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표 공연예술 50편을 유튜브로 보세요!
일본 대표 공연예술 50편을 유튜브로 보세요!
  • 이시우 기자
  • 승인 2022.03.30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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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예술, 연극, 무용 등 무료 공개
STAGE BEYOND BORDERS(사진제공=Youtube)
STAGE BEYOND BORDERS
(사진제공=Youtube)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 일본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 JF)은 팬데믹 시대 문화예술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본 공연예술 온라인 상영 프로젝트 <STAGE BEYOND BORDERS-Selection of Japanese Performances>를 제작, 유통하고 있다.

코로나19는 국가와 지역 불문 공연예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유서 깊은 공연예술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예술가들은 공연장 운영 제한으로 서야 할 무대를 잃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과거처럼 객석에서 공연을 즐기기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물리적으로 먼 거리에 있는 사람들과도 실시간으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상의 문화교류 기회는 대폭 늘어났다.

공연은 역사적으로 가장 일찍이 발달한 여흥의 형태로, 현실을 반영하거나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희망을 주기도 한다. JF는 일본 각지, 각 장르의 공연예술 작품 50여 편에 여러 언어로 된 자막을 제공, 국경을 넘어선 문화예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공연예술 팬층을 확보하는 동시에 새롭게 조성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향후 오프라인 국제교류가 재개되었을 때 실제로 공연을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는 취지도 담겼다.

<STAGE BEYOND BORDERS-Selection of Japanese Performances>는 현대극 35개 작품, 무용 공연 32개 작품, 전통예술 18개 작품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현재 51편이 공개되어 있다. 각 작품은 5개 내외의 언어로 자막이 제공되며, JF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JF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긴급무대예술아카이브 및 디지털시어터화 지원사업(EPAD)’ 실행위원회와의 협력하여 일본의 다채로운 공연예술 작품 영상을 확보했으며, 일본의 전통 궁중음악 가가쿠(雅楽), 오키나와 지역의 전통 무용인 류큐부요(琉球舞踊) 등 일본의 전통 공연예술 및 제례무악 카구라(神楽), 전통인형극 등 일본 각지의 다채로운 공연예술을 준비했다. 더불어 유튜브 상영을 전제로 일본의 주목받는 신진 예술가들과도 작품을 제작했다.

이들 가운데 몇 편을 소개한다.

정영두-마루야마 준코 <소리 없는 꽃(무음화)>

한국의 대표적 안무가 정영두는 2004년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 수상을 계기로 일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해 오고 있다. 그는 현재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작품을 만들고 있는 마루야마 준코와의 협업으로 <소리없는 꽃 Silent Flower>를 창작했다. 마루야마 준코의 예술은 일반적인 ‘정크 아트’를 넘어 감동을 주는데, 정영두는 그가 비닐봉지로 만든 아름다운 꽃 작품에 매료되어 이를 콘셉트로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아시아 특유의 미학에 더불어 인생에서 겪게 되는 침체, 진동, 변화 등 다양한 흐름의 단계를 보여준다.

작품의 어둑어둑한 시작, 하얀색 ‘무음화’가 무대 중앙을 둘러싸고 있다. 피아노 선율이 흐르면서 타무라 카오리가 제작한 하얀 의상들이 흑백 무대 위에 떠오르고, 엉거주춤한 자세의 무용수들은 미끄러지듯이 등장한다. 아주 조용한 세계 속. 박재록의 미니멀리즘 음악에 하얀 꽃이 천천히 스며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명이 올라가면 관객들은 흰 꽃 사이에 붉은 꽃잎이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카이야마 토모코 <TWO – in transit Hara Museum>

이 작품의 주인공은 ‘하라 미술관’ 그 자체이다. 하라 미술관은 1938년 설립된 사저가 1979년 현대 미술관으로 개관된 것인데, 와타나베 히토시가 설계한 아르 데코풍의 모더니즘 건축물 중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작품 첫 부분에 나오는 우주선 내부와 같은 공간 등 그 자체가 미술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자그마한 앞마당은 여러 무용수들에게도 사랑을 받으며 다양한 퍼포먼스의 무대가 되었다. 그러나 건물이 노후화되어 결국 폐관이 결정되었고, 많은 예술가들이 하라 미술관과의 이별을 안타까워하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콘셉트와 영상은 무카이야마 토모코(向井山朋子)와 라이니어 반 브룸멜렌(Reinier van Brummelen)이 맡았고, 무카이야마 토모코와 모리야마 미라이(森山未來)가 출연했다. 무카이야마 토모코는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이지만, 연출, 미술, 퍼포먼스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모리야마 미라이는 배우 겸 무용수로 활동하며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협업하고 있다. 이 둘이 각각 음악과 춤을 통해 내뿜는 강력한 존재감은 하라 미술관에게 다시금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 이 작품은 2020년 촬영되었으며, 하라 미술관이 폐관된 2021년 1월 11일까지 열흘간 상영되었다.

이키우메 <태양>

<태양>은 바이오 테러로 확산된 바이러스로 인해 인구가 격감한 근미래를 그린 SF 드라마이다. 정치사회적 혼란의 시작과 사회 기반시설이 파괴되고 몇 년 후, 감염자 가운데 기적적으로 회복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녹스(Nocs; Nocturnal People)’라고 부르게 되는데, 이들은 비록 태양 아래에서는 생존할 수 없지만 인간보다 높은 면역력과 대사 능력을 가진 생명체로 진화하고 있었다. 이후 녹스가 되는 방법이 밝혀져 녹스의 개체 수가 급증하였고, 이들은 탄압의 대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스가 될 수 있는 적정 연령대는 30세이고 그 후에는 적합성이 상실된다는 이유로 청년들 사이에서 녹스가 되려는 움직임은 멈출 수 없이 빠르게 증가했다.

녹스가 등장한 지 40년, 녹스는 한때 ‘일본’이라고 불리던 열도 전역에서 그들만의 자치구를 만들었고 자치구들은 연합을 형성했다. 과거 녹스를 살상한 적이 있던 나가노 8구는 인접 녹스 자치구들로부터 경제 봉쇄를 받았지만, 10년간의 제재 끝에 다시금 녹스와의 교역이 재개되었다. 그리고 녹스는 나가노 8구의 청년들에게 녹스가 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태양>은 현재 전 세계 사람들이 겪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일어나는 사회의 변질과 분단을 SF 설정 속에서 풀어 나가며 삶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작품은 2011년 초연되었으며, 2016년 시어터 트램에서 최초 상영되었다.

키타무라 아키코 <Echoes of Calling>

키타무라 아키코의 ‘Cross Transit Project’는 아시아의 여러 지역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에 기반한 협동 프로젝트로, 장기적으로 일본과 아일랜드에서 중앙아시아까지 아우르는 국제적인 협동 프로젝트로의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 키타무라 아키코와 여섯 무용수의 움직임은 높은 수준의 통제력과 섬세한 표현, 그리고 칼날같이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의 움직임 속에는 그들이 살아온 지역의 문화가 담겨 있는데, 키타무라 아키코는 이를 춤 동작에 내포함으로써 관객들의 기억을 자극하는 방식을 택했다. 더불어 영상 속에 등장하는 두 예술가는 음악보다 말의 리듬을 강조하는 아일랜드의 오랜 창법인 ‘션 노스(Sean Nós)’를 선보인다. 가사에서는 일본에서 창조와 예술의 여신인 ‘아메노우즈메’가 등장하는데, 이는 기존 션 노스에 아일랜드 신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를 일본의 신으로 변주한 것이라고 한다.

2021년 온라인으로 공개된 이 작품에서는 오랜 역사 속에서 지금까지도 번성해 오고 있는 섬나라인 일본과 아일랜드의 예술가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예술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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