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 p 73).

공연의 현전이 왜 경제성을 제약하는가? 우리는 신체를 움직여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공연장에 가야 된다. 따라서 멀리 떨어진 극장에는 갈 수가 없다. 또한 시간이 맞지 않아도 갈 수가 없다. 또한 공연 입장권은 다른 오락에 비해 매우 비싸다. 극장에서는 매우 엄숙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텔레비전처럼 집안에 편히 앉아서 볼 수 있는 오락이 아니다. 그리고 예술연극은 매우 어렵다. 필자는 이를 시간구속적, 공간구속적, 시간소비적, 금전소비적이라고 표현한다. 오락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소비하기에 편리하고 값도 싸고 재미있어야 한다. 지배적인 오락, 지배적인 매체가 되려면 광역성, 신속성, 평이성, 편의성(관람의)을 갖추어야 한다(『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 31). 그러나 공연예술은 이런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연극은 1980년대부터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상업극, 특히 뮤지컬을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부터 34년이나 롱런하고 있고 < 라이온 킹>은 1997년에 시작되었지만 9조(82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어 가장 경제적으로 성공한 뮤지컬이 되었다. 이들이 취하는 성공방식은 롱 런 방식인데, 이는 그들의 콘텐츠의 경쟁력과 함께 교통과 통신의 발달이라는 세계화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브로드웨이 등 최근의 공연산업의 전략은 시간적 확장전략이다. 롱 런이 말해주듯이 장기간에 걸쳐 오랜 시간동안 공연을 지속하는 전략이다. 이는 공연장이 한정돼 있고 배우가 한정되어 있는 현전의 제약 때문이다. 스타 뮤지컬 배우 A는 정해진 공연장에서 하루에 한 번 내지 두 번밖에 공연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최근의 상업극들은 이를 시간적으로 확장함으로써 현전의 한계를 돌파하고 있다.

뮤지컬 라이온 킹( 출처:broadway.org)
뮤지컬 라이온 킹( 출처:broadway.org)

 

공연의 생중계

예술은 미디어를 통해 자본주의적 생산과 관계를 맺는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기초한 자본주의는 매스 미디어와 손을 잡고 대량유통의 전략을 취하게 되고 예술은 대중화되고 민주화된다. 이런 전략은 이미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인쇄매체에서부터 시작된다. 19세기에 신문산업이 발달하면서 신문연재소설은 당시의 중요한 문화산업이 되었다. 유명한 소설가들은 신문연재를 통해서 큰 돈을 벌 수 있었고 신문으로서는 부수확장의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영국의 찰스 디킨스나 프랑스의 발작과 에밀 졸라, 미국의 피츠제럴드와 같은 유명 소설가들에게 신문이나 잡지는 작품발표의 중요한 장이자 돈벌이의 수단이었다.

공연은 전자 미디어를 통해 현전의 제약을 돌파하려고 하였다. 새로운 전자 미디어는 공연을 라이브로 중계하였다. 1881년에 프랑스에서는 전화로 코메디 프랑세즈의 연극공연을 생중계하였다. 이를 테아트로폰(Theatrophone)이라고 불렀는데 당시 귀족들은 이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극장에 갈 수 없는 사람에게는 매우 편리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테아트로폰의 매니아였다. 1884년에는 벨기에와 포루투칼, 영국, 헝가리 등지로 확산되고 1890년대에 들어와서는 상업화되기도 한다. 라디오는 전화보다 훨씬 우수한 생중계 장치였다. 1936년에 프랑스에서는 코메디 프랑세즈의 연극을 주말에 정기적으로 라디오로 생중계하였고 BBC는 1930년대부터 라디오를 통해 연극과 콘서트를 생중계하였다. 영상매체에 익숙한 현대인의 시각에서는 공연을 전화나 라디오로 듣는 것이 가능할 것인지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라디오 드라마를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특히 라디오는 콘서트를 중계하는 데 매우 적합하였다. 20세기 중반에 많은 라디오 방송국들은 자체 오케스트라를 창단하였다. 토스카니니는 미국 NBC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BBC, NHK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이 때 탄생하였다.

영상과 사운드가 합쳐진 생중계는 텔레비전 시대에 와서 이루어졌다. 라이브 매체였던 텔레비전은 많은 연극을 생중계하였다. 브로드웨이 연극은 텔레비전 생중계의 단골이었다. 이처럼 공연은 방송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어 왔다. 방송은 소리와 이미지의 전달매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연이 이제는 영화관으로 라이브로 전송되고 있고 인터넷으로 생중계되고 있다.

데이비드 헤스몬달프는 복제가능성에 따라 문화산업을 핵심문화산업과 주변문화산업으로 나눈다(『The Cultural Industries』, P12). 영화, 출판, 방송 등 많은 문화산업은 핵심산업에 속한다. 이들은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광범위한 유통이 가능하다. 주변산업에 속하는 미술이나 공연은 복제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미술의 경우에는 원본이 한 점이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형식으로 복제가 가능하다. 미술관에 전시된 원본을 수많은 관람객들은 볼 수 있고, 사진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대량유통이 가능하다. <구글 아트 앤 컬쳐>라는 플랫폼에서는 세계의 유수한 미술관과 제휴하여 온 라인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작품원본을 변형하여 새롭고 장대한 형식의 미디어 아트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의 공연기획자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공연의 복제와 공간적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새로운 흥행방식을 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무리 큰 규모라고 해도 스포츠 이벤트나 팝 콘서트와 같은 라이브 이벤트는 매스 미디어의 동원능력을 따라갈 수 없다. 공연은 이제 미디어를 이용하여 새로운 흥행 가능성을 찾아보는 중이다. 헤스몬달프는 최근 공연산업이 주변산업의 성격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평가를 하는데, 이는 롱 런을 통한 장기공연, 특히 일부 뮤지컬의 경제성 때문이다.

뮤지컬 스파이더맨 (출처: marketplace.org)
뮤지컬 스파이더맨 (출처: marketplace.org)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적 확장전략의 난점은 엄청난 제작비가 소요되는 상업극들이 단 1-2년의 롱 런으로 제작비를 회수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장 제작비가 많이 소요되었지만 실패한 뮤지컬인 < 스파이더 맨>은 무려 800억원이 소요되었고 라스 베가스에서 공연되고 있는 태양의 서커스의 <카쇼>나 <오쇼> 등은 2천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소요되었다. 이들이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장기간의 흥행성공이 필요하다. 그래서 공연예술은 시간적 확장전략 이외에 다른 전략을 필요로 한다.

영상공연의 경제학

공연이 시간적 확장전략이라고 하였는데 영화는 공간적 확장 전략을 사용한다. 영상공연은 영화적 흥행방식이자 공간적 확장방식, 더 확장해서 말하자면 매스 미디어적인 생산방식이다. 텔레비전처럼 라이브 방식도 있고, 영화처럼 사전녹화도 있다. 세계의 많은 극장에서 동시개봉이나 순차적 개봉을 통해 상영지역을 늘려나가는 것이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HD 라이브는 동시에 70여개국 2,200여 개의 극장에 전송되고 있다. 그러나 영상공연의 제작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고화질의 촬영과 편집, 전송 등은 매우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하기 때문에 높은 인건비와 장비사용료 등이 소요된다. 메트로폴리탄의 경우 2011년에 6명의 상근인력과 40여 명의 기술인력이 근무하였다( 위키피디아). 2009-2010년 시즌의 경우 제작비는 1,200만 달러가 소요되었고 수입은 총입장권 수입 4,700만 달러중 극장측과 절반을 나누기 때문에 약 2,400만 달러였다. 제작비는 대개 연간 10편을 제작한다고 보면 편당 120만 달러(약 14억원) 정도에 달한다. 반면 베를린 필이나 비엔나 필과 같은 클래식 콘서트의 경우는 제작비가 이보다 적게 소요될 것이다. 한편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제작비용도 앞으로 점점 하락할 것이다. 방송중계와 같은 전통적 중계에서는 중계차와 많은 인력, 그리고 많은 고화질 카메라가 동원되기 때문에 제작비용이 많이 소요되지만 인터넷으로 중계되는 유튜브 생중계의 경우에서는 매우 적은 비용으로 생중계가 가능해졌다. 물론 고화질의 영화관 영상과는 화질의 차이는 생길 수밖에 없다.

- 카니벌라이제이션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은 콘텐츠간의 충돌현상을 말한다. 라이브와 녹화방송이 충돌하거나 클래식과 대중예술이 충돌하고 경쟁하는 현상등을 말한다. 카니벌라이제션의 대표적인 예는 영화와 연극이다. 역사적으로도 밝혀졌듯이 같은 오락장르에 속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경쟁하게 된다.

브리티쉬 콜롬비아 대학 연구팀은 2011년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HD 라이브의 소비현황을 연구하였는데, HD 라이브가 관객의 증가에 기여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또한 지역의 오페라 팬과 HD 라이브가 충돌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즉 영상 오페라가 지역극장에 상영되어도 지역의 라이브 오페라 관객을 빼앗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의 과학기술예술기금(NESTA)에서는 2010년에 영국 국립극장의 HD라이브에 대해서 조사하고 이를 < 비욘드 라이브, Beyond Live>라는 이름으로 발표하였다( 네이버와 SM의 사이버 공연도 <비욘드 라이브>다. 우연의 일치인가? ). 이 보고서에서도 카니벌라이제이션에 대해 조사하였지만 그 결과는 불확실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입장권 가격

보통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티켓가격은 저렴한 좌석도 있기는 하지만 보통 100 달러가 넘고 비싼 좌석은 300달러가 넘는다. 원화로 10 –30만원 정도다. 그러나 영화관에서 관람할 경우 약 3만원(25달러)정도다. 우리나라의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대부분의 영상공연들이 이 정도다. 일본의 가부키 극장 입장료는 보통 4,000 엔에서 20,000 엔, 원화로 5만원~ 22만원에 이르는데, 시네마 가부키는 원화로 25,000원 정도다. 영국 NESTA의 보고서 <비욘드 라이브>에 의하면 극장의 라이브 공연관객과 영화관 HD 라이브 관객을 비교한 결과, 영화관 관객이 조금 더 저소득층에 속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영화관이 저렴하기 때문일 것이고 공연관람에서 티켓가격이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임을 입증하고 있다. 영화관에서의 공연은 해외에 있어서 극장에 현전할 수 없는 관객들의 유인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 관객개발은?

영상공연이 새로운 관객을 창출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2011년에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라이브 전송은 많은 지역에 송출되고는 있지만 새로운 오페라 관객을 창출하지는 못하고 있으며 라이브 공연과의 충돌(카니벌라이제이션)도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영상 오페라가 지역의 오페라 팬을 늘리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시네마 가부키의 경우에도 아직 관객증대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오페라와 같은 순수예술이 영상화되어도 관객개발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는 것인데, 이는 순수예술의 팬은 갑자기 크게 줄거나 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 근원은 기본적으로 순수예술 팬들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순수예술 인구는 장르에 따라 대개 전체 인구의 1-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통계들이 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순수예술 인구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더구나 지명도가 낮은 단체의 공연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연의 영상화는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관객들이 현전의 제약으로 인해 공연을 감상할 수 없는 불편을 해소하는 것에 큰 의의가 있는 것이지 이를 통해 새로운 관객을 창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콘서트의 혁명

위에 언급한 조사결과는 전부 연극계 공연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콘서트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시작되었다. 오페라나 연극 등의 연극계 공연에서는 라이브를 영상화하는 것이어서 공연의 존재론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콘서트에서는 극장.퍼포머.관객의 동시적 현전이라는 전통적 의미의 공연의 개념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콘서트에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 극장없는 콘서트

미래파 예술가들은 미술관을 불태우라고 말했다. 그들은 전통예술을 혐오하여 박물관, 도서관을 불태우고 그 자리를 현대적 기술로 만든 공장과 철도 등으로 대체하자고 하였다. 그들의 주장에는 극단적인 면이 있지만 제도화된 문화에 대한 반발은 늘 있어 왔다. <비욘드 라이브>는 라이브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극장에서의 공연이 아니라 스튜디오 제작방식이다. 극장에서 벗어난 탈극장의 흥행방식이다. 많은 실험연극이나 장소특정적 연극, 거리연극처럼 오늘날의 공연도 극장에서 벗어나려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그것은 주로 미학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원래 공연산업은 실내극장의 출현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러나 극장은 하얀 코끼리로서 관리와 운영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공연예술에서의 비용의 질병은 이러한 과도한 물질성에 기인한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기술적 혁신인데 이는 공연의 미학과 대립된다. 연극(공연)은 극장, 관객, 배우(퍼포머)가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의 영상 콘서트는 이런 공연의 3요소를 영상이나 가상현실로 대체하고 있다.

콘서트는 연극과는 다른 경제적 성격을 가진다. 인원도 적고 제작방식도 연극계 공연보다는 간단하다. 그리고 극장내의 무대장치나 세트 등도 단순하다. <비욘드 라이브>는 극장을 아예 없애버렸다. < 비욘드 라이브>에서 슈퍼 엠의 영상공연은 세계 100여 개국의 팬, 75,000명이 티켓을 구입했다고 한다. 이는 아레나 공연의 두 배 정도에 해당한다. 티켓가격은 모든 사람에게 균일하게 33,000원을 받았고, 모바일이나 PC로 편안하게 앉아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공연도중에 관객들과 라이브로 상호작용을 하기도 하였다. 오히려 티켓 가격은 저렴해졌고 관객은 많아졌고 관객의 구성도 다양해진 것이다. <비욘드 라이브>는 극장을 없애는 대신 VR과 홀로그램 등을 통해 오히려 극장을 능가하는 다양한 미장센과 다채로운 가수들의 동적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과거의 영화는 라이브 액션 촬영이 중요했지만 최근의 영화는 라이브 액션 촬영본은 영화전체의 작은 재료에 불과하다. 이 재료를 바탕으로 특수효과와 오랜 편집과정이 추가된다. 이는 곧 라이브보다 점점 가상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모든 정보와 촬영분은 컴퓨터에 의해 쉽게 변용된다. 현실보다 가상, 촬영본보다 편집이 더 중요하게 된 것이다. <비욘드 라이브>는 바로 영화의 이런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라이브로 노래하는 장면을 컴퓨터 편집에 의해 다채롭게 새로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라이브 액션 촬영본에 기반한 영화의 이미지를 컴퓨터 편집에 의해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는 것처럼 영상 콘서트는 노래하는 라이브 장면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상과 이미지를 부가할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영화적 제작방식으로서, <디지털 콘서트>라 부를 만하다.

- 퍼포머 없는 콘서트

코엑스에 위치한 SM 타운 극장에서는 홀로그램 콘서트를 상영한다. 3면에 영상을 투사하고 VR이나 홀로그램으로 제작한 콘서트를 상영하는데, 실제의 배우들은 출연하지 않고 영상으로만 등장한다. 퍼포머가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3면에서 쏟아져 나오는 공연 영상은 마치 가수들이 관객의 앞에 존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몰입감을 준다. ‘ 부재하면서도 현전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SM타운 극장(출처:smtownland.com)
SM타운 극장(출처:smtownland.com)

 

- 베를린 필 디지털 콘서트

베를린 필의 디지털 콘서트(BPDC)는 베를린 필의 콘서트를 영상화하여 웹사이트를 통하여 유료로 공급한다. 새로운 콘서트 흥행방식이다. 여기서는 라이브를 바로 감상할 수도 있고 오래 전의 콘서트도 감상할 수 있다. DVD나 음반으로만 볼 수 있었던 공연을 인터넷 영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콘서트를 위해 관객없이 공연을 하고 이를 유료로 웹사이트에 올리기도 한다. 그야말로 코로나 19 시대에 맞는 형식의 공연이다. BPDC는 2009년에 시작하여 현재 구독자가 45만 명 정도에 달한다. 매년 25-30%씩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주단위, 월단위, 연단위로 회비를 낸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글로 된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할 정도로 BPO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다른 세계적 예술단체도 이런 방식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디지털 극장을 이용하는 유료공연이 많아질 것은 확실하다. 큰 추가적 비용지출 없이 추가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네이버 공연과 온라인 후원

네이버가 시행하고 있는 네이버 공연은 국내의 많은 공연들을 네이버가 촬영하여 <네이버 공연>에 탑재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공연 아카이브라고 말해도 될 것이다. 공연의 큰 약점중의 하나였던 공연기록화의 첫 단계다. 예술단체로서는 홍보효과도 상당할 것이고 특히 먼 지역에 있는 관객들에 대한 서비스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방법이다. 아직까지는 무료로 제공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유료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라이브 공연도중에 후원을 받는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이는 유료로의 전환을 위한 준비단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유튜브 스트리밍의 유료화

네이버에 의존하지 않고 공연주최자가 직접 촬영하여 유튜브에 라이브로 전송하고 이를 유료화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이고 예술단체의 지명도다. 그러나 저렴한 제작비를 감안하면 언제든지 유료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일러 코웬은 비용의 질병이 공연산업을 옥죄는 요인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한다. 비용의 질병이란 비용이 증가하는만큼 생산성이 향상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코웬은 예술이 기술발전의 혜택을 보고 있고 공연산업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축적된 자본이 필요한 기술인 음반과 라디오 덕분에 교향악단의 생산성은 훨씬 높아졌고 이제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교향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누적되는 방식으로 예술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공연산업 역시 기술발전의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교향악의 생산은 단지 단원들이 한 공간에 모여 쇼스타코비치를 연주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연주자들은 일단 단원들이 모두 참석했는지 확인해야 하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안정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리허설과 공연장에 갈 교통편을 마련해야 하고 연주를 마친 후에는 비평가나 스승에게 수준높은 감상도 들어보아야 한다. 현대사회는 기술의 진보에 힘입어 예전보다 훨씬 높은 생산성을 지니게 되었다. 반면에 보몰(Baumol)과 보웬(Bowen)은 기술발전이 공연의 경제성의 제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하였다( 보몰과 보웬은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의 저자로 공연산업의 경제적 취약성을 실증적인 방식으로 밝혀냈고 이를 통해 공연예술에 대한 공적 지원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였다 ). 코웬은 보몰과 보웬의 주장과 달리 테크놀로지에 의해 공연예술의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의 차이는 연극계 공연과 콘서트계 공연의 차이다. 코웬은 콘서트계 공연에서의 기술의 영향을 말한 것이고 보몰과 보웬은 연극계 공연까지를 포함하여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은 아주 오래 전의 상황에 기반한 것이어서 오늘날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어찌됐든 코웬의 주장은 그가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한 영상 콘서트라는 형태로 실현되고 있다.

영상 연극이나 영상 콘서트는 무엇보다 현전의 한계를 뛰어넘은 시도라는 점에서 공연의 존재론을 바꾸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드시 극장에서 퍼포머와 관객이 마주해야 한다는 전통적 방식에 커다란 균열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한 번 제작한 공연을 복제할 수도 있고 이를 VOD로 유료화할 수도 있다. 이는 경제적 측면에서 본다면 기존의 현전에 기반한 라이브 공연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개선이다. 공간적 확장을 통한 영화의 흥행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게다가 VR을 사용하여 영화의 미장센과 같은 배경을 설치하여 시각화를 도모한 것도 기존의 라이브 콘서트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영상공연은 공연시간에 맞추어 공연장을 찾아가야 하는 현전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 NESTA의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조사대상자의 90%가 영국국립극장이 자신의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서 가까운 영화관을 찾았다고 답하였다.

시네마 가부키(출처 : rafu.com)
시네마 가부키(출처 : rafu.com)

 

영상공연의 가능성과 한계

영상공연이 당장 공연산업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는 없다. 영상공연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단체는 세계적인 예술단체나 예술가와 지명도있는 상업극, 세계적 축제 등 극히 소수의 아티스트 뿐이다. 그렇다고 이들도 당장 거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이름없는 연극단체가 공연실활을 영상으로 전송한다고 해도 별로 보는 관객이 없을 것이다. 공연산업의 승자독식현상은 여기에도 적용된다.

또한 영상공연은 롱런이 불가능하다. 영상공연은 영화의 공간적 확장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튜브나 인터넷 포탈 등을 활용하면 롱 런은 아니더라도 VOD는 가능하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영상으로 보는 공연이 공연의 아우라를 전달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다. 영상공연은 라이브 공연이 아니라 영상이기 때문에 공연이 제공하는 매력 또는 아우라를 느끼기가 어렵다. 배우와 관객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현전’( 감각적 현전)이 발생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텔레비전이나 영화등에서 배우와 관객간에 발생하는 상호작용을 준사회적 상호작용(PSI,Parasocial Interaction)이라고 부르는데 준사회적 상호작용은 배우와 관객간의 신체적 상호작용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공연의 매력이 반감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연은 라이브로 해야 제 맛이 나지 않겠는가?

당분간 공연산업은 상당한 위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라이브 공연이 줄어들 것이고 관객도 감소할 것이다. 설령 라이브 공연이 정상적으로 열린다고 해도 사회적 거리를 두어야 하기 때문에 극장은 관객을 과거보다 훨씬 줄여서 입장시켜야 할 것이다. 무대위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다면 대규모의 공연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점점 소규모의 공연이 많아지고 오케스트라 공연이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온 라인 공연은 많아져야 하겠지만 라이브 공연 자체가 축소되기 때문에 새로운 작품의 온 라인 공연도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연생태계 자체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고 과거의 작품만을 반복하게 될 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영상공연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영상공연 증가의 원인은 단기적으로는 코로나 19 때문이지만, 이미 영상공연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영상공연은 공연의 현전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이다. 공연은 디지털로 번역하기가 쉽지 않았다. 라이브가 최선의 미학적 표현방법이라고 여겼고, 경제적으로도 큰 이익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미디어 민주주의의 진전과 기술발전이 공연산업의 성격을 바꾸어놓고 있다. 기술의 발달은 미학적 ‘오염’에 대한 비판을 완화시키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보게 되었다.

공연산업은 극장이라는 육중한 물질성과 무대세트와 장치, 기술장비들이 동원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상현실을 이용한 탈극장의 공연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면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비욘드 라이브>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영상 콘서트는 관객을 전지구적으로 모을 수 있다. 입장권 가격은 모두 동일하다. 따라서 영상공연은 공연의 계급적 성격까지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교통발달에 의해 공연의 시간적 확장이 가능했다면 통신의 발달에 의해 공간적 확장이 가능해졌다. 현재로서는 영상공연의 경제성은 콘서트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제작비도 저렴하고 대중적인 장르이며 팬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극계 공연에서도 이런 일들이 실현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연극에도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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