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콘서트홀 6월 14일
Editor Mari Kim
[더프리뷰=서울] 김준형 음악 칼럼니스트 = 음악을 듣고 예술을 접하는 것은 이를 통해 행복을 느끼고 위로를 받고자 함이 아닐까 한다. 오랜만에 모든 것을 잊고 온전히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던 연주회를 다녀왔다.
‘기타’라는 악기는 우리에게 무척 친숙하지만 반열에 오른 연주는 귀하다. 그리고 오롯이 독주회를 진행할 수 있는 연주자는 많지 않다. 어느덧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박규희와 ‘하모니카’라는 흔한 악기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한 박종성의 듀오 콘서트. 누구보다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두 아티스트의 연주에 감격했던 필자이기에 함께 연주하면 어떤 연주가 될지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서로를 배려하며 빚어낸 아름다운 하모니
기타와 하모니카를 위한 작품이 귀하기에 이날 연주곡목은 두 연주가를 위해 특별히 준비된 곡이 많았다. 저 유명한 <시네마 파라디소>로 시작했다. OST의 눈대목을 엮어냈는데 서로를 배려하며 자아낸 화음이 흐뭇했다. 기타 작품이었던 <탱고 앤 스카이> 연주도 편곡만큼이나 이색적이었다. 다카시 요시마츠의 <벨벳 왈츠>는 두 악기를 위해 작곡된 흔치 않은 작품으로, 영화 음악풍의 잔잔하고 서정적인 작품이다. 하모니카의 다양한 가능성을 표현한 박종성의 빛나는 기술적인 완성도가 돋보였다.
작곡가 박종성이 보여준 하모니카의 무한한 가능성
편곡된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었지만 프로그램에 박종성의 자작곡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그의 다양한 예술적인 재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규희와 함께 연주한 <What is the ‘truth’?> 하모니카 독주로 들려준 <Run again>. 그리고 기타 작품으로 유명한 나르시소 예페스의 <로망스>를 하모니카 작품으로 완전히 새롭게 꾸며낸 곡은 악기로서의 하모니카의 무한한 가능성을 청중에게 각인시켜 주었다.
긴 여운을 남긴 박규희의 기타
박규희의 솔로인 빌라-로보스의 <쇼로 제1번>은 리드미컬하면서 흥겹고 긴 여운이 남는 연주였다. 이어진 ‘말러 교향곡 제5번’의 4악장 <아다지에토>는 원곡을 자신만의 색으로 아름답게 승화시켰다. 작품에 담긴 은유적 의미를 성공적으로 풀어내는 모습이 감탄스러웠다.
그들이 첼로를 만났을 때!
이날 무대를 위해 특별히 초대한 첼리스트 심준호는 믿고 듣는 연주자로서 연주의 완성도를 배가시켰다. 박규희와 듀오인 <탱고의 역사>는 느린 악장의 고혹적인 첼로의 음색으로 더 할 나위 없이 고품격 연주였다. 마지막으로 세 연주자가 함께 <망각>과 <리베르탱고>를 연주하며 대단원의 막을 장식했다.
심준호의 첼로는 음악에 완벽하게 녹아들며 사운드의 풍성함으로 음악적 공간을 더욱 확장시켰다. 그야말로 음악적 열정과 감수성으로 화합한 세 젊은이가 뿜어내는 에너지로 가득한 연주였다. 그리고 인상적인 앙코르인 <카바티나>가 특별한 여운을 남긴 정열의 초여름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