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레틴 오렌리 개인전 ‘도시 유전자 -> 버블 인 더 마인드’
파레틴 오렌리 개인전 ‘도시 유전자 -> 버블 인 더 마인드’
  • 배소연 기자
  • 승인 2022.03.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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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레틴 오렌리의 개인전 <도시 유전자 -> 버블 인 더 마인드 Fahrettin Örenli Solo Exhibition: The City Genes -> The Bubble in the Mind> 포스터 (제공=대안공간 루프)

[더프리뷰=서울] 배소연 기자 = 파레틴 오렌리의 개인전 <도시 유전자 -> 버블 인 더 마인드 Fahrettin Örenli Solo Exhibition: The City Genes -> The Bubble in the Mind>가 몬드리안 재단, 사하 재단, 주한네덜란드 대사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으로 홍대 앞 대안공간 루프에서 2월 25일(금)부터 4월 24일(일)까지 열리고 있다. 관람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3월 1일과 3월 9일은 휴관한다.

이번 전시는 암스테르담, 이스탄불,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파레틴 오렌리(Fahrettin Örenli, 1969-)가 세계화 속 자본의 흐름을 탐색하는 ‘유기적 도시’ 드로잉 작업을 진행한 성과물을 보여주는 자리다. 작가가 태어나고 자란 터키 동부라는 공간을 지배하는 야생의 자연과 무거운 정치적, 경제적 문제가 작업의 출발점.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하면서 두 개의 이질적 문화를 오가며 살아온 자신을 '아나티스트(anartist=anarchism artist)’라는 가치의 실천 형태로 표현한다.

특히, 이번 신작 영상 <도시 유전자 The Gene of Cities>에서 정자들은 런던에서 출발, 암스테르담을 거쳐 서울에 도착해 터져나간다. 브렉시트 이후 2021년 암스테르담으로 소재지를 옮긴 많은 금융회사들의 경제적 성공이 보여주듯, 세계 자본의 흐름과 이를 둘러싼 가부장적 연대를 은유했다. 작가는 관객들에게 우리의 일상은 전시공간을 떠도는 플라스틱 버블백 안에 갇힌 듯하다는 인상을 전한다.

파레틴 오렌리는 다양한 매체의 요소들을 수집한 후 이를 전환, 분리, 관찰 및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독특한 예술적 언어를 생성하는 데에 주목했다. 그의 탁월한 예술성은 2000년 네덜란드 왕립미술상과 2004년 ABN AMRO 미술상 수상을 통해 인정받았다.

그는 네덜란드의 게릿 리트벨트 아카데미(Gerrit Rietveld Academie)와 라익스아카데미(Rijksakademie Van Beeldende Kunsten)에서 수학했다. <국적 없는 돈>(피아이 아트웍스, 런던, 2018), <3D 선셋>(프로젝트 풀필 아트스페이스, 타이페이, 2018), <Nature of Me>(P21 갤러리, 서울, 2018), <국적 없는 돈>(아트선재센터, 서울, 2017), <하이힐>(DEPO, 이스탄불, 2016) 등 개인전과 <Noncomformity>(뮤즈 컨템포러리 갤러리, 이스탄불, 2021), <The State of Transparency>(루이에르그라트 60, 암스테르담, 2019), <혁명은 TV에 방송되지 않는다(아르코 미술관, 서울, 2017) 등 주요 단체전에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두 개의 다른 인종과 이질적 문화의 교차점은 그의 예술실천에 있어 주요한 요소가 된다. 또한 오렌리의 예술실천은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방법과 더불어 발전해 왔다. 작가는 다양한 매체의 자료를 수집한 다음 이를 면밀히 분석 조사하고, 최종적으로 조합해 고유한 예술언어를 만든다.

인간이 세상에 개입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우리의 일상생활과 전 세계 시스템의 연결지점에 관한 지도를 제작하고, 새로운 현실을 형성하기 위한 이미지를 그린다. 오렌리는 자신의 작업 과정을 4단계로 말한다.

첫 번째 단계는 자연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관찰하기'를 시작했고, 이를 예술적 매체로 실험했다. 인간이나 예술가가 독특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 과정이 자연세계의 창조와 닮았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인간이나 예술가가 생명의 출현을 이해하는 데 더 가깝다는 것을 뜻했다.

두 번째 단계는 인생의 시작인 어린 시절과 인간의 기억을 관찰하고 비교하고 질문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우리의 가족과 조상의 역사, 우리의 생활과 성장하는 환경, 사회와 자연의 역사가 어떻게 우리를 형성하는지 조사했다.

세 번째 단계에서 ‘사회, 정치, 경제적 문제가 현재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미래를 형성하는가’와 ‘우리 시대의 문화 사회적 발전과 예술과 예술가의 가치’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본권력이 전면화된 과정과 그 영향력을 그렸다. 지금은 네 번째 단계인 '자본과 도시가 지속가능한 지식을 구축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는가’와 '과학기술과 지식의 의식'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전시 기획자의 말 (대안공간 루프 양지윤 디렉터)

우리의 일상은 전시공간을 떠도는 플라스틱 버블백 안에 갇힌 듯하다.

‘네덜란드의 오류’라는 표현이 있다. 서유럽 국가에서의 삶이 더 친환경적으로 여겨지는 이유가, 자원채굴이나 쓰레기 처리 같은 자본주의 경제 발전에 따라오는 부정적 부산물을 글로벌 사우스의 개발도상국에 넘긴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오렌리는 ‘가부장제 식민주의’라는 여전히 작동 중인 사회 시스템을 연구하고, 그것이 은폐한 오류들을 그 예술실천 안에서 노출시키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작가는 질식할 것 같은 촘촘한 시스템의 강요 속에서, 이를 과학적으로 해부하고 그다음의 가능한 사회를 함께 상상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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