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다니엘 로자코비치 바이올린 리사이틀
[공연리뷰] 다니엘 로자코비치 바이올린 리사이틀
  • 김광훈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2.10.17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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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다니엘 로자코비치 바이올린 리사이틀 (사진제공=빈체로)

[더프리뷰=서울] 김광훈 바이올리니스트/음악칼럼니스트 = 다니엘 로자코비치(Daniel Lozakovich)는 21세(2001년생)의 나이에 불과하지만, 어째서 그가 현재 유럽에서 가장 각광받는 솔리스트인지를 이번 리사이틀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었다.

보통의 젊은 연주자들이 탐닉할 법한 순간의 표현이나 과시에서도 로자코비치는 오직 음악의 숨결을 다듬으며 표현을 극대화하는 것에 주력했고, 이러한 그의 타고난 재능이 맞물린 표현력은 로자코비치의 연주를 여타 젊은 연주자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연주로 승화시켰다.

로자코비치는 칼스루에 국립음대의 명교수, 요제프 리신(Josef Rissin)을 사사했는데, 리신 클래스에는 알브레히트 로랑 브로이닝어(Albrecht Laurent Breuninger, 1997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2위, 당시 1위는 니콜라이 츠나이더(Nikolaj Znaider)였으나 심사위원의 의견은 치열했다), 그리고 세르게이 하차투리안(Sergey Khachatryan, 시벨리우스 콩쿠르 최연소 우승 및 200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1위) 등 걸출한 연주자들이 포진해 있다. 이날 로자코비치 역시 리신 클래스 특유의 특장점 – 바이올린을 억압하지 않는 사운드, 자연스러운 해석, 고상한 표현력, 고요한 멘탈 –을 유감없이 드러낸 연주를 펼쳤다.

다니엘 로자코비치 바이올린 리사이틀 (사진제공=빈체로)

물론 로자코비치의 연주를 리신의 산물(?)이라 하기엔, 그는 바이올리니스트, 그 자체다. 오죽했으면 첫 레슨 후 바이올린 선생님이 부모님에게 뛰어가 “다니엘은 바이올리니스트로 태어났어요!”라고 외쳤을까.

도이체 그라모폰 음반에서 환상적 호흡을 선보였던 피아니스트, 스타니슬라프 솔로비에프(Stanislav Soloviev)가 불행히도 연주 전날 코로나 확진이 되는 바람에 피아니스트는 급히 일리야 라쉬코프스키(Ilya Rashkovsky)로 대체되었다. 우스갯소리로 요즘 독주회는 라쉬코프스키가 다 한다고 할 정도로 라쉬코프스키는 바쁜 연주자이며, 또한 역으로 연주력이 보장된 연주자임의 방증이기도 하지만, 필자는 솔로비에프의 환상적 피아니즘을 경험할 수 없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게임이 끝나기 전에 끝난 것은 아니라고 했던가. 라쉬코프스키는 이날 로자코비치와 함께, 마치 오랜 리사이틀 파트너인 양 환상적인 호흡과 앙상블을 선보였다.

정규 프로그램에서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만이 슈만 <소나타 1번>으로 대체되었는데, 첫 곡에서 보여준 슈만의 시정과 표현력, 그리고 겸손함은 도저히 21세의 그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어지는 바흐 <샤콘>에서는 다성 화음을 가능한 한 번에 소리내려는(2+2로 꺾지 않고) 스타일을 바탕으로 로자코비치는 환상적인 긴 호흡을 들려주었다. 어찌 들으면 너무 낭만적인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루바토와 아고긱이 넘쳤으나, 바흐가 아내의 사망 소식 직후에 작곡된 본 곡의 비감(悲感)을, 실로 오랜만에 맛볼 수 있는 연주였다.

다니엘 로자코비치 바이올린 리사이틀 (사진제공=빈체로)
다니엘 로자코비치 바이올린 리사이틀 (사진제공=빈체로)

환상적 테크닉과 벨기에/프랑스적 시정이 가득했던 이자이 <무반주 소나타 5번>을 지나 최후의 곡으로 연주한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에서 로자코비치는 바이올린이 표현해 낼 수 있는 모든 음의 스펙트럼을 들려주는 동시에, 거침없는 솔리스트로서의 면모 또한 보여주었다. 앙코르로 연주된 차이콥스키의 멜로디, 브람스의 스케르초, 그리고 그의 시그니처 곡이라 할만한 차이콥스키의 <None but the lonley Heart>(Mischa Elman 편곡)이 연주되자 청중들은 기립박수로 열광했다. 이 날 연주에서 다니엘 로자코비치는 21세기의 수많은 바이올리니스트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임을 유감없이 증명했고, 약관(弱冠)의 연주자가 써 내려가는 역사에 필자는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김광훈 음악칼럼니스트
김광훈 음악칼럼니스트
38kdd@hanmail.net
바이올리니스트.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KCO) 단원이자 한양대 겸임교수. 월간 <스트라드>에 음악 칼럼니스트로 20년 이상 기고하고 있다.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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