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 ‘리어’ 창작 초연
국립창극단 ‘리어’ 창작 초연
  • 이시우 기자
  • 승인 2022.02.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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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두 배삼식 한승석 정재일 등 일급 제작진
선악 구분 넘어 인간본성 탐구의 무대
국립창극단에서 3월에 선보이는 창극 <리어> 포스터 (c)국립극장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 국립창극단(예술감독 유수정)은 3월 17일(목)부터 3월 27일(일)까지 창극 <리어>를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을 창극화한 작품으로, 서양 고전을 우리 고유의 말과 소리로 새롭게 풀어낸다.

무용⸱연극⸱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정영두가 연출과 안무를, 한국적 말맛을 살리는 데 탁월한 극작가 배삼식이 극본을 맡았다. 음악은 창극 <귀토>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에서 탄탄한 소리의 짜임새를 보여준 한승석이 작창하고,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작곡을 했다.

창극 <리어>는 극 중 인물들을 선악으로 구분하지 않고 각자의 시간 위에서 생을 살아내고 욕망을 위해 투쟁하는 인간의 본성을 그리는 데 집중한다. 창극을 위해 극본을 새롭게 집필한 배삼식은 삶의 비극과 인간에 대한 원작의 통찰을 ‘물(水)의 철학’으로 일컬어지는 노자의 사상과 함께 엮어냈다. 리어와 글로스터의 서사가 겹겹이 쌓이며 흐르는 시간을 거스르려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야기한다. 연출가 정영두는 “변화무쌍한 물결 위에 서로의 마음이 갈라지고 뒤엉켜 흐르는 여정”이라며, “고요해지지 않으면 들여다볼 수 없는 물처럼 흐려지기 쉬운 인간의 마음을 리어라는 인물을 통해 들여다보고자 한다”라고 창극 연출에 도전하는 기대를 밝혔다.

맛깔스러운 대사에 묵직한 사유를 담고 있는 배삼식의 극본은 한승석⸱정재일의 음악과 만나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프로젝트 앨범 <바리abandoned>(2014) <끝내 바다에>(2017) 등을 발표하며 한국 음악의 깊이와 가치를 알려온 두 사람은 상하청을 넘나드는 음과 부침새(장단의 박에 이야기를 붙이는 모양)를 다양하게 활용해 극적인 재미를 끌어올린다. 한승석은 “작가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면서 이면에 맞는 소리를 찾아가는 시간이었다”라고 작창 과정을 소회하며 “정재일 작곡가와 함께 전통 판소리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무대는 고요한 가운데 생동하는 물로 꾸며져 거대한 자연 앞에 연약한 인간의 존재를 보여준다. 달오름극장 무대 전체에 35t의 물이 채워질 예정으로, 수면의 높낮이와 흐름의 변화를 통해 작품의 심상과 인물 내면의 정서를 드러낸다. 제31회 이해랑연극상을 수상한 무대미술가 이태섭을 필두로, 창극 <패왕별희>에서 감각적인 조명을 선보인 조명디자이너 마선영, 연극·무용·오페라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의상디자이너 정민선 등이 합세해 무대미학을 완성한다.

화려한 제작진만큼이나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각각 리어와 글로스터 역을 맡아 분노와 회환, 원망과 자책으로 무너지는 인간의 비극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작은 거인’ 민은경은 코딜리어와 광대를 오가는 1인 2역 연기로 극과 극의 매력을 펼친다. 이외에도 이소연 왕윤정 이광복 김수인 등 국립창극단 배우들의 다채로운 면면과 조화로운 호흡을 엿볼 수 있다.

창작진 면면

연출‧안무┃정영두

몸이 가진 시간성과 조형성에 주목하고, 신체의 섬세한 움직임을 집요하게 탐구하는 안무가이자 연출가이다. 여러 장르와 적극적 협업을 시도하며 신체와 무용의 확장 가능성을 실험해 왔다. 2003년 두 댄스 씨어터(DOO DANCE THEATER)를 창단,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무용 <내려오지 않기> <제 7의 인간> <먼저 생각하는 자-프로메테우스의 불> <심포니 인 C> <새벽>, 음악극 <적로>, 다원 <포스트 아파트> 등이 있다.

극본┃배삼식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를 넘나들며 탁월한 구성력과 깊이 있는 사유, 맛깔스러운 대사로 주목받는 극작가다. 언어와 여백에서 음악이 흐르는 그의 작품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배어있다. 2007년과 2009년 동아연극상 희곡상, 2008년 김상열연극상,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2014년 제8회 차범석희곡상 등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연극 <화전가> <1945> <먼데서 오는 여자> <3월의 눈> <은세계> <최승희> 등이 있다.

작창‧음악감독┃한승석

판소리와 굿 음악, 타악까지 두루 섭렵하며 이 시대 판소리가 담보해야 할 인간적 가치와 음악적 양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소리꾼이다. 뒤늦게 소리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보기 드문 판소리 다섯 바탕 완창자 중 한 명이다.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귀토-토끼의 팔란> 등의 작창을 맡아 국립창극단과 호흡을 맞췄다. 정재일과 앨범 <바리abandoned> <끝내 바다에>를 발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작곡┃정재일

영화 연극 뮤지컬 무용 전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경계 없는 행보를 보여주는 작곡가⸱연주자, 음악감독 겸 프로듀서다. <긱스>의 베이시스트를 시작으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연극 <햄릿>,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영화 <옥자> <기생충>,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으로 국내외에서 찬사를 받았다. 2015년과 2018년 한국대중음악상 크로스오버음반상을 받았으며, 2021년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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