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무용단 정기공연 '비가(悲歌)'
인천시립무용단 정기공연 '비가(悲歌)'
  • 서봉섭 기자
  • 승인 2022.10.2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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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와 함께 이오카스테를 새로운 비극의 초상으로 주목한다
고전 속에 가려진 주체적 여성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
인천시립무용단 비가 포스터
인천시립무용단 '비가' 포스터 (사진제공=인천시립무용단)

[더프리뷰=인천] 서봉섭 기자 = 인천시립무용단(예술감독 윤성주)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비가(悲歌)>가 4년 만에 전막 재공연으로 돌아온다. 오는 11월 11-12일 이틀간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비가>는 그리스 비극의 대표작 <오이디푸스>를 무용극으로 만든 작품으로, 신의 손으로 자아낸 운명과 그에 대한 격렬한 저항, 그 가운데 빛나는 인간의 존엄을 그린다.

신화 속 인물의 심리와 스토리를 캐릭터 중심의 춤으로 구성한 이 작품은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굴하지 않는 인간의 비극을 노래한다. <비가>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비극의 초상, 오이디푸스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고통의 탄식을 현대의 무대로 옮기며, 인과의 사슬에 얽힌 운명과 신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주체적 의지를 춤으로 풀어냈다.

삶이란 신이 부여한 운명에 저항하는 투쟁의 기록인가, 혹은 그 또한 신에 의해 계획된 길일 뿐인가? ‘신탁’으로 대표되는 신의 개입과 가혹한 운명의 물레로 직조된 인간사의 태피스트리를 펼쳐본다.

신이 던진 운명에 끌려가는 수많은 인간들 속,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자신의 죄악까지 낱낱이 밝혀내어 파국을 향해 끝없이 질주하는 오이디푸스이다. 이번 작품 <비가>에서는 오이디푸스와 함께 그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운명에 희생된 인물 이오카스테의 비극을 들여다본다. 운명에 의해 삶이 파괴된 순간조차 모든 것을 포용하고 스스로 모두의 죄업을 대속하는 여인의 가련하지만 강한 모습, 어머니이자 여인이었던 이오카스테를 새로운 비극의 초상으로 주목하며 고전 속에 가려진 주체적 여성의 모습을 찾는다.

운명적 비극의 가장 큰 희생자이자 가장 냉혹한 심판자인 군중 역시 비극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존재한다. 역병으로 죽음이 만연한 테베의 공기를 온몸으로 표현하며 때로는 신의를 대변하는 듯 무정형의 공포와 그 속에 파묻힌 군중을 동시에 구현해내는 군무진이 전체 작품의 이미지를 실체화한다. 캐릭터 중심의 춤연기와 압도적 군무의 코러스가 빚어내는 스펙터클은 그리스 비극의 본질적 비장함과 함께 관객들에게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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