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오페라 발레, 30년만에 내한공연
파리 오페라 발레, 30년만에 내한공연
  • 강민수 기자
  • 승인 2023.02.17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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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아트센터 초청 '지젤' 공연
파리 오페라 발레 '지젤' (사진제공=LG아트센터)
파리 오페라 발레 '지젤' (사진제공=LG아트센터)

[더프리뷰=서울] 강민수 기자 = 1669년 창단된 세계 최고(最古)의 발레단이자 최정상급 기량과 명성을 자랑하는 파리 오페라 발레가 30년 만에 내한, <지젤 Giselle> 공연을 갖는다.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3월 3일(금)부터 4일(토)까지 2회 공연한 뒤,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8일(수)부터 11일(토)까지 5회 공연할 예정이다. 낭만발레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지젤>은 1841년 파리 오페라 발레에 의해 초연되었고, 약 18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발레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고전의 하나로 손꼽힌다.

이번 공연은 1993년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진 <지젤> 이후 30년 만에 이루어진 내한으로, 해외 투어가 많지 않은 파리 오페라 발레를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매우 드문 기회다. 현 예술 감독인 호세 마르티네스(José Martinez)와 무용수 70명을 포함, 총 120명이 내한하며 음악 연주는 국립발레단 등 국내외 주요 발레단의 공연에 함께해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담당한다.

발레의 역사를 써내려 온 전설의 발레단

파리 오페라 발레의 역사는 그 자체로 ‘발레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5세기 이탈리아에서 귀족들의 춤으로 시작된 발레는 ‘태양왕’ 루이 14세 시기에 극장예술로 정착된다.​ 루이 14세는 1669년 시인 피에르 페랭(Pierre Perrin)에게 프랑스어로 공연하는 오페라 아카데미 설립을 허가했고, 이 기관이 파리 오페라 발레의 뿌리가 된다. 발레단은 1713년 부설학교인 파리오페라무용학교(École de danse de l'Opéra national de Paris)를 설립, 발레단이 전문 무용수를 양성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최초로 만들었다.

파리 오페라 발레는 프랑스 대혁명 등 격동의 세월 속에서도 꾸준히 공연을 하며 350년의 역사를 기록해 왔다. 특히 20세기 들어 세르주 리파르(Serge Lifar), 루돌프 누레예프(Rudolf Nureyev) 등 탁월한 예술감독들의 지휘 아래 현대 세계발레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조지 발란신, 케네스 맥밀란, 모리스 베자르, 윌리엄 포사이드, 피나 바우쉬, 앙줄랭 프렐조카주, 웨인 맥그리거, 자샤 발츠 등 세계 무용계의 대표적 안무가들이 모두 파리 오페라 발레를 위한 작품을 만들었으며, 많은 작품이 지금도 발레단의 인기 레퍼토리로 남아 있다.

파리 오페라 발레 '지젤' (사진제공=LG아트센터)
파리 오페라 발레 '지젤'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세계인이 사랑하는 낭만발레의 걸작 <지젤>

장 코랄리(Jean Coralli)와 쥘 페로(Jules Perrot)가 안무하고 아돌프 아당(Adolphe Adam)이 음악을 만든 <지젤>은 낭만주의 시대가 배출한 걸작 발레로 평가받는다. 파리 오페라 발레가 1841년 6월 파리 르 펠티에 극장(Salle Le Peletier)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예술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며 발레단의 상징적인 작품이 되었다. 이후 <지젤>은 다양한 안무가에 의해 변주돼 왔는데, 이번에 선보일 <지젤>은 원작에 기초해 파트리스 바르(Patrice Bart)와 외젠 폴랴코프(Eugene Polyakov)가 1991년 재안무한 버전이다.

<지젤>은 당시 유럽에 널리 퍼져 있던, 배신당한 처녀의 유령 ‘빌리(Willy)’ 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 아름다운 시골 처녀 지젤은 마을 사람으로 변장한 귀족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지지만, 지젤을 짝사랑하던 마을 청년 힐라리온에 의해 알브레히트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슬픔 속에 죽게 된다. 지젤은 빌리가 되었지만 빌리들의 여왕 미르타가 알브레히트를 밤새도록 춤을 추어 죽게 하려 하자 그를 지켜준다.

​<지젤>은 무용수들의 테크닉을 극한까지 선보이는 고난도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연인의 배신을 깨닫고 실성해가는 지젤의 모습을 그린 1막의 ‘매드 씬’, 하얀 발레복을 입은 발레리나들이 펼치는 2막 ‘빌리들의 군무’는 단연 하이라이트로 손꼽힌다.

파리 오페라 발레 '지젤' (사진제공=LG아트센터)
파리 오페라 발레 '지젤' (사진제공=LG아트센터)
파리 오페라 발레 '지젤' (사진제공=LG아트센터)
파리 오페라 발레 '지젤' (사진제공=LG아트센터)

파리 오페라 발레의 별, 에투알 무용수들의 눈부신 기량

이번 공연에는 파리 오페라 발레의 가장 높은 등급으로, 프랑스어로 ’별’을 의미하는 ‘에투알’(étoile) 무용수 6명이 주역 지젤과 알브레히트로 출연한다. 파리 오페라 발레의 정단원은 5단계의 엄격한 등급 체계로 나누어지는데, 단원들은 매년 승진시험을 거쳐 승급할 수 있다. 군무진인 ‘카드리유’, 군무의 리더 격인 ‘코리페’를 거쳐 솔리스트인 ‘쉬제’가 되며, 여기에서 더 승급하면 비로소 주역을 맡을 수 있는 ‘프르미에 당쇠르(프르미에르 당쇠즈)’ 등급이 된다. 가장 높은 등급인 에투알은 승급심사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결원이 생길 때 예술감독이 극장과 상의해 지명하는 방식으로 결정되며 전체 단원의 10% 이내로 제한된다. 에투알은 주역으로만 출연하며,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에 대해서도 발레단과 상의해서 결정하는 등 특별한 권리를 누린다. ​​

2007년 로잔 국제발레콩쿠르 1위에 입상하며 주목받았던 박세은은 2011년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 준단원으로 입단, 5단계의 승진을 거쳐 2021년 6월 에투알로 지명되었다. 외국인 단원 비중이 5%에 불과한 발레단에서 박세은의 에투알 지명은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아쉽게도 박세은은 출산으로 인해 이번 공연무대에 서지 않지만, 지난 2022년 쉬제로 승급한 한국인 무용수 강호현이 공연에 참가, 고국의 관객들에게 기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예술감독 호세 마르티네스(José Martinez)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호세 마르티네스는 파리 오페라 발레의 에투알 무용수였으며, 2010년부터 8년간 스페인 국립무용단(CND)의 예술감독을 역임하고 2022년 10월부터 파리 오페라 발레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과거 로잔 콩쿠르와 바르나 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안무가로서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상을 수상한 바 있다.

스페인 남동부 출신인 그는 필라르 몰리나르에게서 무용을 배운 뒤 프랑스 칸에 있는 로젤라 하이타워 고등무용원에 진학했다. 1987년 로잔 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그를 눈여겨봤던 예술감독 루돌프 누레예프의 선택으로 1988년 파리 오페라 발레에 입단하게 되었다. 1992년에는 바르나 콩쿠르에서 우승함과 동시에 프르미에 당쇠르로 승급했고, 1997년 에투알로 지명되었다. 이후 그는 최고의 테크닉과 지적이고 우아한 표현력으로 무대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수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무용수로서 마르티네스는 <백조의 호수> <지젤> <돈 키호테> <라 바야데르>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라 실피드> <로미오와 줄리엣> 등 클래식 발레 주요 레퍼토리의 주역을 맡았고, 네오 클래시컬 발레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프레드릭 애쉬턴, 조지 발란신, 케네스 맥밀란, 유리 그리고로비치, 앤서니 튜더, 존 크랑코 등 전설적인 안무가들의 작품에 다수 출연했다. 볼쇼이 발레, 마린스키 발레, 라 스칼라 발레, 잉글리쉬 내셔날 발레, 베를린 슈타츠오퍼 등 최고의 발레단들과 함께 객원 무용수로서 세계 곳곳의 무대에 섰다.

마르티네스는 무용수로서 뜨거운 갈채를 받으면서도 안무가로서도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왔다. 그는 파리 오페라 발레 학교 학생들을 위한 작품인 <Mi Favorita>(2002)를 시작으로 <Delibes-Suite>(2003) <Scaramouche>(2005) 같은 작품들을 안무했고, 파리 오페라 발레단을 위해서는 <Paréntesis 1>(2005) <Soli-Ter>(2006) <El Olor de la Ausencia>(2007) <Les Enfants du Paradis>(2008) <Scarlatti pas de deux>(2009)> 등을 안무했다.

무용수 : 지젤 & 알브레히트 역

미리암 울드-브람(Myriam Ould-Braham) & 제르맹 루베(Germain Louvet)

- 3.9(목) 7:30pm & 3.11(토) 7:30pm

미리암 울드-브람은 1996년 파리 오페라 발레 학교에 입학했으며 1999년에 발레단원이 되었다. 2001년 코리페, 2002년 쉬제, 2005년 프르미에르 당쇠즈로 승급했으며, 2012년 에투알로 지명 받았다. 2002년 세르클 카르포상(Prix Du Cercle Carpeaux), 2005년 레오니드 마신(Leonide Massine) 상을 수상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움직임, 뛰어난 음악성을 보유한 발레리나로 평가받고 있다.

제르맹 루베는 2005년 파리 오페라 발레 학교에 입학했고 2011년 파리 오페라 발레에 입단했다. 2014년 코리페, 2015년 쉬제, 2016년 프르미에 당쇠르로 승급했고, 같은 해 12월 <백조의 호수> 공연 후 에투알로 지명되었다. 2022년 7월 한국에서 공연된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공연에서 드뷔시 <달빛>에 맞춰 솔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패션 모델로도 활동, 2021년 장-폴 고티에의 패션쇼 무대에 서기도 했다.

레오노르 볼락(Léonore Baulac) & ​폴 마르크(Paul Marque)

- 3.10(금) 7:30pm

레오노르 볼락은 2008년 발레단에 입단했다. 윌리엄 포사이드, 루돌프 누레예프, 존 크랑코, 피나 바우슈, 안 테레사 드 케에르스마커, 웨인 맥그리거, 뱅자맹 밀피예, 크리스털 파이트 등의 안무작에 폭넓게 출연했다. 2014년 코리페, 2015년 쉬제, 2016년 프르미에르 당쇠즈로 승급했으며, 2017년 12월 31일 <백조의 호수>의 마지막 공연을 마친 후 에투알로 지명되었다.​

폴 마르크는 2008년 파리 오페라 발레 학교에 입학, 2014년 파리 오페라 발레에 입단했다. 2020년 12월 <라 바야데르> 공연 후 에투알로 지명되었다. <신데렐라> <백조의 호수> <오네긴> <지젤> 등에 출연했다. 박세은의 에투알 승급이 발표된 2021년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에서 박세은의 파트너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도로테 질베르 (Dorothée Gilbert) & 위고 마르샹 (Hugo Marchand)

- 3.11(토) 2pm

도로테 질베르는 2000년 발레단에 입단했다. 2002년 코리페, 2003년 쉬제, 2005년 프르미에르 당쇠즈를 거쳐 2007년 11월 <호두까기 인형> 공연이 끝난 후 에투알로 지명되었다. 2003년 AROP 댄스상, 2004년 세르클 카르포상(Prix Du Cercle Carpeaux), 2006년 레오니드 마신(Leonide Massine) 상을 받았다. 파리 오페라 발레의 간판스타 중 하나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위고 마르샹은 2007년 낭트 CNR에서 1등상을 수상한 후 파리 오페라 발레 학교에 입학했다. 2014년 코리페, 2015년 쉬제, 2016년 프르미에 당쇠르를 거쳐 2017년 3월 에투알로 지명되었다. 2015년 브누아 드 라 당스에 노미네이트됐으며, 2017년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무용수상을 탔다. 2018년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미만 문화예술 부문 30인'의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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