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 칼럼] 재미있는 공연이야기 33 공연관광과 스펙터클
[더프리뷰 칼럼] 재미있는 공연이야기 33 공연관광과 스펙터클
  • 조복행 공연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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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암 니라밋(출처 : klook.com)
시암 니라밋(출처 : klook.com)

19세기 초 영국의 수중드라마는 21세기에 들어와 세련된 형식으로 부활하고 있다. 장예모의 <금면왕조>, 태양의 서커스의 <쿠자>에서는 무대에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진다. 태국의 방콕과 푸켓에서 벌어지는 스펙터클, <시암 니라밋>에서는 무대에 호수를 만든다. 프랑크 드라고네는 세계 곳곳에서 <수중 서커스>를 제작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극장에서 실시하는 수중 드라마다. 그러나 과거에 물은 기술적인 문제때문에서 실내극장보다는 야외축제나 놀이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신년을 축하하는 물축제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태국의 송크란은 대표적인 물축제다. 신년을 맞아 타인을 존경하고 축복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농민들이 수확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수상인형극을 공연한다. 동남아시아에서 물은 탄생이나 재생을 의미한다.

물의 도시 베니스에서는 매년 부활절 전후에 카니발이 열린다. 축제는 어두운 밤, 수상 퍼레이드로부터 시작한다. 베니스 축제는 1162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부르크하르트는 『르네상스 시대의 문화』에서 다음과 같이 베니스 축제를 묘사하고 있다. “축제에서는 수레 대신 수상행렬이 아름답고 환상적인 장관을 펼쳤다. 큰 배의 앞에는 양탄자와 화환으로 장식된 수맣은 배가 화려한 의상의 젊은이들을 태우고 행진해 나갔다. .....각종 신의 상징물을 가진 수호신들이 움직이고 있었고 아래 쪽에는 트리톤과 요정으로 분장한 수호신들이 모여 있었으며 곳곳마다 노래와 향내와 펄럭이는 금빛 깃발이 가득했다. 큰 배뒤에는 각종 소형 배들이 약 1.5 km에 걸쳐 수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까맣게 따라갔다.”

물은 공연의 홍보에도 이용되고 있다. 가부키에서는 후나노리코미(船乗り込み)라는 독특한 홍보방법이 있다. 에도시대 오사카에서 시작되었는데, 가부키 배우가 배를 타고 강을 따라 이동하면서 연도의 팬에게 인사하는 방식이다. 한동안 중단되었다가 1980년에 부활되어 지금은 오사카와 큐슈의 하카타에서 벌어지고 있다. 형형색색의 깃발과 등으로 장식한 배에 가부키 배우가 승선하여 종과 북을 치면서 강주변을 돌면 많은 팬들은 가부키 스타를 보기 위해 몰려나온다. 최근에 이 행사는 오사카와 후쿠오카 주민들에게는 좋은 볼거리가 되었다. 가부키 팬이 아니라도 행사 자체가 스펙터클이 되어 일반 시민들이 연도를 가득 메운다.   

베니스 카니발(출처 : traveltriangle.com)
베니스 카니발(출처 : traveltriangle.com)

쇼보트는 183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미시시피 강에서 공연하던 보트였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이동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절, 배에 무대를 설치하고 강을 오르내리면서 공연을 하였다. 쇼보트는 뮤지컬로 제작되어 더욱 유명해졌다. 쇼보트는 낭만적 분위기의 조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통시설의 미비로 인한 관객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극장을 벗어나려는 시도는 늘 있었다. 호모 퍼포먼스(Homo Performans)는 세상의 어디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곳이면 찾아가서 퍼포먼스를 벌인다. 악기만 있으면 가능한 음악이나 간단한 도구와 몸만 있으면 되는 서커스의 경우에는 산과 들, 공원, 유원지, 커피숍, 가정집, 거리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가능하다. 이른바 버스킹이다. 반면 연극은 세트와 기술적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극장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물위에서 세트를 짓고 공연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 로마의 황제들이나 르네상스 시대의 귀족과 군주들은 그들의 권력과 돈으로 나우마키아를 만들어냈지만,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물위에 무대를 세우고 공연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우연이 만들어낸 세계적인 수상 공연이 있다.   

베르겐츠 축제와 인상시리즈 - 의도하지 않은 결과

베르겐츠 축제와 장예모의 인상시리즈는 이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이 되었다. 그러나 이들 공연운 처음부터 호수나 강위에서 공연하려는 의도적인 기획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당시의 상황이 빚어낸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다. 

베르겐츠 축제는 2차대전 종료후인 1946년에 시작되었는데 당시 주민들의 음악축제에 대한 요구가 많았지만 공연을 할만한 극장이 없어서 호수에 바지선 두 척을 띠우고 시작한 것이 그 시초였다. 이 축제는 매년 여름 한 달 동안 스위스와 독일의 접경지역에 위치한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베르겐츠의 보덴 호수에서 열린다. 첫 해부터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프랑스의 관광객이 찾았고 비엔나 심포니가 연주를 맡아 국제적인 축제가 되었다. 무대는 오케스트라용 무대와 연기공간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반 무대의 두 배 정도의 크기다. 무대제작에는 거의 7-8개월의 긴 시간이 소요되는데, 무대라기보다는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육중한 규모와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많은 스파트라이트가 사용되고 각 성악가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첨단음향(이를 보덴 개방형 음향 BOA 이라고 부른다)기술이 사용된다. 7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객석은 늘 만석이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중단되었지만 매년 여름이 되면 인구 2만의 소도시 베르겐츠에는 20-3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주로 오페라가 공연되지만 뮤지컬도 공연되며 시내에서는 연극과 많은 문화행사가 열린다. 관광객을 위한 여름축제인 것이다. 순수음악 감상의 목적으로 출발한 축제가 낳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다. 

중국의 장예모는 강과 산을 무대로 하는 공연을 만들어냈다. 이를 실경공연 또는 산수실경공연이라고 부르고 공연이 이루어지는 주변을 산수극장이라고 부른다. 중국의 실경공연은 2004년 인상유삼저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한 때는 400여 개의 실경공연이 있었다. 많은 공연이 실패하여 지금은 200여 개로 줄었고 이들도 전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장예모의 첫 실경공연 작품은 <인상유삼저(印象刘三姐)>다. 계림을 흐르는 이강과 아름다운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이 지역의 유명한 설화인 유씨 가문의 셋째딸의 사랑이야기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어두운 밤에 강위에 떠 있는 무대와 물, 공연장을 울리는 음악, 계림의 산봉우리에 설치한 조명은 이 공연의 성격을 말해준다. 무엇보다 <인상유삼저>가 가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테크놀로지다. 특히 조명의 역할은 절대적인데, 일반 무대와 달리 먼 곳을 비출 수 있는 강력한 레이저 조명이나 강과 산에 설치된 LED조명이 없다면 이 공연은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간의 무대와 배우는 매우 작게 보인다. 장예모의 공연미학이나 영상미학의 특징은 화려한 색채감이다.

그는 원래 영화의 카메라맨 출신으로 색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지녔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그런 그의 연출능력이 여기에도 발휘된 것이다. 무대조명의 역할은 배우의 연기를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하고 특정 장면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데, 인상유삼저의 조명은 배우나 장면의 조명이 아니라 극장전체, 즉 산수극장을 꾸미는 화려한 장식물이다. 인상유삼저의 제작의도는 이로써 분명해진다. 강에 비친 조명은 물과 아름다운 이중주를 만들어내고 빛은 무대를 포근하게 감싼다. 관객들은 인상유삼저의 스토리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조명과 계림의 자연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를 보러 간다. 프랑크 드라고네가 자신의 수중 서커스를 시각적 연극(Visual Theatre)이라고 불렀는데, 장예모 역시 인상시리즈에서 시각혁명을 일으킨 것이다.

인상유삼저(출처 : chinastorytour.com)
인상유삼저(출처 : chinastorytour.com)

인상시리즈는 ‘인상경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지역경제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인상유삼저가 벌어지는 양삭(陽朔, 양수오)은 인상유삼저로 인해 부유한 마을로 바뀌었다. 마을에서 숙박하는 관광객으로 인해 호텔이 생겨났고, 이들은 여기서 식사하고 관광한다. 낮에는 이들이 강으로 나가서 대나무 뗏목을 타고 관광에 나서고 밤에는 인상유삼저를 관람한다. 원래부터 계림은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인상유삼저는 계림을 문화가 있는 품격있는 관광지로 만들었고, 이로써 관광객이 급증한다. 마을 주민들은 스스로 배우가 되어 공연에 출연하는데 그 숫자가 6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배우들과 같이 공연하는데, 전문배우라기보다는 엑스트라에 가깝다. 양삭은 인상유삼저 덕분에 활기가 돌고, 마을주민들은 부자가 되고 있다. 무려 수입이 10배 정도 늘었다고 한다. <인상유삼저>는 농부배우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하고, 마을 사람들은 인상유삼저 덕분에 부자가 되었다.  
  
인상시리즈에 대한 비판도 있다. 장예모의 공연형식은 대부분 유사하다거나 지나친 시각적 스펙터클로 인해 예술적 표현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리고 높은 입장료(인상유삼저의 최고가는 680원, 한화로 약 12만 원이다)도 비판의 대상이다. 그래서 정식 입장권을 사지 않고 관람하는 경우도 생긴다. 펜스가 없으니까 주변의 동굴이나 대나무 뗏목을 타고 강에서 몰래 보는 도둑관람도 생기고 있는데 이는 약 4-5천원이면 가능하다.

중국의 실경공연은 장예모가 아이디어를 내고 그가 연출한 걸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매수원(梅帥元, 메이솨이웬)이라는 광서성 출신의 연극인이 착상한 것이다. 그는 계림이 속해있는 광서성의 지역경제 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그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공연을 추진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강 옆에 극장을 짓고 여기서 오페라 공연을 하려고 하였으나 환경훼손의 문제가 발생하여 부득이 강과 산을 무대로 하게 된 것이다. 주정부의 허락을 받자 장예모를 찾아가서 그에게 연출을 부탁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성공한다. 마치 베르겐츠 축제가 극장이 없어서 보덴 호수에서 공연한 것과 유사하다. 그는 운영하던 광고기획사를 중단하고 5년 동안 인상유삼저에 몰두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실로 험난하기 그지없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어려움은 아무도 공연의 성공에 대해 확신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문화산업의 가장 큰 난제는 바로 이 성공과 수요의 불확실성이다. 도중에 투자를 중단하는 투자자도 있었고, 공연의 내용에 대해서도 많은 이견들이 있었다.  

매수원(梅帥元)은 인상시리즈가 성공하자 여러 주정부의 공동제작 제안을 물리치고 산수성전문화산업유한공사(山水盛典文化産業有限公司)라는 공연제작사를 설립하여 여러 지역에서 실경공연을 흥행하고 있다.

프랑코 드라고네의 수중 서커스

현대적 수중 드라마(수중 서커스)를 개척한 이는 오늘날의 최고의 공연연출가중 하나인 프랑크 드라고네(Franco Dragone)다. 드라고네는 라스 베가스의 <오>쇼와  <르 레브> , 마카오의 < 춤추는 물의 집, House of the Dancing Water>, 두바이의 < 라 펄, La Perle>, 중국 무한(Wuhan)의 < 한 쇼> 등, 물을 이용한 많은 서커스를 제작하였다. 2010년에 완성한 <춤추는 물의 집>은 제작비가 약 3천억 원이 투입된 작품으로 19개월 동안의 기획을 거쳤고, 이 공연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2000석 규모의 새로운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무대를 가득 채우는 거대한 물기둥, 마치 신비로운 선계를 연상케 하는 무대, 화려한 조명, 물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무대장치와 최고의 스타들이 벌이는 묘기들은 늘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2014년에는 우한(무한)에서 <한 쇼>를 제작한다. <한 쇼>라는 이름을 내건 것은 한나라의 문화를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한 쇼>를 공연하고 있는 극장은 100미터의 직경에 70미터의 높이를 지니고 있는 랜턴 모양의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이 극장과 쇼의 등장으로 도시의 경관이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다. 

2017년에는 두바이에서 < 라 펄>이라는 수중 드라마를 제작한다. 관광입국을 내건 UAE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만든 쇼다. <오쇼>는 라스베가스의 벨라지오 호텔에서 공연되고 있는데, 드라고네는 오 쇼를 통해 세계적인 공연제작자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프랑크 드라고네(출처 : circustalk.com)
프랑크 드라고네(출처 : circustalk.com)

드라고네는 1952년 이탈리아에서 출생하여 벨기에에서 연극을 공부한 후 배우가 되었고 나중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연극운동에 뛰어든다. 노숙자, 마약중독자, 죄수등의 이야기를 다룬 사회극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주류사회를 위한 고급 쇼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980년에 캐나다 퀘벡으로 건너가서 연극 워크숍을 하던 중 캐나다 국립서커스 학교의 교장 기 카론의 요청으로 서커스 워크숍에 참여하였는데, 이 때 태양의 서커스의 설립자 기 랄리베르테와 만난다. 랄리베르테는 기 카론과 태양의 서커스를 운영하고 있었고 그들은 드라고네를 태양의 서커스의 창작자로 영입한다. 드라고네는 1985년부터 1998년까지 태양의 서커스의 많은 작품에 관여하였고 대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서커스 팬들에게 익숙한 살팀방크(1992), 미스테르(Mystere, 1993) 알레그리아(1994), 퀴담(1996), 라 누바와 오쇼( 1998) 등이 그의 작품이다. 태양의 서커스의 황금시대를 이끈 연출가다.

그가 물을 이용한 작품을 창작하기 시작한 것은 라스베가스의 벨라지오 호텔에서 롱 런하고 있는 <오>쇼부터다. 이 작품 역시 고도의 테크놀로지가 사용된다. 강한 물의 수압을 받으면서 물속에서 무대를 자유롭게 올리고 내리는 기술은 쉬운 일이 아니다. 컴퓨터로 제어하는 시저 승강기가 사용되며 수중 스피커도 설치된다. 출연자들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국제대회 우승자 등 이 분야의 국제적인 스타들이다. 

드라고네의 예술적 경향은 ‘보통 사람들의 정서원형’을 불러내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시각적 욕망에 맞는 스펙터클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물을 다르게 보는 훈련을 하였고 관객들이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매우 화려하고 뛰어난 색채감을 보여준다. 그는 조명사용에 매우 능수능란하다. 앙토넹 아르토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감각을 향한 구체적 언어를 지향한다. 드라고네는 자신의 서커스를 시각적 연극(visual theatre)이라고 부르는데, 현란한 서커스 기술과 함께 화려한 조명과 의상, 첨단 테코놀로지를 활용하여 거대한 스펙터클을 창조하는 창의력을 보여준다. 프랑크 드라고네는 태양의 서커스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고 지금도 그의 이름은 쇼연출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다. 드라고네는 2000년부터 자신의 독자적인 쇼 제작사인 프랑코 드라고네 엔터테인먼트 그룹(FDEG)을 설립하여 태양의 서커스를 떠났지만 그 후에도 간헐적으로 태양의 서커스와는 제작을 계속해 왔다.
 
공연관광과 스펙터클

수중 공연은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인상시리즈의 경우 공연 첫해인 2004년에는 320만 명의 관광객에 티켓판매 31만 장이었는데 2012년에 관광객 935만 명에 티켓판매가 154만장에 달했고, 2016년에는 관광객이 천4백4십만  명, 티켓판매 140만장에 이르렀다. 관광객이 12년만에 4.5배 증가한 것인데, 이는 전적으로 인상유삼저 공연의 효과만은 아니겠지만 그 연관관계는 매우 강할 것이다. 

관광은 공연을 필요로 하고 공연은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킨다. 공연은 야간의 공백을 메움으로써 관광객의 공연시간을 확장하고 이는 도시의 경제활성화에 기여한다. 공연은 티켓, 팜플렛, MD상품, 배우와 스탭의 출연료, 세트제작비, 극장운영비 등의 직접적인 경제효과의 창출과 교통, 숙박, 쇼핑 등의 간접효과를 창출한다. 이를 외부효과라 부른다. 여기에 정부나 지자체, 스폰서 등의 지원금이나 보조금 등도 큰 몫을 차지한다. 무엇보다 공연은 해당지역의 이미지를 높여서 궁극적으로 관광과 경제활성화에 이바지하는 선순환 효과를 낳는다. 이를 맥카넬은 명소의 신성화(Sight Sacralization)라고 하였다. 계림은 원래 유명한 관광지이기는 하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인상유삼저로 더 유명해졌다. 계림은 인상유삼저를 낳은 신성한 장소가 되었고,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베르겐츠 역시 공연관광이 낳은 세계적 명소가 되었다.

오 쇼(출처 : klook.com)
오 쇼(출처 : klook.com)

명소의 신성화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공연, 특히 뮤지컬의 명소다. 브로드웨이의 공연수입은 뉴욕과 뉴저지의 10개의 프로스포츠 팀의 수입보다 많다는 통계가 있고, 웨스트엔드도 런던 프로스포츠보다 수입이 더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극장에서 매일 열리는 고가의 공연이 객석수는 크지만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열리는 스포츠보다는 매출이 더 클 것이다.


브로드웨이 공연매출 추이

아래의 그래프는 1984년부터 2019년도까지의  브로드웨이 리그의 통계다. X축은 연도를 나타내고 Y축은 총수입을 나타내고 있다. (자료: 위키피디아)

브로드웨이 공연매출 추이

 
1984-85 시즌에 2억달러, 관객수 725만명이었던 것이 15년만에 10억 달러를 넘어서고 2018-2019시즌에는 18억 달러에 147백만명의 관객을 달성하였다. 관객수는 1999년 340만명에서 2019년 680만명으로 20년만에 두배로 늘었다. 그러나 입장수입은 25년만에 거의 9배가 늘었다. 원화로 2조에 달하는 금액이다. 브로드웨이가 뉴욕경제에 기여한 총기여액은 무려 126억 달러, 원화로 약 14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2018년 공연산업 총매출액이 8천억원 정도로 1조가 채 안 되는데 브로드웨이라는 단일시장만으로 2조원을 달성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만이 아니다. 순회공연 수익이 있다.

작년도 브로드웨이의 뉴욕공연과 순회공연의 입장수입을 합하면 34억 달러로 원화로 3조 5천억 원이 넘는다. 

브로드웨이 리그는 2018-19 시즌의 시장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관광객 비중이 65%다. 전체 관객중 뉴욕시민이 35%이고, 65%는 관광객인데 65% 중 미국내 타지역에서 온 관광객이 46%, 순수외국인 관광객이 19%이다.
● 전체관람객 중 65%가 여성이다.
● 평균 티켓 가격은 145.60 달러이고 59%가 온라인으로 구입한다.
● 비백인이 380만명으로 전체의 약 26%다. 비백인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관객의 평균소득수준은 연수입 261,000달러, 원화로 약 3억원 가량이다.
● 작년도에 브로드웨이가 뉴욕경제에 기여한 금액은 126억 달러로 원화로 14조원에 달한다.
● 대부분의 공연관람객이 어릴 때부터 극장에 다닌 경험이 있다.
 
2018년 미국의 외국관광객 숫자는 7970 만명이다. 그런데 2019년 뉴욕의 관광객 숫자는 6500만 명에 달한다. 이 숫자는 미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숫자로  내국인 관광객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말한다.  

미국의 공연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건 내국인들이다. 미국은 인구 3억 명이 넘는 국가로 자국민만으로도 공연산업을 유지할 수 있다. 미국내의 많은 지역에서 뉴욕으로 공연관람을 가기 때문이다. 일본의 극단사계의 라이온 킹이 23년 동안 롱런을 하고 있는 힘은 지방관객의 끊임없는 유입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이를 오노보리상(お上りさん)이라고 말하는데, 지방에서 동경으로 구경하러 오는 구경꾼을 일컫는 비하적 표현이다. 공연은 한 도시의 관객만으로 롱런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브로드웨이의 전체관람객 1천4백77만 명중 순수한 외국인 관광객은 280만 명 정도가 된다. 이는 적지 않은 숫자다. 매일 평균 7,500명 이상의 외국인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관람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공연산업은 사람이 많이 모여야 하는 도시의 산업이고 경제력과 절대적인 관계에 있으며 유동인구가 많아야 한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의 공연관람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영국의 공연통계는 다음과 같다 

영국의 공연산업 총매출은 12억 7천 5백만 파운드(런던 765,800,051 + 지방509,567,967) 로 원화로 환산하면 약 2조원 가량이 된다. 장르별로는 뮤지컬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전체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런던의 관광객은 2019년에 약 2천만 명에 달했다. 

라스베가스 (출처 : visitlasvegas.com)
라스베가스 (출처 : visitlasvegas.com)

 

- 라스베가스의 관광통계

라스베가스의 2019년도 관광객은 총 4250 만명이었다. 컨벤션은 연간 250여회가 열리는데 여기에 참석한 인원은 660만 명이었다. 이들이 호텔, 식대, 쇼관람, 선물 구입등 관광에 사용한 직접지출은 35.5억 달러, 한화 약 4조원이었다. 1인당 약 850달러에 달하는 금액이다. 간접비용까지 합하면 60억 달러가 넘는다. 원화로 6. 7조원 가량 되는 금액이다. 2019년말 현재 호텔 객실이 149,422실이 있었고 객실점유율은 89%였다. 공연 관람에 사용한 비용통계는 없다. 전체비용 4조 원중 약 10%만 사용했다고 해도 4천억 원 정도에 달할 것이다. 

 

공연관광의 미래

세상은 점점 네트워크화, 글로벌화되고 있다. 항공편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고, 요금은 더욱 저렴해지고 있다. 저가항공사가 등장하였고 연료비의 절감도 항공료 인하의 원인이 되었다. 미국의 경우 1980년과 비교해서 2016년도의 항공료가 44% 하락하였다. 치명적인 비행기사고도 급격하게 줄고 있다.

중국 고궁박물원(자금성)
중국 고궁박물원(자금성)(출처 : kr.trip.com)

공연의 발달은 교통의 발달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유럽의 19세기는 가히 공연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만큼 공연이 인기있는 오락이었는데, 철도가 개설되면서 더욱 활황을 보였다. 관광이 본격화된 것도 철도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유럽의 작은 마을까지 침투한 철도는 사람들의 이동시간과 공간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19세기에 박람회가 국가적 위상제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철도의 영향이었다. 1851년 수정궁에서 열린 런던 대박람회에는 세계 50여개국과 식민지 40여개 국가에서 상품을 전시하였고 4백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철도는 도시의 개발로 이어졌고 관광지의 개발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았다. 관광은 사람을 모으기 대문에 경제의 활성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고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는 물론 친밀도를 높인다. 관광은 편견을 없애고 지성의 눈으로 대상을 판단하게 한다. 관광은 내 눈으로 직접 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관광객은 지속적으로 신장하고 있다. 1950년에 2천 5백만명 정도이던 관광객은 1970년에 1억 7천만 명으로 거의 5배가 증가하였고 1990년에는 4억 3천만 명이 되었다. 2019년 관광객은 16억 명으로 50년전인 1970년보다 거의 10배가 늘어났다.

각종 정보가 유통되면서 관광에 대한 호기심이 증가하고 있고, 좋은 공연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영상기술의 발달은 정보의 획득과 이해를 촉진하고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일인당 관광 횟수도 늘어난다. 지불방법도 편리해져서 IT기술의 발달로 예약과 지불수단등이 카드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공연의 다양화, 시설의 개선도 한 몫을 한다. 브로드웨이가 1970년대의 침체기를 벗어나 도약하게 된 것은 1984년도에 디즈니가 폐허가 되다시피한 극장을 리모델링하여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있다.

앞으로도 공연 관광객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공연산업은 절대적으로 사람에 의존한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공연관광도 활성화할 것이다.

공연관광은 스펙터클을 찾아나서는 행위다. 따라서 문화와 예술과 관광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른바 문화관광이나 문화유산관광이다. 많은 관광객들은 세계적인 박물관이나 고궁, 극장들을 방문한다. 문화와 예술관람 자체가 관광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19세기는 공공 갤러리와 박물관의 황금시대로서 왕실 소장의 컬렉션이 왕궁 내에서 전시되어 일반에게 공개되거나 아니면 새로 개장한 국립갤러리에 이관되어 전시되었다. 유럽 전역에서 국립 미술관의 개장과 거의 동시에 유럽 관광업이 발달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문화관광은 작가, 작가의 작품과 관련된 유적지,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등이 주요 대상이 된다. 작년도의 세계적 관광지의 문화관광 숫자를 보면 왜 문화관광이 중요한 지 알 수 있다. 루브르의 작년도 관광객은 960만 명이었는데 , 2018년에는 처음으로 천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국가 박물관은 860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690만 명, 고궁 박물원으로 이름이 바뀐 중국의 자금성은 1천 7백만 명, 베르사이유 궁전에는 810만 명, 우리나라의 국립박물관은 205만 명에 달했다.(위키피디아) 

17-18 세기에 북유럽에는 그랜드 투어가 있었다. 르네상스의 발원지이자 문화 자체를 의미했던 이탈리아의 문화를 보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이는 귀족 자녀들의 교육을 위한 문화관광이었다. 그러나 18세기말의 이탈리아는 고딕소설 때문에 폐허가 된 성들과 음모를 꾸미는 예수회 수사들로 가득한 음울한 나라였다. 하지만 한 세기가 지난 뒤 음악과 관광객 덕분에 다시 찬란한 이탈리아가 되었다.


공연관광에는 네 개의 큰 기둥이 있다고 생각된다. 전통, 예술, 건물(극장), 스펙터클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스펙터클이다.

우리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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