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소프라노 홍혜란 리사이틀 ‘HOPE’
[공연리뷰] 소프라노 홍혜란 리사이틀 ‘HOPE’
  •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2.02.0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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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전하는 위로와 희망
소프라노 홍혜란의 독창회 <HOPE> 공연 장면 (제공=(주)스톰프뮤직)

[더프리뷰=서울] 한혜원 음악 칼럼니스트 = 어느 때보다 ‘위로’가 필요한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옥죌 줄 예측하지 못했다. 이전보다 더 빠르고 무섭게 늘어가는 확진자 숫자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각자의 자리에서 한껏 노력하고 발버둥 쳤지만 벗어날 수가 없다. 마스크로 우울함을 가리고 다니지만, 마스크를 벗고 거울을 보면 예상보다 나이 든 얼굴을 마주하고 더욱 우울해진다.

지치고 체념하고 무기력한 나날이 2년 째 이어지고 있다. 이때 위로가 되어주는 이는 역시 음악이다.

지난 1월 23일 예술의전당 IBK체임버홀, 따뜻한 힐링의 무대가 있었다. 소프라노 홍혜란의 독창회 <HOPE>였다.

‘아베 마리아’ ‘들장미’ ‘송어’ 등 아름다운 슈베르트의 가곡들과 스페인 작곡가 오브라도르스의 스페인 고전가곡 7곡, 그리고 2020년 발매한 앨범 <희망가>에 수록된 한국가곡들을 들을 수 있었다.

첫 곡인 ‘아베 마리아’는 이 시대를 위한 기도로 들렸다. 고단한 일상 가운데 숨 쉴 틈이라도 주어지기를 지금도 누군가는 간절히 기도하고 있을 터이다. ‘세레나데’나 ‘들장미’나 ‘송어’를 들을 때엔 아득한 어린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다. 친숙한 명곡을 들으면 잔잔한 마음에도 파도가 일렁인다. ‘들장미’도 아이에게 꺾이고 ‘송어’도 어부에게 낚였다. 별 생각 없이 흥얼거리던 곡들이지만 시절이 이렇다 보니 가사에 더 마음이 쓰리다.

이어진 오브라도르스의 스페인 고전가곡들은 젊고 활기찼다. 오랜만에 우리 인생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구나 느끼게 해주었다. 낭만적인 사랑곡 ‘부드러운 머릿결’이나 리듬의 변화가 다이내믹한 ‘작은 신부’같은 정열적인 오브라도르스의 음악이 활력과 생기를 전해주었다. 느리고 둔하게 움직이고 있는 심장을 펌프질해 피를 돌게 해주었다고 할까.

2부 순서인 한국가곡들은 퍼스트 앙상블과 함께 연주했다. ‘산촌’ ‘진달래꽃’ ‘마중’ ‘가을밤’ ‘그리워’ ‘희망가’였다. 편곡을 많이 해서 모두 새로운 곡 같았다. ‘가을밤’ 같은 경우는 동요인데도 아주 서정적인 느낌이 덧입혀져 감동을 주었다.

소프라노 홍혜란의 독창회 <HOPE> 공연 장면 (제공=(주)스톰프뮤직)

‘희망가’는 홍혜란의 앨범 타이틀이기도 하다. 1921년 발표된 대중가요이고, 1930년 채규엽의 노래로 유행했던 노래다. 일제 강점기의 곡답게 가사와 멜로디가 구슬프다. 해방 이후에도 암울한 시기마다 사람들이 불러왔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아온 노래로 팝페라 테너 임형주나 록 가수 김종서와 들국화도 이 노래를 녹음한 바 있고, 최근에는 트로트 가수들이 불렀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 같도다

홍혜란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즐겨 부르시던 노래라고 이 노래를 소개했다. 아버지가 부르던 노래. 이 풍진 세상에서 우리가 품어야 할 희망은 무엇일까. 아버지는 아셨을까.

홍혜란은 음악 속에 길이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가지만 음악이 있어서 숨 쉴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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