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관객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축제를 꿈꿉니다”
[인터뷰] “관객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축제를 꿈꿉니다”
  • 김미영 무용평론가
  • 승인 2022.10.01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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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고양국제무용제 김영미 예술감독
연습 중인 김영미 교수 (사진제공=고양국제무용제)

[더프리뷰=고양] 김미영 무용평론가 = 제8회 고양국제무용제(Goyang International Dance Festival, GIDF)가 시민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서 개막했다.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개최된 고양국제무용제는 지역의 많은 인사들과 시민들로 북적였다. 지역의 무용축제가 이토록 관심과 애정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예술감독을 맡은 김영미 경희대학교 무용학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제 막 제8회 고양국제무용제가 개막을 했습니다. 올해 예술감독을 맡으셨는데, 어떤 포부로 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고양시민으로 20년 이상 고양시에 거주하였습니다. 고양국제무용제에도 두 번 정도 참가했는데요. 그 전에는 고양에서 거의 활동을 하진 못했습니다. 고양시는 ‘꽃과 예술의 도시’입니다. 예술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이 고양국제무용제가 생겨나기 전에는 한국무용 위주의 활동이 약간 있었을 뿐 현대무용을 할 수 있는 장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 이제껏 임미경 고양안무가협회 회장 혼자 고군분투한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녀의 열정에 늘 박수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혼자서 국제행사를 진행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인데 늘 열정을 잃지 않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이번에 예술감독을 제의받았을 때 그런 그녀를 보면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겠다는 마음으로 함께했습니다.

고양국제무용제가 고양시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고양시에는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한 공연들이 간간히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고양국제무용제를 통해 시민들이 현대무용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고양시에 현대무용을 소개하고 또 뿌리내리기 위해 무단히도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은 것이죠. 축제가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정도 지역축제로 진행되는데요. 시민들이 공연을 보는 것 말고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또 더 가까이서 시민들을 만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하며 애써왔습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 무용제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사랑받는 축제가 되었습니다. 올해도 입장권 예약 시작하고 이내 매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많지 않은 지원금으로 애써온 결과라고 할 수 있죠.

김영미 교수
김영미 교수 (사진제공=고양국제무용제)

올해 고양국제무용제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올해는 해외초청작 두 작품을 포함, 총 열 세 작품을 선보이는데요. 올해의 특징이라고 하면 ‘고양안무가초대전’ ‘국제교류안무가전’ ‘우리시대의 무용가 in 고양’이라는 세 가지 섹션으로 공연이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고양안무가초대전’은 고양시를 대표하는 무용단과 해외 무용단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는데요, U:MI무용단, 이주희 발레모던무브, 홍경화현대무용단 등 고양시의 무용예술을 견인하고, 고양시민 문화향유를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고양 출신 안무가들을 초청했습니다. 또한 해외 초청작으로는 독창적인 무대연출력이 돋보이는 룩셈부르크의 질 크로비지에(Jill Crovisier)와 미국의 에이미 샤바스(Amy Chavasse)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국제교류안무가전’은 화려한 무대연출과 테크닉을 선보여줄 남성 안무가 정석순, 박근태, 김경신의 파워풀한 작품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예능보유자의 전통춤부터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의 창작발레, 중견 현대무용가들의 협업 작품까지 다양한 춤을 감상할 수 있는 ‘우리시대의 무용가 in 고양’이 준비되어 있으니 많이 오셔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부대행사도 준비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것들이 있나요? 그리고 공연 외에 부대행사를 진행하시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시민참여 춤 워크숍 및 전문무용수를 위한 마스터 클래스가 부대행사로 진행됩니다. 9월 26일 미국 안무가 에이미 샤바스의 마스터 클래스가 경희대학교 무용과 연습실에서 ‘찾아가는 워크숍’으로 진행되었구요. 10월 1일에는 룩셈부르크 안무가 질 크로비지에의 마스터 클래스가 열립니다. 이런 워크숍을 통해 미래 무용인재들이 다양한 형태의 춤을 경험하고 예술적 철학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더욱 성장할 것을 기대합니다.

또한 ‘고양시민 참여형 춤 워크숍’도 있었습니다. 춤과 패션을 접목, <Dancing on the runway>라는 제목으로 시니어를 위한 워크숍이었는데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우리 고양 시민들의 무용예술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도 중인 김영미 교수 (사진제공=고양국제무용제)

시민들이 고양국제무용제를 통해 현대무용에 대한 관심을 정말 많이 갖게 된 것 같아요. 그 비결이 무엇일까요?

저는 늘 무용의 대중화를 고민했었는데요. 사실 대중화 하면 유치하고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무용의 본질을 잊지 않고 안무가가 전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작품은 결국 대중이 선택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무용도 산업이에요. 관객인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질을 낮추는 것이 아닌, 관객을 이해시키고 함께 소통하고자 배려하는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장을 계속해서 만들어가야 하는데 고양국제무용제가 고양 시민들에게 그런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그럼 감독님께서 작품을 하시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무엇일까요?

저는 일상에서 나오는 동작, 우리의 본능이 만들어내는 동작들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요. 동작을 마구 생산하기보다 진정한 의미의 창작을 하고자 하는 것인데요. 결국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지가 중요해요. 그러다보니 무용수들에게 끊임없이 집중하라고 요구합니다. 자기 스스로 느껴지는 움직임들에 비로소 부피감과 밀도가 생기거든요. 깊은 속에서 끌어 나오는 것들이 결국 관객들의 마음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순수예술이 주는 감동은 한 순간 ‘아!’하고 마는 감탄과는 다르죠. 무용을 통해 얻은 감동이 관객들의 삶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국제무용제를 통해 우리 고양시의 시민들이 그런 작품을 만나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고양국제무용제가 어떻게 발전되기를 꿈꾸시나요?

이 축제는 열악한 환경에서 어느덧 8회를 맞이했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갖게 되었고 무엇보다 고양시를 대표하는 축제로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만큼 고양시를 홍보하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구요. 또한 시민들이 무용예술을 향유함으로써 시의 품격의 높아졌다고 확신합니다.

이제는 이 축제가 국내 다른 축제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고양을 찾는 많은 외국 예술가들이 고양에서만 공연하고 돌아가는 대신 한국의 많은 무대에서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또 한 가지는 고양시의 한 예술가로서 이 축제가 있다는 것이 저에게 큰 자부심이 되었는데 다른 예술가들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예술가들에게 지역축제가 있다는 것은 큰 자부심이거든요. 이제 이 축제를 통해 고양시에 무용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어서 고양시 무용단도 만들어지기를 꿈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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