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의 초현실적 미학 '잉크' 내한공연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의 초현실적 미학 '잉크' 내한공연
  • 이시우 기자
  • 승인 2023.04.21 0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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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Ink)_포스터 (사진제공=국립극장)
'잉크(Ink)' 공연 포스터 (사진제공=국립극장)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 ‘무대 위의 시인’으로 불리며 전 세계 곳곳에 강렬한 인상을 뿌리고 다니는 그리스 출신의 종합예술가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Dimitris Papaioannou)가 오랜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국립극장 초청으로 오는 5월 12일(금)부터 14일(일)까지 <잉크(Ink)>를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일요일은 오후 3시.

<잉크>는 태곳적 요소이자 우주의 기원인 물을 핵심 소재로 활용해 독창적 무대미학을 펼치는 작품으로, 2020년 이탈리아 토리노 무용축제(Torinodanza Festival) 초연 후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 시학의 정수” “동시대의 신화” 등 많은 찬사를 받았다. 2023년 1월 그리스를 시작으로 월드 투어에 들어간 <잉크>는 이탈리아 캐나다 헝가리를 거쳐 한국 관객과 만나며 이후에도 대만 등 여러 나라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다.

작품의 콘셉트 설정부터 연출과 무대, 의상, 조명 디자인까지 맡은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는 연출가이자 안무가, 디자이너, 배우 등 전방위로 활동하는 예술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을 맡아 전 세계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미술을 전공한 그는 창작 영역을 회화에서 공연으로 옮겼고, 일상의 소박한 소재로부터 사유와 상징, 은유가 녹아든 시적이면서도 그림 같은 무대를 만들어냈다. 대표작 <스틸 라이프(Still Life)> <위대한 조련사(The Great Tamer)> <트랜스버스 오리엔테이션(Transverse Orientation)> 등은 세계 각국에 초청 받아 강렬한 이미지와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주목받았다. 이번 <잉크>에서도 인간의 신체와 시각예술을 결합하는 그 특유의 무대언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품은 역동적인 물줄기가 세 면을 감싼 무대를 가득 채우는 가운데, 어둠 속 두 남자가 서로의 존재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파파이오아누와 해리스 프라굴리스(Haris Fragoulis)가 더블 캐스팅으로 번갈아 연기하는 침착하고 어른스러운 인물은 벌거벗은 채 갓태어난 듯 에너지가 넘치는 슈카 호른과 충돌한다. 서로를 끌어당기면서도 밀어내는 듯한 두 사람의 움직임은 아버지와 아들 같기도 하고, 외면하고 싶은 어두운 내면과 사투하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일견 적대적으로 보이지만, 기묘한 변증법으로 뒤얽혀 아슬아슬하게 연대하고 공존하는 이들의 관계는 신화, 회화, 영화, 사진 등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인 장면들로 그려진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버지를 거세하고 자식을 잡아먹은 크로노스의 모습, 일본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춘화 속 문어 형상, SF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에일리언>의 이미지, 과학자 니콜라스 테슬라의 실험 장면 등 작품 곳곳에 초현실적 이미지가 녹아들어 있다. 이질적인 요소들이 서로 충돌하는 동시에 현실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작품은 관객에게 인간 존재와 삶에 대해 무수한 질문을 던지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디미트리스의 내한 공연은 2017년 <위대한 조련사> 이후 6년 만으로, 절제미와 단순미의 거장인 그의 작품 세계를 직접 확인할 귀한 기회다. 12-13일에는 파파이오아누와 슈카 호른(Šuka Horn)이, 14일에는 해리스 프라굴리스와 슈카 호른이 연기하며, 14일(일) 공연 종료 후에는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가 직접 무대에 올라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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