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예술사회학자 이라영의 ‘말을 부수는 말’
[신간] 예술사회학자 이라영의 ‘말을 부수는 말’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3.02.0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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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부수는 말’ 표지 (사진제공=한겨레출판)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폭력의 진부함>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의 저자인 예술사회학자 이라영의 신간 <말을 부수는 말>이 나왔다. 한겨레출판.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무엇을 들어야 하는가

혐오의 언어는 언제나 빠른 속도로 퍼져 너무나 쉽게 자리 잡는다. 그에 비하면 ‘저항의 언어’는 늘 순탄치 못하다. 혐오의 말에 맞서는 저항의 말은, 말이 가리키는 대상 또는 현상을 편견과 혐오, 차별 없이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탄생한다. 하지만 이런 ‘정확한 말’을 향한 노력은 그저 ‘아는 척’ ‘똑똑한 척’ ‘엘리트의 대중을 향한 무시’ 정도로 치부돼 버린다. 그렇게 정제된 언어, 구색을 갖춘 언어는 ‘잘난 척’ 취급을 받으면서 마땅한 자리를 잃어간다. 그만큼 혐오는 몸집을 불린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말해야 하며 무엇을 들어야 하는가. 이라영은 <말을 부수는 말>을 통해 ‘권력의 말’과 ‘저항의 말’을 분석하고, 권력의 영향 아래 왜곡되고 조장돼 온 표현들의 실체를 폭로한다.

고통부터 아름다움까지, 우리 삶을 이루는 21개의 화두

<말을 부수는 말>은 ‘고통’에서 시작해 ‘아름다움’으로 끝맺는, 총 21개의 화두가 꼬리를 물듯 이어진 거대한 ‘화두의 지도’로 이뤄져 있다. ‘고통 → 노동 → 시간 → 나이 듦’까지는 권력이 빼앗아 간 개개인의 가치들을 이야기한다. ‘색깔 → 억울함 → 망언 → 증언 → 광주/여성/증언 → 세대’로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권력이 조직화, 정치화하는 과정을 다룬다. 또 ‘인권 → 퀴어 → 혐오 → 여성 → 여성노동자 → 피해’ 부분에서는 권력이 얼마나 잔혹하게 인권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폭로한다. 마지막 ‘동물 → 몸 → 지방 → 권력 → 아름다움’을 통해서는 이 책이 설파하고자 하는 근원적 감수성이라 할 수 있는 ‘분배와 돌봄의 감수성’을 말한다.

“고통을 통과한 언어가 아름다움을 운반하기를”

이라영에 따르면 차별과 혐오의 언어는 항상 상스럽게만 들리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꽤 그럴듯하게” 들리기에 우리는 “정확하게 보려는 것, 정확하게 인식하려는 것, 권력이 정해준 언어에 의구심을 품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삶 속에 있는 ‘권력의 말’과 ‘저항의 말’, 그 실체를 밝히는 '말을 부수는 말'은 우리 사회에 평등하고 정확한 언어를 돌려주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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