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오페라단이 올리는 또 하나의 대작 ‘라 트라비아타’
솔오페라단이 올리는 또 하나의 대작 ‘라 트라비아타’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2.11.27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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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포스터 (사진제공=솔오페라단)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포스터 (사진제공=솔오페라단)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솔오페라단(단장 이소영)이 12월 9일(금)부터 11일(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주세페 베르디의 <La Traviata 라 트라비아타>를 올린다. <라 트라비아타>는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동백꽃 여인>을 원작으로 한 3막물로 베르디의 작품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이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해 관객들의 마음을 쉽게 사로잡는 작품이지만 많이 공연되는 만큼 식상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귀족과 사교계 여인의 사랑이라는 스토리에 갇혀 항상 무대 디자인에 한계도 있었다.

솔오페라단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제작팀과 함께 다각적인 방법을 연구, 이제까지 볼 수 없던 전혀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 냈다고 자부하고 있다. 장르를 넘나들며 감각적인 연출로 호평받고 있는 연출가 안경모와 신선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늘 주목받는 무대 디자이너 김대한이 만나 시공간을 초월한 현대적인 테크아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테크아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조명인데, 조명은 서울연극제 무대예술상을 수상한 김영빈이 맡아 공연의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비디오맵핑, 미디어파사드 등 비주얼아트는 윤민철이 맡는다.

지휘자 프란체스코 옴마씨니(Francesco Ommassini) (사진제공=솔오페라단)
지휘자 프란체스코 옴마씨니(Francesco Ommassini) (사진제공=솔오페라단)

지휘자 프란체스코 옴마씨니와 세계적인 출연진이 선사하는 감동의 대서사시

연출가 안경모와 호흡을 맞춰 이번 공연을 이끌어갈 지휘자는 현재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Arena di Verona)의 레지던트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프란체스코 옴마씨니(Francesco Ommassini)다. 옴마씨니는 베네치아 국립음악원에서 바이올린과 작곡을 전공한 후 빈 국립음악원과 시에나 키자나(Chigiana) 아카데미, 피에솔레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졸업 후 베를린필하모닉극장, 빈 무직페라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뉴욕 링컨센터,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적인 극장에서 연주가로서 경력을 쌓았다. 1996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페라극장 중 하나인 아레나 디 베로나 재단 오케스트라의 수석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며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지휘자의 꿈을 키워 2011년 베로나 필하모닉 극장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데뷔했다. 2014-2019년 베네토 주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역임했으며 오페라와 함께 교향곡 레퍼토리에서도 탁월함을 과시하는 뛰어난 지휘자이다.

주역들의 프로필도 화려하다. 여주인공 비올레타는 바이로이트 국립극장, 아레나 디 베로나, 리세우극장, 파리국립오페라 등 세계 최고의 극장들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정상급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질다 퓨메(Gilda Fiume, 이탈리아)가 맡았다. 세계적인 디바 마리엘라 데비아에게서 수학한 그녀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강렬한 음색, 세련되고 우아한 표현력, 거기에 탁월한 테크닉까지 더해져 스승을 능가하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 평가받고 있다.

알프레도 역은 제 2의 파바로티라 불리는 스페인 테너 세르히오 에스코바르(Sergio Escobar)가 맡는다. 역시 리세우극장, 암스테르담 국립오페라극장, 베를린 슈타츠오퍼, 레알 마드리드 극장 등 세계무대를 종횡무진하며 뛰어난 가창력과 흡인력으로 무대를 압도하는 세계적인 테너이다.

베를린 도이치오퍼, 라이프치히 오페라극장, 레알 마드리드, 볼로냐 코무날레극장 등 세계 주요 극장에서 활동하며 압도적 에너지와 견고한 목소리로 아메리카 대륙을 사로잡은 루카 그라시(Luca Grassi)가 제르몽 역을 맡아 열연할 예정이다. 또한 이탈리아 피아첸자 국립음악원을 졸업하고 치타 디 마젠타 국제콩쿠르 우승 등 다수의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김신혜, 중앙대학교 성악과를 마친 뒤 독일 칼스루에 국립음대 디플롬 및 최고 연주자과정 수석 졸업, 비오티 음악콩쿠르, 바르셀로나 국제콩쿠르, 코부르크 성악콩쿠르 등 다수의 대회에서 우승 및 입상한 김동원이 출연한다.

아울러 연세대학교 성악과 졸업, 이탈리아 파르마 국립음악원 수료, 파르마 코나티 아카데미 졸업, 베르디 국제콩쿠르 2등,  알카모 콩쿠르 및 키안티 국제콩쿠르 1등, 술모나 국제콩쿠르 2등, 스페인 아라갈 국제콩쿠르 및 빌바오 국제콩쿠르 입상 등의 경력을 지닌 박정민을 포함, 실력있는 성악가들을 캐스팅했다.

비올레타 역의 질다 퓨메(Gilda Fiume)의 ‘라 트라비아타’ 공연 장면 (사진제공=솔오페라단)
질다 퓨메(Gilda Fiume)의 ‘라 트라비아타’ 공연 장면 (사진제공=솔오페라단)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되는 주인공 비올레타

3막 4장으로 구성된 <라 트라비아타>는 화류계 여성인 여주인공 비올레타가 평범한 귀족 청년 알프레도와 사랑에 빠져 가난한 동거생활을 시작하지만 사회적 시선과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의 설득에 의해 헤어지게 되고, 그녀는 결국 결핵으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연출가 안경모는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끝내 비극적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통상적 모습의 비련의 여주인공을 다르게 해석하고자 한다. 그는 ‘자신을 버리고 욕망과 환락에 이끌려 비극적 죽음으로 내몰리는 비련의 여인’이 아닌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되는 여성’의 모습을 통해 동시대성을 그려내고자 한다. 물론 ‘사회적 약자로서 겪어야 할 아픔’ 그리고 ‘당시 상류사회의 방탕한 생활과 가족 이기주의’ 등도 내포되어 있지만 말이다.

소프라노 질다 퓨메(Gilda Fiume)의 ‘라 트라비아타’ 공연 장면 (사진제공=솔오페라단)
소프라노 질다 퓨메(Gilda Fiume)의 ‘라 트라비아타’ 공연 장면
(사진제공=솔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는 베르디 자신의 이야기?

사실 비올레타와 알프레도 간의 신분을 뛰어넘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라 트라비아타>는 베르디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진한 감동을 준다.

첫 아내 마르게리타 베리치와 세 아이를 잃은 후 힘든 시간을 보내던 베르디는 한동안 좌절을 겪다가 <나부코>에서 큰 명성을 얻게 된다. 뒤이어 발표한 작품들 역시 호평을 받으며 명성을 쌓아갔다. 그러던 중 <나부코> 초연에서 자신이 캐스팅했던 주세피나 스트레포니와 사랑에 빠져 동거에 들어갔지만 그들의 동거를 곱게 보지 않던 당시 사회의 통념 때문에 그들이 정식으로 결혼하기까지는 무려 11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이 기간 알렉상드르 뒤마 퓌스의 자전적 소설 <동백꽃 여인>이 큰 성공을 거두었고, 신분 차이와 사회적 통념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이뤄지지 못한 소설의 내용이 자신의 상황과 너무도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 베르디는 이 소설을 오페라화하기로 결심한다.

<라 트라비아타>는 1853년 3월 6일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하게 된다. 초연은 처참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 결국 오늘날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오페라가 되었다. 이는 이탈리아 오페라 특유의 성악적인 선율미를 풍부하게 담고 있으면서도 오페라로서의 극적인 효과를 소홀히 하지 않은 베르디의 탁월한 능력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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