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서울] 김영일 기자 = 연극 <시티즌 오브 헬(Citizens of Hell)>이 오는 4월 21일부터 5월 28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초연된다.
연극 <시티즌 오브 헬>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컬 <미드나잇:앤틀러스>와 <미드나잇:액터뮤지션>의 원작으로, 40여 개 언어로 번역된 책을 100권 이상 써내며 전 세계적으로 500만부의 판매 기록을 세운 아제르바이잔의 국보급 극작가 엘친 아판디예프(ElchinAfandiyev)의 대표작이다.
1937년, 스탈린 독재정치 시대의 구소련 바쿠(아제르바이잔 수도)를 배경으로 매일 밤 사람들이 어디론가 끌려가던 암흑 같은 시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던 한 부부에게 12월 31일, 새해를 맞이하기 직전 낯설고 기이한 손님이 방문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독재권력이 지배하는 암울한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과 숨겨진 내면을 표현하고, 낯선 것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를 묘사한 블랙 코미디의 정수 <시티즌 오브 헬>은 뮤지컬 버전으로 각색된 <미드나잇>이 지난 2017년 1월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이후 6년만에 선보이는 원판 연극이다.
동일 희곡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미드나잇:앤틀러스>와<미드나잇:액터뮤지션>이 서로 다른 두 가지 프로덕션의 <미드나잇> 시리즈로 선보이며 밀도 있게 짜인 스토리와 실감나는 심리 묘사에 더해 중독성 강한 넘버, 액터 뮤지션의 라이브 연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면, 연극 <시티즌 오브 헬>은 이러한 뮤지컬적 장치 없이 각색을 최소화하고 오리지널 텍스트를 집중 조명하며, 흡인력 있는 구성과 대사를 통해 작품의 주체의식을 연극의 말맛으로 명확하고 강렬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개막 소식과 함께 공개된 포스터는 '시티즌 오브 헬(지옥의 시민)'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1930년대 구소련 독재시대의 숨막히는 답답함과 두려움을 상징하듯 꽉 막힌 벽과 거대하고 무겁게 존재하지만 빛 바래고 분열되어 금이 간 제목이 마치 힘겨운 시대를 살아내려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참상을 드러내는 듯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뮤지컬 <록키호러쇼> <그림자를 판 사나이> <킹 아더>를 통해 자신만의 창작세계를 보여주면서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으로 제4회 한국 뮤지컬 어워즈 연출상을 수상한 오루피나가 연출을 맡았다. 또 새해 맞이 준비를 하고 있던 부부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손님 게스트 역에는 연극 <라스트 세션> <에쿠우스>와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등을 통해 강렬하고 진한 연기를 보여준 전박찬이 캐스팅되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지키고 어두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남편 맨 역은<예술적 예술> <텍사스 고모>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등에서 깊고 섬세한 연기로 주목 받은 이기현, 비밀경찰에게 끌려가는 사람들의 비명이 난무하는 밤, 남편이 출근한 집에 홀로 남아 그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아내 우먼 역에는 연극 <인형의 집> <유리동물원> <블라인드> 등을 거치며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펼친 김정민과 <스카팽> <오슬로> <한여름밤의 꿈>에서 인상깊은 모습을 보여준 강해진이 캐스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