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논객의 춤시선-7] 제25회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만난 두 여성 예술가
[낭만논객의 춤시선-7] 제25회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만난 두 여성 예술가
  • 장승헌 공연기획자
  • 승인 2022.10.31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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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3년, 그녀들의 춤과 작품, 일상의 위로와 서사, 소확행을 선물하다!

[더프리뷰=서울] 장승헌 공연기획자 = 대한민국의 가을은 정말 축복 받아 마땅하다. 사계절의 날씨와 온도차가 분명해 다양한 꽃들이 피고 지고, 피고 지고... 해서 이 계절은 지천에 핀 꽃들과 푸르도록 시린 높고 청명한 하늘빛에 우리들을 자꾸만 쳐다보게 만든다. 게다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기온과 넉넉한 수확의 들녘 분위기까지. 저마다 좋아하는 계절이 모두 같을 수야 없지만. 적어도 필자는 점차 짧아지는 ‘가을 풍경’을 가장 사랑한다고 단언한다. 특히 전통적 장마철이 아닌 동남아 기후처럼 ‘우기’로 변하는 여름시즌에 너무나 지쳐버린 이유가 또 한 몫 거들기 충분한 핑계이기도 하다.

가을, 야외 축제를 포함한 대한민국 전체에 가을 축제들이 봇물처럼, 아니 폭포수처럼 쏟아 내리고 있는 이즈음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움츠리고 대면조차 하기 힘든 시간을 보낸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축제라는 ‘비상구’ 혹은 ‘해방구’로 고궁과 길거리, 산과 둘레길 그리고 공연장으로 삼삼오오 집단최면에 걸린 듯 조금은 환각적 흥분까지 드러내 보이는 모습들이 주변에서 자주 목도되기에 이른다. 이 풍요로운 가을 시즌, 곳곳에서 개최되는 공연예술축제와 행사, 그리고 심포지엄과 다채로운 볼거리들이 60첩 반상처럼 차려진 산해진미 속, 과연 제일 먼저 어떤 음식을 골라야 하는지 행복하지만 가혹한(?) 현실에 필자 역시 직면하게 되고 말았다. 그만큼 공급과 수요의 경제논리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무차별 ‘과잉공급’의 현실이 무척 우려스럽기만 하다.

이런 현실 속,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가 3년 만에 본격적인 대면공연으로 조심스레 제25회 축제를 마련했다. 팬데믹을 계기로 춤의 본질에 대한 성찰의 필요성을 상기시키고 몸의 진정성과 춤 본연의 가치를 고려한 작품들을 무대에 올려 무용계는 물론 세간의 눈길을 모았다. 이 축제의 초기 몇 년 동안 축제부장으로 참여했던 필자도 그간 이 축제를 통해 컨템퍼러리 댄스의 세계적 추세와 흐름, 아울러 지구촌 곳곳에서 날아온 독창성 있는 춤 공연들을 보면서 ‘춤 세계여행’을 다녀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제25회 서울세계무용축제 포스터 (사진제공=서울세계무용축제)
제25회 서울세계무용축제 포스터 (사진제공=서울세계무용축제)

금년 시댄스는 9월 14일부터 10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과 서강대 메리홀, 서울남산국악당, 그리고 상암동 문화비축기지 등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국제협업 프로그램으로 오랜만에 관객들과의 전면적인 대면 행사로 진행되었다. 해서 그간 일상에 지쳤던 춤 애호가들의 발걸음을 공연장으로 불러 모았다. 9개국 총 34편의 귀중한, 아울러 일반 관객층들이 자주 접하지 못했던 이른바 ‘춤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넉넉한 풍경이 펼쳐졌다. ‘춤에게 바치는 춤들’ 주제로 열린 이번 축제에서 만난 여러 예술가들의 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필자는 지난 30 여 년 동안 수많은 무용가들과 만남을 가져왔지만, 이들 중 이번 축제를 통해 확인한 오롯 특별한 인연을 되돌아보고 싶다. 다사다난한 만남 속에서 흐릿해진 나의 기억창고, 그 안에 들어있는 추억들을 잠시 소환해 보려 한다.

 

장유경 선살풀이춤 (사진제공=서울세계무용축제)
장유경 선살풀이춤 (사진제공=서울세계무용축제)

장유경(한국무용가, 장유경무용단 예술감독)

그녀는 필자와 같은 대학 출신의 한국무용가이다. 대구 출신인 장유경 선생은 어린 시절 어머님 손에 이끌려 대구무형문화재(제9호) 살풀이 예능보유자 권명화 선생 문하생으로 춤에 입문했다. 경북여고 무용반에서 기본기를 닦고 안무의 소양을 쌓으며 향후 예술가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 나갈 목표와 진로를 정하게 된다. 청소년 시절부터 미래를 예상한 가족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경희대 무용학과에 진학, 취봉 김백봉(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교수의 가르침을 받으며 수많은 해외공연과 국내공연 및 행사에서 늘 중심에 서 왔다. 타고난 신체조건과 활달한 남성적 에너지를 담은 <북춤>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힘차게 울렸다.

특히 86 아시안게임 개막식, 88 서울올림픽 개막식(화관무), 대규모 매스게임에도 참가하는 등 대학과 동 대학원 생활을 통해 안제승, 김백봉 교수로부터 신뢰를 받으며 6년 동안의 서울 유학생활을 마쳤다. 곧바로 고향인 대구 계명대학교 무용학과 전임강사로 임용되어 일찍부터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다. 무려 35년 넘게 무용과 교수로 수많은 공연과 행사 및 지역축제의 수장으로 활동하며 영남춤의 맥을 오롯이 지켜 오면서, 마음이 부자이고 손이 큰 넉넉한 배포를 가진 ‘넘사벽 예술가’로 자리매김해 왔다. 금년 8월 31일 정년퇴임을 맞으며 자신의 춤길에 하나의 마침표를 찍기에 이르렀다.

지역 대학 무용학과의 폐과 조처와 무용인구의 자연감소로 인해 더더욱 힘들어진 지역의 사학 운영방침에 대처하며 제자들을 양성하는 그녀 특유의 리더십과 업무처리, 의사결정 방식은 참으로 담백하고 무엇보다도 사심이 없다는 점에서 귀감이 될 만하다. 장유경 선생은 인문학은 물론, 다양한 학문에 대한 관심과 함께 지역 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소리 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수많은 제자 양성은 물론, 장유경무용단을 이끌고 대구 경북을 넘어 서울 무대에까지 매년 다채로운 개성의 한국창작춤을 펼쳐 보였다. 그녀의 작품들에 대해 평단은 물론, 일반 관객들로부터 엄지 척으로 그녀만의 아우라와 존재감 남다른 한국창작춤의 장인정신을 인정받으며 박수갈채를 받아 왔다.

한편, 교단에서는 제자들에게 남다른 애정으로 가르치면서 넓고 다양한 컨템퍼러리 창작춤 제작에 매진했고, 외국에서 열리는 단기 무용연수 프로그램 수업에 지속적으로 참가, 수업을 받기도 하고 자신의 춤 방법론을 전수하기도 했다. 그러고는 금년 여름, 8월 31일 자로 계명대학교 무용학과 교수로서 37년 재직 기록을 남기고 정년퇴임을 했다. 그동안 김용철, 김현태, 김순주, 편봉화, 서상재, 이종희, 강정환 등 많은 대구 지역 무용계 인재를 배출해낸 바 있다. 지역 대학과 지역 무용계의 어려운 환경에서 든든한 버팀목 노릇을 하면서 변화무쌍한 무대를 통해 예술가로서 보여준 쉼 없는 노력과 열정과 실천정신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별신 © 옥상훈
별신 © 옥상훈

올해 2022년만 해도 한국현대춤협회의 대표 축제인 현대춤작가 12인전에 출연, <立- 입소리에 춤을 얹다>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명창 김소희 선생의 구음에 무릇 그녀만의 내공이 담긴 컨템퍼러리 한국춤의 분위기와 선 굵은 춤사위를 통해 ‘맺고 푸는 영남춤의 호방함‘과 무심한 듯 툭 툭 떨어지는 손목사위와 어깻짓, 무대를 크게 도는 단단한 내공으로 한 순간 객석에 마력의 미소를 투척했다. 시종일관 집중력, 천상춤꾼의 묵직한 울림이었다. 연이어 지난 2020년 초연했던 대구시립국악단 객원안무작 <별신>은 대구문화예술회관 레퍼토리 공연으로 연속 세 차례나 앙코르 무대를 올리기도 했다.

또 지난해 초연된 <사초>는 대구문화재단의 ’대구 브랜드 공연 지원‘을 받아 대구 역사를 담은 창작춤이다. 올해 다시 레퍼토리 공연으로 선정돼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서 성황리에 재공연을 마쳤다. 이 외에도 M극장에서 올린 <춘풍화무>에 이르기까지 정년퇴임을 전후한 상황에도 아랑곳없이 정열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대부분 퇴임 후에는 문화예술기관 수장 등 사회적 명예를 추구하면서 현장에서는 한발 물러서는 것이 일반적 분위기이지만 장유경 선생은 당분간 명예교수로 강의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한다.

 

푸너리 © 옥상훈
푸너리 1.5 © 옥상훈

아울러 이번 가을 제 25회 서울세계무용축제의 특별기획 <한국의 춤-전통춤 마켓>(서울남산국악당) ‘명무에서 신(新)명무로’ 무대를 통해 자신이 직접 안무한 <선 살풀이>로 카리스마 넘치는 신 전통춤을 펼쳐보였다. 그 오랜 시간, 만만치 않은 정중동 미학의 전통춤 내공으로 다져진 존재감을 무대공간을 크게 사용하며 뽐냈다. 조금은 다른 그녀의 춤 풍경에 객석으로부터 박수갈채와 환호와 찬사가 터져나왔다. 그간 <새벽, 광야에 서서> <쪽, 네 개의 시선> <해바라기가 있는 풍경> <푸너리> <푸너리 1.5> <시인의 강> <겨울 나그네> <별신> <사초> 등 춤 작업 목록이 안무가 장유경 선생의 대표 안무작으로 손꼽힌다.

그녀의 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윤정
김윤정 (사진제공=YJK Dance Project)

김윤정(재독안무가, YJK Dance Project 예술감독)

그녀와의 만남은 정확하게 지난 1993년 12월 30일 독일 중서부 지역에 소재한 보쿰대학에서 언론학 전공으로 유학을 하고 있던 후배의 2층 다락방에서 조금은 서툰 모습으로 이루어졌다.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융 관점에서 본 철학에 근거한 피나 바우쉬의 작품세계>란 논문으로 석사과정을 마치고 곧장 독일 뒤셀도르프로 유학을 떠났던 그녀. 피나 바우쉬 부퍼탈 탄츠테아터 오디션에 응시하기도 하고, 그녀의 춤의 철학과 예술적 상상력을 제대로 학습하고자 독일어 학원에도 열심히 다녔다. 통독 이후 지형도가 확장된 여러 도시 중 유일하게 탄츠하우스가 있는, 매년 유럽에서 ‘살기 좋은 도시’ 선두권에 뽑히는 뒤셀도르프 외곽에 주거를 정했다.

잠시 머물렀던 보쿰에서 그저 담담하게 인사를 나누고 커피 한잔하며 소소한 주변 얘기를 나눈 필자는 다음날인 12월 31일 오전 목적지 베를린으로 떠났다. 그리고 베를린 생활 2개월을 마치고 뒤셀도르프에서 1개월, 총 3개월 체류하는 동안 매일 저녁, 그동안 서울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마법에 걸린 듯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김윤정, 그리고 후배와 함께했다. 이미 베를린 체류 중에도 격주로 나들이를 계속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에 소재한 부퍼탈이라는 도시, 산악지형으로 45만 인구의 작은 도시. 피나 바우쉬 부퍼탈 탄츠테아터 무대에서 쏟아내는 다국적 무용수들의 저마다 개성에 기꺼이 덕질(?)을 하기 시작했음을 이제야 고백한다. 어쩌다 피나와 인터뷰를 하게 되어, 귀국 후 곧바로 월간 <객석> 4월호에 기사가 게재되기도 했다.

 

김윤정 'inter-View 1.5' © 옥상훈
김윤정 'inter-View 1.5' © 옥상훈

필자는 1994년 귀국 이후 이러저러한 소소한 사건(?)을 빌미로 이듬해인 1995년, 대책 없이 독일로 1년 연수를 떠나야겠다는 엉뚱한 생각으로 잘 다니던 국립극장 기획홍보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러고는 국내 최초 무용전문기획사 공연기획 MCT라는 작은 사무실을 차리고 대표라는 명함을 갖기에 이른다. 해서 이듬해부터는 거의 매년 독일을 방문하면서 김윤정의 가족들과 어울렸다. 게다가 프로페셔널 발레리나 출신이자 안무가로, 발레 지도자로 활동 중인 허용순 씨와의 만남까지 이어져, 이들 두 사람과는 지금까지도 ’또 하나의 가족‘으로서 가까운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김윤정은 뒤셀도르프에 인접한 네덜란드 아른험 안무학교(EDDC)해 입학해 자신의 예술가로서의 운명을 한 순간 바꿀 만치 대단한 스승들과 만나게 된다. 특히 아트 하우헤라는 특별한 예술적 대가의 모든 가르침을 뼛속 깊숙하게 받아들였다. 작은 작품 안무 작업에도 기꺼이 다가와 조언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오랜 경험에서 습득한 인문학적 소양과 철학, 그리고 공연예술의 이론과 예술적 감성과 깊이를 제자 김윤정에게 고스란히 전해 주며 평생의 스승으로 자리매김했다. 해서 나중에 자신의 모교에 초빙교수로 발탁되어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등 춤 교육자로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안타깝게도 스승인 아트 하우헤는 러시아에서 팬데믹 시기, 건강악화로 지난 해 별세 소식이 전해졌다. 그에 관한 김윤정의 글이 <더프리뷰>에 실린 바 있다.

 

© 옥상훈
김윤정 'inter-View 1.5' © 옥상훈

그녀의 예술인생에 또 한 명의 귀인이 있다. 이미 한국에도 얼굴이 잘 알려진 의사 출신 예술행정가 베르트람 뮐러의 전폭적 지지 아래 김윤정은 자신의 독창적인 작품 발표와 주변의 개성 강한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안무가로서의 위치를 단단하게 굳혀 나갔다. 그 결과 독일 NRW주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뉴욕으로 연수를 떠나 스즈키 메소드와 뷰 포인트를 공부, 또 한 단계 자신 작품 세계에 변곡점을 만들었다. 유연한 신체 움직임과 마르고 균형 잡힌 몸매, 작품 주제에 따라 인문학적 학습과 스태프들과의 협의를 통해 제작과정을 진전시키는 자세, 그리고 특유의 친화적인 자세로 인접 예술가들에게도 뮤즈로 인정 받아왔다. 아울러 동양인 특유의 감성과 예민한 감각, 그리고 연극적 서사에 따른 독창성을 장착한 안무가로 인식되기에 이르렀고, 탄츠하우스 예술감독 베르트람 뮐러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뒤셀도르프 지역 대표 안무가로 성장하고 있었다.

몇 년 후인 1998년,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본격적 국제교류를 근간으로 선진국의 다양한 컨템퍼러리 춤을 초청해 세계적인 단체들의 대표작을 선보이는 가을 시즌 축제의 출범이 이루어졌다. 그때까지 보지 못한 수준과 규모의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가 그해 가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토월극장, 그리고 자유소극장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3주일 이상 펼쳐졌다. 이때 자유소극장에서 김윤정은 <이별그림>을 통해 이른 나이에 애통하게 세상을 떠난 동생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프랑스 유학에서 돌아와 걸출한 신인 연극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동생과 함께 지낸 수많은 시간과 공간을... 공연 내내 너무도 처연하고 세심한 감정선을 유지, 개인적 사연을 전혀 모르는 관객들까지 눈물을 흘리는 먹먹한 풍경이 펼쳐졌다. 그 해 축제에서 단연 화제를 불러 모으며 이 작품은 여러 차례 다른 곳에서 재공연되었다. 먼저 떠난 연극배우 동생에의 헌무는 완성도 높은 탄츠테아터 형식으로 객석에 감성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당시 시댄스 세미나 참석차 와있던 독일의 저명 평론가 요헨 슈미트의 눈에 띄어 이후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사과는 왜 까먹었습니까? (사진제공=JYK)
그런데 사과는 왜 까먹었습니까? (사진제공=YJK Dance Project)

그로부터 무려 24년이 흐른 금년 9월 30일, 서울세계무용축제에 다시 초청되어 제 1회 축제에서 <이별그림>을 공연했던 같은 공간에서 다시 <인터뷰 1..5>를 무대에 올리게 된 것이다. 특별히 이번 공연에는 어느새 청년으로 성장, 베를린에서 음악 활동을 하는 아들 유진 군이 작곡한 음악과 김태근의 조율을 배경으로 20분 솔로 춤을 선보이며 관심을 모았다. 김윤정 안무가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주민등록증을 소지한 채 오랜 시간 서울과 독일을 오가며 YJK Dance Project의 이름으로 <도둑맞은 꿈> <미친 키스> <8 Days> <닻을 내리다(피터를 위한)> <베케트의 방> <울프> <문 위크> <완벽한 사랑> <미팅 유> <애플:그런데 사과는 왜 까먹었습니까> <인터뷰> 시리즈 등 수작들을 차곡차곡 발표해 평단과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녀의 작품주제와 표현방식 그리고 무대풍경은 조금 특별하다. 시류에 흔들리지 않으며 좀처럼 보기 힘든 제스처와 표정, 소리 등 연극적 움직임과 이야기를 적절하게 춤과 엮어내는 구성력과 서사를 이끌어가는 ’김윤정 표 스타일‘의 독창적 탄츠테아터적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다. 이른바 예술성과 대중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하면 필자의 지나친 찬사일까? 하여 여러 차례 작품상 수상으로 작가주의 안무가로 인지도를 높여 왔다. 근래에는 무용계를 넘어 연극계 등 문화예술 애호가들의 탄탄한 팬덤문화까지 촉발시키며 관객 저변확대에 공헌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평소 책 읽고 글쓰기를 좋아해 인터넷 문화예술매체인 <더프리뷰>에 연재하고 있는 <펜으로 쓰는 춤> 칼럼 23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 출판기획자의 눈에 띄어 현재 서적 출판계약까지 마치고 출간을 준비 중이다. 지난 3년여 팬데믹 속에서도 항상 긍정적 에너지와 정신적 사치(?)를 지향하며 문화집시 혹은 춤 유목민처럼 전 세계를 여행하며 쓴 글들은 읽을 때마다 느낌이 깊다. 여러 문화를 접하면서 특유의 감성으로 ’다름‘에 대한 사유와 배려, 그리고 다정다감하게 세계시민의 삶을 체험중인 그녀의 다음 작품과 칼럼의 주제 및 내용이 몹시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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