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지역축제를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는 일주일의 여행
[참관기] 지역축제를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는 일주일의 여행
  • 권효원 무용가
  • 승인 2022.12.1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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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무용축제 ‘2022 무용여행舞游韩国’

[더프리뷰=대구] 권효원 안무가 = 매년 여름(8월)과 겨울(2월), 대구에서는 의미 있는 무용 축제가 열린다. 벌써 제 8회를 맞은 ‘무용여행舞游韩国’(예술감독 강정환, 기획/연출 리페이, 주최/주관 운수좋은무용단)이다. 워크숍과 공연이 함께 열리는 무용축제이며, 남다른 점은 한국-중국 두 나라 무용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2019년 시작한 이 축제는 팬데믹의 영향으로 중국인들의 참가가 주춤했지만, 이번(지난 8월)에는 국내 거주 중국인 유학생들이 적극 참가하면서 두 나라 무용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라는 명분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공연과 워크숍이 동반하는 축제는 대부분 공연이 주 프로그램이고 공연에 참가하는 공연팀의 워크숍을 일부 개최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무용여행은 다양한 장르의 클래스가 일주일 동안 꽉 채워진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회 장르를 달리하여 클래스를 통한 작품 창작도 함께한다.

축제는 단발성 워크숍이 아닌 전체 프로그램을 함께해야 워크숍 공연까지 모두 함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지만 운영 차원에서 개별수업 신청도 가능하도록 진행되었다. 워크숍은 가가 클래스, 한국무용(전통-부채춤), 발레, 중국무용, 현대무용, 작품 제작 워크숍(한국무용 창작)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공연은 올해 두 개의 프로그램(초청작과 공모작)으로 공연되었다.

현대무용(조혜원) 워크숍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현대무용(조혜원) 워크숍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워크숍은 총 9개 클래스가 닷새 동안 매일 3개 클래스 씩 진행되었다(8월 1일-5일, 대구공연예술연습공간 대연습실).

가가 클래스를 진행한 이현정 무용가는 한국인 최초로 가가 무브먼트(Gaga Movement) 공인 지도자 자격을 취득했다. 가가는 이스라엘의 유명한 무용가 오하드 나하린(Ohad Naharin)에 의해 개발된 독특한 신체훈련법으로 이현정 무용가는 참가자들이 가가를 처음 접했을 때는 생소해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몰입해 워크숍을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현대무용(이승대) 워크숍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현대무용(이승대) 워크숍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또한 무용여행에서는 4개의 현대무용 클래스(강사: 김인회, 이승대, 조혜원, 하지혜)가 진행되었다. 다양한 장르로 진행되는 무용여행의 워크숍 프로그램에서 현대무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편성되어 보였으나 강사들은 각자의 춤 배경에서 비롯된 즉흥 워크와 테크닉 워크로 수업을 진행, 참가자들이 다양한 스타일의 동시대 춤을 접할 수 있게 했다.

한국무용(이종희) 워크숍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한국무용(이종희) 워크숍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한국무용(이종희) 워크숍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발레(최미레) 워크숍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중국무용(MA Chang Sheng) 워크숍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중국무용(MA Chang Sheng) 워크숍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그리고 한국무용가 이종희의 부채춤, 국립발레단 단원인 최미레의 발레, 중국인 무용가 마창솅(MA Chang Sheng)의 중국무용 워크숍이 진행되었고, 한국무용가 엄선민의 한국무용 창작춤 워크숍을 통해 제작한 작품을 무용여행 일정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공연했다.

닷새 동안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6시에 마치는 워크숍 프로그램에 마지막 클래스까지 지칠 만도 했을텐데, 놀라운 체력으로 끝까지 즐기는 워크숍 참가자들을 보면서 이 축제가 지속되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혜 ‘Nobody knows’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하지혜 ‘Nobody knows’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공연은 이틀에 걸쳐 워크숍의 마지막 날과 다음날 초청 안무가 공연과 젊은 안무가 공모 공연으로 진행되었다(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 8월 5일 20시, 6일 19시).

이틀 중 첫날은 초청 안무가의 공연이었으며 워크숍을 진행했던 세 무용가의 작품으로 하지혜(현대무용)의 <Nobody Knows>, 마창솅(중국무용)의 <화풍을 떨치다>, 조혜원(현대무용)의 <On The Edge>가 공연되었다. 워크숍 강사들이 직접 안무하고 출연하는 작품을 관람하는 것은 클래스의 제한된 시간 안에 미처 다 전수 받을 수 없는 그들의 춤에 대한 세계관을 무대 작품을 통해 경험할 수 있기에 워크숍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었다.

마창솅(MA Chang Sheng) ‘화풍을 펼치다’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마창솅(MA Chang Sheng) ‘화풍을 펼치다’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조혜원 ‘On The Edge’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조혜원 ‘On The Edge’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이튿날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8개 작품과 워크숍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 공연되었다.

무대 중앙에 다리가 길고 폭이 좁은 테이블에 서서 테이블을 활용해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듯한 절제된 움직임의 독무를 보였던 배효원의 <결정>, 한없이 춤추고 싶은 마음을 욕망에 빗대어 여성 4인무로 풀어낸 김예원의 <꿈꾸는 바보들>, 너슬 부채로 그림 같은 춤을 추는 중국 민족춤인 류빈유에(LIU BinYue)의 <선무단청>, 여성만이 느낄 수 있는 PMS기간, 호르몬의 변화를 여성 7인의 움직임으로 표현한 류음비의 <PMS: Personal mens struggle>, 긍정의 모순에 대한 사유를 담은 양이치에(Yang Yi Chieh)-박지윤 공동안무 및 출연작인 <올려보고 하늘이 아니다>, 아름다운 삶을 꽃이 핀 모습으로 표현한 중국 소수민족 춤인 이미령의 <꽃이 만개>, 선택에 앞서 즐기자는 메시지를 담은 김민지의 <____의 기로>, 채워지고(유) 비워지는(무) 과정을 ‘차’를 공양하는 과정의 순환에 은유해 풀어낸 윤민정의 <0多(공다)>가 공모작으로 공연되었다. 갓 작품활동을 시작한 젊은 안무가들의 동향을 알 수 있었으며 이 축제가 아니라면 보기 힘든 중국의 민속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짧은 시간 워크숍을 통해 만들어진, 무용수 개개인의 개성과 한국춤을 접목해 유쾌하게 풀어낸 엄선민 안무의 <그대, ’평‘안 한가요?>가 공연되며 축제의 막을 내렸다.

조혜원 ‘On The Edge’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배효원 ‘결정’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류빈유에(LIU BinYue) ‘선무단청’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류빈유에(LIU BinYue) ‘선무단청’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류음비 ‘PMS: Personal mens struggle’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류음비 ‘PMS: Personal mens struggle’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윤민정 ‘0多(공다)’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윤민정 ‘0多(공다)’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8회를 맞은 이 축제의 강정환 예술감독은 상대적으로 무대에 설 기회가 적은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기회를 만들고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문화와 춤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축제를 열고 있다고 말한다.

필자도 이전 무용여행에서 워크숍 강사로 참여한 적이 있지만 타자의 입장에서 일주일 동안 워크숍에 참관하고 공연을 관람하면서 알 수 없는 이질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이런 형식의 축제가 처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워크숍은 곧 수업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아직까지는 참가자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이었는데 발레 클래스의 경우는 현역 무용수와 일반인이 개별 신청해 참가했다. 이는 앞으로 더 다양한 사람들이 무용여행에 참여할 수 있으리라는 고무적인 인상으로 남았다.

워크숍 둘째날 점심식사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워크숍 둘째날 점심식사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그리고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전 클래스를 마치고 모두 함께 연습실 근처 시장으로 이동해 점심 식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연습실 주변에 식당이 많지 않고 재래시장이 있어 시장 안의 작은 식당에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다시 오후 클래스에 참가했는데 20대 중국인 무용인들이 일반적으로 접하기는 힘든, 이른바 로컬 문화를 경험한다는 점에서 이 축제의 이름이 ‘무용여행’이라는 것이 적합해 보였다.

일주일 동안 함께 춤추는 이들과 나이와 국적에 상관없이 서로의 문화와 춤으로 소통하는 것, 일주일이 짧다고 느껴졌다. 축제를 참관하면서 이런 ‘문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고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현대무용가로서 중국의 문화나 춤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가질 기회도 없었는데 축제를 통해 조금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이 축제가 계속 발전해 대구의 대표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무용여행’이 되길 기대한다.

공연 후 단체 기념촬영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공연 후 단체 기념촬영 (사진제공=운수좋은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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