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신작 ‘진경(進慶)’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신작 ‘진경(進慶)’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2.10.06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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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악 기반 새로운 스타일의 창작무용
전북도립국악원 정기공연 '진경(進慶' 포스터 (제공=전북도립국악원)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전라북도립국악원 무용단(단장 이혜경)이 오는 10월 14일(금) 저녁 7시 30분과 15일(토)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제31회 정기공연 <진경(進慶)>을 무대에 올린다.

이혜경 단장 취임 이후 첫 안무작으로 선보이는 <진경>은“해로운 것을 쫓고 경사를 맞이한다”는 뜻의‘벽사진경(辟邪進慶)’의 상징성에서 출발, 넓디넓은 호남평야를 곡창지대로 일구어낸 전라북도의 농악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창작무용이다.

총 7개 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진경’이라는 상징성에서 출발하여 물과 평야, 농사와 농악 그리고 오늘날 어려운 시기를 버티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개념으로 확장, 다각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단지 육체적인 고단함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절기를 보내고 기후를 겪어가는 시간 속에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법도 배워간다. 그래서 해로운 것들을 쫓아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벽사진경의 의미를 담아 농악이라는 형태가 생겨난 것이다.

이번 공연은 작품 성격상 남성 무용수들의 역할이 눈에 띈다. 특히 농요(農謠)와 접목된 4장‘초로(初老)’의 농부 역을 맡은 송형준과 소 역할을 맡은 오대원이 눈에 띈다.

무용수들의 감성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춤사위는 창극단원 여섯 명의 진하고 농익은 성음이 만나 정점을 이루며, 이에 더해 31인조 규모의 국악관현악단과 서양악기 객원들의 연주가 맛을 살린다.

무대는 평면 세트의 끝부분을 곡선으로 구성하여 무대의 차별화를 강조했으며, 배경의 세트는 레벨과 공간의 차이로 색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 관객들에게 시각을 통해 전라북도의 너른 평야와 곡창지대, 그 터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다 영상을 활용하여 장면별 상황과 풍경 등을 설정, 무용수와의 상호작용 효과를 나타냈다.

음악은 농민들의 애환을 담은 농요‘군산옥구들노래’등의 소리 가락을 모티브로 한 흐름에 기준을 두었다. 또한 국악관현악단과 서양악기의 조화는 장면별 상황을 표현해주며 흥겨운 리드미컬한 장단은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부임 후 첫 작품을 올리는 이혜경 무용단장은“전라북도의 서반부를 차지하는 호남평야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대평원이다. 막힘없이 드넓은 평원은 초여름에는 녹음이 푸르르고 가을이면 거대한 황금들판이 장관을 이룬다. 이런 바탕에서 태어난 농악의 원형을 해체, 재배치, 재구성하고 시대정신을 투입, 안무적 메소드로 미장센화시키는 작업에 중점을 둔 작품이 <진경>이다. 창작의 과정은 치열했다”고 말했다.

'진경(進慶' 이미지컷 (제공=전북도립국악원)
'진경(進慶' 이미지컷 (제공=전북도립국악원)

이희성 전북도립국악원 원장은“앞으로도 전북 14개 시 ‧ 군의 우수한 지역문화 자원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작품화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경> 장면구성

1장. 벽사(辟邪)

걷힐 듯 걷히지 않던 새벽녘 안개처럼
밝아올 듯 채 밝아지지 않던 미명(未明)의 시간처럼....
속절없는 기다림에 모두가 지쳐가는 지금, 이천이십이년.
벽사진경(辟邪進慶)의 뜻으로 그리고 의미로 농악 한판을 벌이려 한다.

2장. 푸른, 볏골(碧骨堤)

물은 곧 생명, 그리고 삶의 근원이었다.
그래서 옛 선인들은 물을 가두고 다스리려 노력했을 터이다.
푸른 뼈를 모아 둑을 쌓았다는 설화처럼
상상만으로 이미 장관이었을 벽골제(碧骨堤)는
그렇게 일렁이며 넘실대며 생명을 만들고 근원이 되고 삶의 이유가 되었다.

3장. 지평선(地平線)

너른 평야가 있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지평선은 유일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너른 대평원도 처음부터 비옥한 옥토는 아니었을 것이다.
농지를 만들고 씨앗을 심을 수 있는 간척까지의 힘든 과정들이
녹아들고 또 쌓여 지금의 호남평야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는
그렇게 시간과 노력과 정성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4장. 초로(初老)

김을 매고 모를 심고 피를 고르고...
동이 터 시작한 논일은 해 저물어서야 손을 떼는 고단한 일상이다.
땅을 기반으로, 농지를 터전으로
업이고 숙명이라 깊은숨 내쉬어도 어느 하나 제 맘처럼 되는 건 없다.
그래서 갈라진 손등만큼이나, 닳아진 손톱만큼이나
초로(初老)의 농부에게 삶은 여전히 어렵고 여전히 힘겹다.

5장. 뜰볼비

그렇게 누군가 쇠를 잡고, 또 누구는 징을 치고
이끌리듯 북을 두드리면, 어느새 장구 가락에 춤이 얹어지고
마을 곳곳, 집집을 돌며 액을 쫓고 복을 부르며
뜰을 밟아주던 성대한 ‘뜰볼비굿’은
그리하여 공동체가 되고 풍속이 되었으며 신명으로 남았다.

6장. 농악(農樂)

비단 격려와 위안만일까.
위로와 격려에서 시작된 장단은 모두를 위한 흥겨운 놀이가 되었고
놀이는 문화로 축제로 자리매김하였으며
농악은 교류와 화합의 장으로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가장 설레고 가장 기다리는 완전한 축제가 된 것이다.

Epilogue. 진경(進慶)

해로운 것을 쫓고
이제 좋은 날들을 향해 성큼 나아갈 일만 남았다.
시작이 있었으니 반드시 끝 또한 있을 터,
그 끝과 새로운 시작을 위해 지금 종이꽃 붙인 고깔을 가슴에 품는다.
 

공연 문의 및 예약은 전라북도립국악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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