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타카치 콰르텟 내한공연
[공연리뷰] 타카치 콰르텟 내한공연
  • 김광훈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2.10.19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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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타카치 콰르텟 내한공연 (c)크레디아
타카치 콰르텟 내한공연 (c)크레디아

[더프리뷰=서울] 김광훈 바이올리니스트/음악칼럼니스트 = 가보르 타카치-나기(Gábor Takács-Nagy, 제1 바이올린 1975-1993)가 고향인 헝가리의 음악가들을 규합해 만든 타카치 사중주단(Takács Quartet)은 50년에 가까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단체다. 특히 이 사중주단의 베토벤 녹음은 애호가들 사이에서 반드시 들어봐야 할 음원으로 손꼽힌다.

1975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첼리스트, 안드라스 페어(András Fejér)를 제외하고 나머지 멤버는 두세 차례, 비올리스트는 네 번의 교체 끝에 오늘날의 멤버로 최종 자리매김하고 있다. 긴 역사를 미루어 봤을 때 1993년부터 제1 바이올린을 맡고 있는 에드워드 듀슨베리(Edward Dusinberre) 역시 타카치의 역사를 함께해 왔다고 봐도 무방하며 2018년에 제2 바이올린으로 앙상블에 합류한 하루미 로데스(Harumi Rhodes)와 2020년부터 비올리스트로 함께하고 있는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O'Neil)이 앙상블의 비교적 신진으로 콰르텟을 함께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날의 연주는 타카치의 방향과 미래를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었지만, 그간의 타카치의 사운드와 전통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 연주였다.

타카치 콰르텟 내한공연 (c)크레디아
타카치 콰르텟 내한공연 (c)크레디아

프로그램 내내 첼리스트는 콰르텟의 오랜 거목으로서의 풍모를 유감없이 드러내었고, 제1 바이올린은 다소간 정밀함에 아쉬움이 있었으나 여전히 탑 콰르텟 연주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비올라는 지나친 움직임과 다소 섞이지 않는 음색으로 블렌딩의 어려움을 드러냈고, 제2 바이올린은 많은 부분에서 제1 바이올린과는 다른 활쓰기와, 콰르텟 연주보다는 솔로 연주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성을 담당하는 악기들의 이질감은 시간과 함께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느껴졌으며 악기별로 충분히 자리를 띄어 연주한 탓에 개별 연주자들을 살펴보는 즐거움은 있었지만, 소리의 응집력, 무엇보다 거리감으로 인한 타이밍의 엇갈림으로 제1 바이올린과 비올라 간의 합이 좋지 못했다.

첫 곡으로는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in F Op. 77 No.2>가 연주됐는데, 이 작품은 하이든 현악사중주의 명작이자 하이든 콰르텟 최후의 작품 중 하나로 연주자들 사이의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타카치는 명성에 걸맞게 빛나는 순간들을 만들었으나 전체적으로는 아직 몸이 풀리지 않은 듯 다소 경직된 연주를 펼쳤다.

근자의 타카치가 실황이나 음반 녹음에서 현대 음악에도 집중하는 모습이고, 이들의 디스코그래피에서도 손꼽히는 바르톡 <현악사중주 6번>에서 콰르텟은 이날 최고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정밀하게 맞물리는 톱니바퀴와 의도된 바르톡 특유의 이질감은 제1 바이올린 듀슨베리의 리드 아래 훌륭하게 구현되었다. 특히 느린 악장에서의 첼리스트 안드라스 페어의 연주는 같은 헝가리 혈통인 바르톡의 정수를 꿰뚫는 웅변이었다. 슈베르트에서는 침잠하고 가라앉는 성향의 제1 바이올린과 첼로에 비해 외향적인 제2 바이올린과 비올라는 노련함과 에너지 사이에서 정확한 접점을 찾지 못해 정돈되지 않은 느낌을 주었다. 이 곡의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제1 바이올린인 듀슨베리의 연주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지만, 결정적 고음에서 흔들리는 모습은 이날 연주의 옥에 티였다. 비올라가 맹활약한 두 곡의 앙코르를 통해 타카치는 의심의 여지 없는 세계적 콰르텟임을 입증했지만, 앙상블은 좀 더 함께 어우러질 시간이 필요한 듯 보였다.

타카치 콰르텟 내한공연 (c)크레디아

 

김광훈 음악칼럼니스트
김광훈 음악칼럼니스트
38kdd@hanmail.net
바이올리니스트.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KCO) 단원이자 한양대 겸임교수. 월간 <스트라드>에 음악 칼럼니스트로 20년 이상 기고하고 있다.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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