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기획전시 '걷기, 헤매기' -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작품 등 눈길
ACC 기획전시 '걷기, 헤매기' -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작품 등 눈길
  • 조일하 기자
  • 승인 2023.05.0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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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ACC 기획전시 걷기, 헤매기 포스터 (사진제공=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23 ACC 기획전시 '걷기, 헤매기' 포스터 (사진제공=국립아시아문화전당)

[더프리뷰=서울] 조일하 기자 =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복합전시 3, 4관에서 <걷기, 헤매기> 전시가 오는 9월 3일까지 예정으로 열리고 있다.

‘발견하는 걸음, 확장하는 시선’을 주제로 지난 4월 27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다양한 걷기의 양상과 보행자의 이야기, 길에서 만난 도시의 역사와 오늘의 풍경, 그 안에 담긴 사회·문화적 쟁점을 다룬다.

한국을 비롯해 과테말라, 벨기에, 세르비아, 인도네시아, 홍콩 등 6개국 현대미술가 13인(팀)의 작품 25점으로 구성했다. 특히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레지나 호세 갈린도, 프란시스 알리스 등 국제적 명성을 자랑하는 작가들이 참가해 눈길을 끈다.

퍼포먼스를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세르비아)의 <연인, 만리장성 걷기>는 그녀의 연인 울라이와 90일간 만리장성 양 끝에서부터 걸어와 성의 중심에서 마주치고 헤어지는 과정을 기록한 영상이다. 개인적 삶의 서사와 함께 순례에 가까운 퍼포먼스로 각자의 여정을 홀로 걷는 우리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프란시스 알리스, 국경 장벽 유형학-사례 #1부터 #23까지, 2019-2021, 23점의 연작 회화, 나무 위 린넨에 유채 및 납화, 14.2×18.9cm(23) (제공=작가 및 페터 킬히만 갤러리)
프란시스 알리스 '국경장벽 유형학-사례 #1부터 #23까지' 2019-2021, 23점의 연작회화, 나무 위 린넨에 유채 및 납화, 14.2×18.9cm(23) (사진제공=프란시스 알리스 및 페터 킬히만 갤러리)

제59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벨기에 국가관 대표 작가이자 '도시를 걷는 작가'로 잘 알려진 프란시스 알리스는 회화연작 <국경장벽 유형학>과 퍼포먼스 영상 <실천의 모순 5>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막힌 길들로 세계 각국의 장벽을 기록한 <국경장벽 유형학>엔 남북한을 가로지르는 삼팔선도 담겨있어 의미가 깊다.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퍼포먼스도 관객을 만난다. 제51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자인 레히나 호세 갈린도(과테말라)는 신작 퍼포먼스 <땅은 망자를 감추지 않는다>를 5월 14일 아시아문화광장에서 공연,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애도한다. 그녀의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누가 그 흔적을 지울 수 있을까?>와 근작 <사람들의 강>도 감상할 수 있다.

레지나 호세 갈린도, Rivers of People, 2021-2. 퍼포먼스 기록 영상 (제공=레지나 호세 갈린도)
레히나 호세 갈린도 'Rivers of People' 2021-2. 퍼포먼스 기록영상. (사진제공=레지나 호세 갈린도)

거대한 동작예술 작품도 준비돼 있다. 가로 10m, 세로 9m, 높이 6m에 달하는 이창운 작가의 역작 <공간지도>는 도시 속 이동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창운, 편도여행, 2019. 스테인리스 스틸, 동력장치, 플라스틱 캡슐. 가변크기. (제공=이창운 작가)
이창운 '편도여행' 2019. 스테인리스 스틸, 동력장치, 플라스틱 캡슐. 가변크기. (사진제공=이창운)

광주의 길 이야기를 담은 체험형 작품도 즐길 수 있다. 박고은 작가의 상호작용 예술작품 <글자를 입은 소리들이 모인 지도>는 광주의 옛길 이름이 담긴 지도 위를 유영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인도네시아 작가 미라 리즈키 쿠르니아는 <발자취를 쫓다>에서 광주와 인도네시아 도시 반둥을 연결하는 소리의 풍경(사운드스케이프)을 그린다.

강동주의 회화 <유동, 아주 밝고 아주 어두운>은 한강이 자연과 인공적 개발 사이의 긴장 속에 있음을 드러낸다. 김재민이는 <레이온 공장 달리기>에서 도시의 탄생과 팽창 그리고 오늘날의 소비사회를 들여다본다. 리 카이 청의 <저 너머 텅 빈 땅>과 <지상지하>는 전쟁과 식민주의적 야망이 만들어낸 길과 그 길을 걷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리슨투더시티의 <거리의 질감>은 비장애인의 시각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도시의 모습에 질문하며 소외된 이들과 함께 걷기를 시도한다.

박고은, 글자를 입은 소리들이 모인 지도, 2023, 인터랙티브, 프로젝션 매핑, 컬러, 무음, 가변크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작지원. (제공=박고은)
박고은 '글자를 입은 소리들이 모인 지도' 2023, 인터랙티브, 프로젝션 매핑, 컬러, 무음, 가변크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작지원. (사진제공=박고은)

이밖에 량즈워와 사라 웡(홍콩)은 <그는 어제 행방불명되었고 오늘 우리는 그를 발견했다> 연작에서 오래된 기록물에서 발견한 익명의 보행자와 만남을 묘사한다. 김방주 작가는 산책길에 우연히 마주친 사물을 수집하고 그것에 얽힌 이야기를 상상하며, 우리가 걷는 길이 이렇듯 숨겨진 이야기로 가득함을 말한다.

전시와 연계한 세미나와 워크숍 프로그램도 있다. 작가 김재민이와 미라 리즈키 쿠르니아가 5월 27일 ‘아시아 문화연구 학술세미나’에서 작품제작과 관련된 연구물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재민이 '레이온 공장 달리기' 2023, 아카이브,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가변크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작지원. (사진제공=김재민이)

'새로운 질서 그 후의 워크숍 - 둘러보기’는 6월 23-25일에, ‘제2회 방직공장 달리기(광주편)’는 오는 9월 2일에 또 다른 걷기 경험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전시공간은 ESG 경영 실천의 일환으로 재활용 가능한 모듈 벽체를 활용하고, 가벽을 최소화해 구성했다. 어린이, 발달장애인, 노인 등 다양한 관객층을 위한 ‘쉬운 글 해설’도 함께 제공된다.

이강현 ACC 전당장은 “걷기, 헤매기는 걷기의 의미를 돌아보며 일상의 변화를 모색하는 뜻깊은 전시”라며 “걷기 좋은 봄날, 많은 관객들이 전시장을 방문해 작품이 이끄는 여정에 함께해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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