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게 확장되는 초현실주의 한국무용 '더 룸'
유연하게 확장되는 초현실주의 한국무용 '더 룸'
  • 강민수 기자
  • 승인 2023.02.1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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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적인 미장센으로 완성한 초현실주의 무용
국립무용단 더룸 포스터 (사진제공=국립극장)
국립무용단 '더 룸' 포스터 (사진제공=국립무용단)

[더프리뷰=서울] 강민수 기자 = 국립무용단이 2018년 초연작<더 룸>을 3월 2일(목)부터 4일(토)까지 달오름극장에 다시 올린다. 초연 당시 99.5%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작품이다. 현대무용가 김설진의 안무·연출로 완성한 <더 룸>은 기존 국립무용단 작품과 차별화된 독특한 미장센, 상상 속에나 있을 법한 진기한 장면들을 무대에 구현해 ‘초현실주의의 성찬’이라 평가받았다.

김설진은 세계적 수준의 벨기에 피핑 톰 무용단에서 활동한 현대무용가다. 독보적인 춤 실력을 갖춘 무용수이자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드는 배우이며, 독창적인 연출법으로 주목받는 안무가이기도 하다. 김설진이 오랜 기간 흥미를 느껴온 ‘방’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더  룸>은 여러 사람에 의해 공유되는 방과 그곳에 남은 기억을 소재로 한다. 김설진은 무용수들의 에피소드를 채집, 영민하게 배합해 콜라주처럼 방을 채우면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독특한 미감을 선보였다. 또한 국립무용단의 연기와 무용의 경계를 넘나드는 몸짓은 일상적 동작처럼 보이지만, 전통 춤사위의 호흡이 진하게 녹아있어 한국무용의 유연함과 확장 가능성을 증명한다.

베테랑 단원 김현숙부터 막내 최호종까지 국립무용단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 8명의 무용수가 안무가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작품의 메인 콘셉트를 비롯해 다양한 장면 구성에 이르기까지 작품 전반을 함께 설계했다. 록, 블루스 등 일상적인 음악이 흘러나오는 방을 배경으로 무용수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몸짓으로 풀어낸다. 친숙하면서도 과장된 극적인 연출은 일그러진 우리 삶의 단면을 형상화한 한 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안무가 김설진은 “무용수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개개인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품인 만큼, 초연 출연진 모두가 합류한다”라며 “5년 전 방에 존재했던 인물들의 달라진 모습도 담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 편의 영화 같은 감각적 미장센을 완성한 창작진도 주목할 만하다. 제2의 무용수처럼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표정을 달리하는 ‘방’은 무대 디자이너 정승호가 완성했다. 음악감독은 김설진과 오래 호흡을 맞춰온 국악뮤지컬집단 타루의 대표 정종임이 맡았다. 여러 이야기가 산재하는 방에 접속할 단서가 되는 음악은 빠른 몰입과 전환을 돕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 무대에서 녹음한 현장 사운드를 재편집, 활용함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하나의 공간에 공존하며 '방이 품은 다면적 기억’이란 콘셉트를 한층 더 강조할 예정이다.

의상은 연극·뮤지컬·오페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최원 디자이너가 맡아 8명의 캐릭터를 세심하게 그렸다. 방이라는 개인적 공간에서 각자의 고독과 절망을 마주하고 서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더 룸>은 코로나19라는 예측 불가능한 위기를 지나온 우리에게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온다.

관객을 위한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2월 22일(수)에는 연습실에서 주요 장면을 미리 감상할 수 있는 오픈 리허설이 진행되며, 3월 4일(토) 공연 후에는 안무가와 전 출연진이 해석을 함께 공유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준비된다.

국립무용단 더룸 (사진제공=국립극장)
국립무용단 '더 룸' (사진제공=국립무용단)
국립무용단 더룸 (사진제공=국립극장)
국립무용단 '더 룸' (사진제공=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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