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파워풀한 드라마틱 소프라노를 만나다 - 한지혜 리사이틀
[공연리뷰] 파워풀한 드라마틱 소프라노를 만나다 - 한지혜 리사이틀
  •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2.07.1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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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한지혜 리사이틀 1부 (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소프라노 한지혜 리사이틀 1부 (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더프리뷰=서울] 한혜원 음악 칼럼니스트 = 지난 7월 2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소프라노 한지혜의 첫 국내 리사이틀이 열렸다.

2010년 빈 폭스오퍼의 <나비부인> 초초상으로 데뷔한 지 12년이 지났으나 국내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아 낯선 이름이었다. 동아콩쿠르나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황수미나 이응광과 함께 입상한 경력이 있었고, 이후 벨베데레 국제콩쿠르 특별상, 탈리비아니 국제콩쿠르 3위, 마르세유 국제콩쿠르 우승의 경력이 있다.

이날 레퍼토리를 보고 조금 놀랐다. 물론 갓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성악가들의 귀국 독창회와는 차별화하리라 생각했지만, 로시니의 연가곡 <베네치아 곤돌라 경주>와 로날드 연가곡 <인생의 순환>으로 구성된 1부에 이어, 2부는 베르디 <운명의 힘> 중 ‘신이여 평화를 주소서’를 비롯한 대형 아리아 6곡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소프라노 한지혜 리사이틀 2부 (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소프라노 한지혜 리사이틀 2부 (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한지혜의 장점 중 으뜸은 단연 ‘힘’이었다. 유럽에서 <나비부인>의 초초상이나 <투란도트>의 투란도트를 주로 맡아왔다고 하는데, 인정할 만했다. 성량도 에너지도 대단했다. 귀한 드라마틱 소프라노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사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사랑의 신이여, 위로를 주소서’나 드보르작 <루살카>의 ‘달의 노래’ 같은 경우는 다른 곡보다 썩 어울리지는 않아 보였다. 드라마틱 소프라노의 강점이 드러나지 않는 곡이기도 하고, 극고음의 피아니시모 같은 부분이 아쉬웠다.

반면 폰키엘리 오페라 <라 조콘다>의 아리아 ‘자살’에서 한지혜는 최고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조콘다가 맞닥뜨린 참담한 운명이 객석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격정을 호흡에 실어 극대화하고 비극을 받아들이는 조콘다의 아픔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푸치니의 <토스카> 중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역시 굉장한 호흡으로 프레이즈를 팽팽히 끌고 나가야 하는 노래다. 고급스럽고 풍부한 음색도 청중을 매료시켰다. 마지막 곡인 베르디 <운명의 힘>의 아리아 ‘신이여, 평화를 주소서’도 마찬가지. 앞서 파워풀한 노래들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한지혜는 힘을 많이 빼고 처절한 레오노라를 표현했다. 신선한 해석이 좋았다.

소프라노 한지혜 리사이틀 2부 (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소프라노 한지혜 리사이틀 2부 (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안타까운 점 하나를 꼽자면, 김한길의 피아노는 반주라기보다 연주에 가깝지 않았나 싶다. 전주를 들을 때면 훌륭하지만, 볼륨을 더 줄였어야 노래를 탄탄히 받쳐줄 것 같다.

소프라노 한지혜는 빈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폴란드, 헝가리, 캐나다의 극장에서 <투란도트> <일 트로바토레> <토스카> <피델리오>의 주역 뿐 아니라 바그너의 <탄호이저>나 <로엔그린>에서도 활동해 드라마틱 스핀토 소프라노로서 행보를 넓혀왔다. 이번 리사이틀은 국내에서의 활동을 예고한 신호탄으로 보인다. 앞으로 한지혜의 무대를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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