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연극열전9' 아홉번째 시즌 공개
2022 '연극열전9' 아홉번째 시즌 공개
  • 김영일 기자
  • 승인 2022.03.17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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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예술의 생생한 현장성과 삶을 향한 메시지로 가득 찬 4편의 작품
2022 '연극열전9'

[더프리뷰=서울] 김영일 기자 = 매 시즌 명확한 콘셉트와 도전정신으로 독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온 '연극열전'이 오는 4월 아홉 번째 시즌 <연극열전9>의 막을 올린다.

한국 연극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연극 대중화 가능성을 연 2004 <연극열전>을 시작으로, 완성도 높은 현대 명작으로 연극계 대표 콘텐츠로 떠오른 2008 <연극열전2>, 고전의 현대적 해석과 장르 변화로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한 2010 <연극열전3>, 소극장 체제에서 중극장으로 범위를 확장하며 역량의 극대화를 이룬 2012 <연극열전4>, 토니상, 로렌스 올리비에상 등에서 수상한 국내외 최신 우수 작품을 소개한 2014 <연극열전5>, 인간의 내면과 삶에 대한 통찰을 담은 2016 <연극열전6>, 시의성 강한 소재를 참신한 형식으로 풀어낸 2018 <연극열전7>, 진정성 있는 목소리로 지금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질문을 던진 2020 <연극열전8>까지 높은 완성도로 매 시즌 신선한 반향을 일으켜온 <연극열전>이 2022년 4월부터 아홉 번째 시즌 <연극열전9>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과 다시 한 번 발을 맞춘다.

다양한 장르의 라이선스 초연작 4편으로 구성된 <연극열전9>는 생존과 삶의 가치가 위협받는 시대에 관객들에게 잠시 숨을 고르고, 살아온 세상을 돌아보며 다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할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몸의 언어로 전하는 찬란한 삶의 순간, 거미줄처럼 얽힌 자본과 종교의 무덤에서의 탈출기,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설산에서의 사투, 그리고 헛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코 헛되지 않은 삶을 향한 뜨거운 외침이 무대라는 제약 속에서, 오직 무대이기에 가능한 방식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공연예술의 생존이 위협받는 비대면 시대, ‘살아있다’라는 감각이 극대화된 무대예술만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연극열전9>의 첫 번째 작품 <네이처 오브 포겟팅(The Nature of Forgetting)>은 2017년 런던 초연 당시 ‘삶의 축복으로 가득 찬 움직임’이란 찬사를 받은 피지컬 시어터로 2019년 한국 초청공연 역시 전석 매진을 기록한 작품이다. 연극열전과 우란문화재단의 공동제작으로 올려지는 이번 프로덕션은 주요 오리지널 창작진과 한국 배우 및 연주자, 그리고 초청공연에 참여했던 국내 스태프들의 협업을 통해 원작의 아름다움은 살리면서 정서적인 공감대는 더해질 예정이다. 

치매로 사라져가는 기억들이 실타래처럼 얽혀버린 한 남자의 삶을 2인조 밴드의 강렬한 라이브 연주 아래 역동적인 움직임과 섬세한 표현으로 유려하게 펼쳐내는 <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사랑과 우정, 만남과 헤어짐, 삶과 죽음의 과정들 속에 ‘기억이 사라지는 후에도 마지막까지 남게 되는 무언가’를 찾아가는 여정을 감동 깊게 그려낸다.

두 번째 작품 <보이지 않는 손(The Invisible Hand)>은 2013년 <Disgraced>로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한 파키스탄계 미국인 극작가 에이야드 악타(Ayad Akhtar)의 작품이다. ‘정치적으로 도발적인 연극’ ‘연극계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새로운 목소리‘라는 평을 받으며 2015년 오비상(Obie Awards)에서 극작상을, 외부비평가협회상(Outer Critics Circle Awards)에서 존 개스너(John Gassner) 극작상을 수상했다. 

애덤 스미스의 경제이론인 ‘보이지 않는 손’에서 착안한 이 작품은 파키스탄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된 미국인 투자 전문가 닉 브라이트가 자신의 몸값 1천만 달러를 목표로 파키스탄 금융시장에서 옵션거래를 통해 돈을 벌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금융 스릴러'라 불릴 법한 새로운 소재와 형식을 통해 그가 갇힌 작은 방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외부 세계의 자본과 권력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줌으로써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민낯을 드러낸다.

자본주의의 정점에 서 있는 미국인 투자 전문가와 이자 거래조차 금기시되는 파키스탄 무장단체 일원과의 공조와 충돌을 그린 이 작품은 최근의 주식 광풍을 비롯하여 금융이 일상화된 우리 사회에도 유효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돈이 어떻게 인간의 영혼을 사로잡는지, 달러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현대사회에서 돈과 종교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살고 있는 그리고 살아갈 세계를 돌아보게 할 것이다.

세 번째 작품 <터칭 더 보이드(Touching the Void)>는 1985년 영국인 산악가 조 심슨(Joe Simpson)의 회고록인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를 연극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아무도 등반하지 않은 페루의 안데스 산맥 시울라 그란데 서쪽 빙벽을 하산하던 중 발생한 산악 조난사고가 주요 내용이며,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 <터칭 더 보이드>로도 제작되어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경이를 포착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연극으로는 2018년 영국에서 초연되어 ‘드라마 속 고조된 전율과 긴장감에 머리가 아찔하다’ ‘무대 위에서 불가능한 것은 없음을 증명하다’ 등의 평을 받으며 장르를 뛰어넘는 실화의 묵직한 감동을 다시 한번 입증하였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거대한 설산, 엄혹한 자연이 주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그에 맞선 한 인간의 처절한 생존투쟁,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삶의 희망이 시공간의 제약을 뚫고 라이브 무대로 관객들과 만난다. 

기술적 한계로 영상매체로만 소개됐던 ‘산악 조난사고’ 상황이 몰입형 음향기술을 중심으로 무대에 펼쳐질 예정이며, 죽음이 코 앞에 닥친 상황에서도 끝까지 놓지 않는 생명의 끈은 코로나19 감염병이라는 재난 속에서 가장 필요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연극열전9>의 네 번째 작품 <웨이스티드(Wasted)>는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으로 널리 알려진 브론테 자매의 생애를 록다큐멘터리(Rock + Documentary)라는 참신한 형식으로 담아낸 뮤지컬이다. 연극 <타조 소년들>의 극작가 칼 밀러(Carl Miller)가 극본과 가사를, 뮤지컬 <Showstoppers!>의 작곡가 크리스토퍼 애쉬(Christopher Ash)가 음악을 맡았다. 

작품은 실패를 반복하는 브론테 자매의 생애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관객을 자연스럽게 이들의 삶으로 끌어들이고, 실패와 좌절 속에 끊임없이 다시 일어서고 맞서는 그들의 저항정신을 록이라는 장르에 담아 관객들의 공감과 응원을 이끌어 낸다. 

성별과 가난이라는 장벽 앞에 “우리의 삶은 ‘헛된 것(Wasted)’이었을까”라고 자문하는 브론테 자매는 젠더, 종교, 재산, 사회적 계층 등 여전히 유리장벽에 맞서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 모습과 맞닿아 있다. 그들이 노래하는 모진 삶 속에서의 치열한 삶과 창작 의지는 여전히 많은 장벽 앞에 서 있는 현재의 관객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넬 것이다.

무대예술의 생생한 현장성과 삶을 향한 메시지로 가득 찬 2022 <연극열전9> 4편의 작품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 속 지금 우리에게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살아, 나아가자’ 외치는 뜨거운 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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